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여자아이가 병원에 왔다. TV만 보면 눈을 심하게 깜빡거리고, 고개를 수차례 흔들며, 가끔씩 목에서 큭큭 소리까지 낸다고 했다. 증상은 2년전부터 시작됐고, 새학기가 시작될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의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수축하는 증상을 '틱 (tic)'이라 한다. 형태는 다양하다. 눈을 깜박거리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어깨를 으쓱거리거나, 목을 가다듬으며 '흠흠'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틱은 뇌에서 운동습관을 담당하는 기저핵과 대뇌피질의 도파민 회로 이상에서 오는 병이다. 또한 뇌과학적으로 틱 증상은 아이의 긴장을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새학기처럼 긴장되는 상황에서 잘 생기고, 예민한 아이일수록 자주 나타난다. 아이가 스스로 '찜찜하다'는 느낌(전조감각충동)이 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틱 증상을 보인다.

틱은 아이가 불안해하는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아이를 이해하는 태도로 기다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나무라거나 비난하기, 놀리기, 지적하기 등은 피한다.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은 부모가 증상을 무시하고 증상에 대해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다.


틱 증상과 반대되는 행동을 놀이나 훈련으로 연습해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눈을 자주 깜박거리는 틱이 있다면 부모와 눈을 깜박거리지 않고 버티는 눈싸움을 하다 틱 증상이 저절로 없어진다. 이러한 조치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틱으로 다른 불편함이 있을 때는 도파민 억제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병원을 찾았던 8세 아이는 2개월의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지금은 증상 없이 신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