정형외과
고정관념이 발목 통증을 키웁니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
입력 2019/08/21 09:58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22)
꼭 사회적 문제만 있을까? 환자의 고정관념이 조기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키고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발목연골손상과 발목관절염이 대표적인 예다. 족부전문학회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발목연골손상은 20대부터 나타난다. 발목연골손상이 오래 되면 결국 발목관절염으로 진행하는데,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발목관절염 환자는 주로 40~50대로 무릎관절염에 비해 20년 이상 젊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질환의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릎관절염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퇴행성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발목연골손상과 발목관절염은 70% 이상이 외상 때문이다. 무릎연골 두께는 3~5㎜다. 반면 발목연골은 1㎜에 불과하다. 반면 외상 위험은 발목이 수십 배 높다. 따라서 발목관절염의 발병 시기가 이른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는 지속적인 발목 통증과 부종, 저림 등 증상이 있어도 연골손상, 관절염을 의심하지 않는다. 관절염 하면 무릎관절염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폐해다.
관절염 치료하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떠올리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발목관절염은 조기 진단이 되면 인공관절 치환술 없이 SMO 교정술, 줄기세포 연골재생술 같은 수술로 별다른 기능제한 없이 정상에 가까운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발목관절염은 악화할수록 관절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기능 제한과 통증을 유발한다. SMO 교정술은 내측 관절 연골에 과하게 쏠린 체중부하 축을 정상 연골 부위로 이동시켜준다. 따라서 편향된 부하 축이 정상 연골이 덮여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과도한 압력이 해소돼 통증은 줄고 별다른 기능제한 없이 발목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재생도 가능하다. 과거 줄기세포 치료는 상처난 부위에 연고를 바르듯 도포해 표면 재생만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땅에 씨앗을 심어 열매를 맺는 필홀 방식으로 진행하여 정상 연골과 차이 없이 재생이 가능하다. 방법은 손상 연골 부위에 줄기세포를 심기 위한 작은 구멍을 만든다. 그 다음 줄기세포를 홀에 채운 뒤 흐르지 않게 하고, 재생이 잘 될 수 있도록 거름 역할을 해줄 스캐폴드를 덮어준다. 줄기세포는 시간에 따라 심부에서 표면으로 재생된다. 그 결과, 재생 연골의 질이 정상과 큰 차이가 없이 우수하다. 큰 크기의 연골손상이 동반된 경우에도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故 정주영 회장은 "고정관념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말을 환자들에게 조금 바꿔 말하고 싶다.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다면 더 아프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