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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의 난치병 ‘포도막염’ 권위자. 21년간 한 우물… 최신 치료법 개발

취재 김하윤 기자 | 사진 조은선 기자

베스트 닥터 김민호 압구정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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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원장
안과 영역에서 암만큼 관리하기 어려운 질환이 있다. 류머티즘의 일종인 포도막염이다.

몸속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자가면역 질환 대부분이 그렇듯, 포도막염은 완치는 커녕 증상억제조차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안과 의사 중 포도막염에 관심 갖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지난 21년간 포도막염에 몰두한 의사가 있다.
개원의임에도 끊임없이 연구하며 새로운 수술법과 치료법을 개발해, 수년간 여러 대학병원의 초청을 받아 강의했다.
각종 안과 심포지엄에 빠지지 않는 연사인 그는, 압구정성모안과 김민호원장이다.




발만 구르다 실명되는 환자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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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성모안과
김민호 원장이 포도막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에 레지던트로 재직할때다. 많은 안과 질환은 치료법이 어느 정도 개발돼 있고 치료 후 환자 만족도가 높은 반면, 포도막염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골칫덩이인 병이었다.

김 원장은 “당시 우리나라에 포도막염을 연구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며 “류머티즘 질환과 내과 관련 지식이 필요하고, 치료 후 효과도 적어국내 연구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그런 탓에 포도막염으로 비문증(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듯한 증상)과 시력이 떨어지는 불편함을 겪는데도 증상 완화가 안 돼 낙담하며 돌아서는 환자를 많이봤다.

김 교수는 1994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로 있을 때 포도막염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포도막염학회 회장인 라우 교수에게서 포도막염을 배웠다.

압구정성모안과 전문의는 모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출신이다. 김 원장이 포도막염 연구를 계속하던 2000년, 그는 동기·선후배 4명과 함께 대학병원을 나와 서울 신사동에 개인병원을 열었다. 대학병원에서 획일적으로 연구와 진료를 하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좀더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5명이 뜻을 모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대학병원급의 안과의원이 없었어요. 일본에서는 개인의원도 대학병원처럼 안과 내 세부 진료과목을 나눠 녹내장·망막·각막 수술을 했는데, 이런 환경이 연구 범위나 임상 경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김 원장을 포함한 초기 멤버 5명은 15년째 함께 진료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톨릭대에서 수련한 후배 안과의도 영입해 현재 총 6명의 전문의가 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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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성모안과 김민호 원장이 포도막염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모습.
기존 약 듣지 않는 환자도 적극 치료 시도
21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 김민호 원장은 다양한 포도막염 치료법을 개발했다. 포도막염의 기본 치료법은 스테로이드제를 먹는 것인데, 전혀 듣지 않는 환자가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계속 써 보거나 용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몸이 붓고 월경이 불규칙해지며,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원장은 류머티즘 질환에서 쓰는 치료제를 안과에 도입했다. 류머티즘 질환이 있으면 면역억제제와 항암제를 먹는 경우가 있다. 신체 전반의 면역력을 떨어뜨려서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김 원장은“이런 방법을 포도막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면역억제제·항암제 중 가장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것을 써봤다”고 했다. 그 결과, 머리가 빠지는 부작용 없이, 스테로이드제가 듣지 않거나 스테로이드제를 더 이상 쓸 수 없는 환자에게서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봤다.

그런데 면역억제제와 항암제 역시 효과가 없는 환자도 있었다. 실명(失明) 직전까지 간 환자에게 김민호 원장은 류머티즘 질환에 쓰이는 ‘항종양괴사인자’를 써봤다. 이는 면역억제제 중에서도 효과가 강력한 것이다. 김 원장은 “항종양괴사인자를 주사한 환자의 90% 이상에서 실명 및재발 방지 등의 효과가 있었다”며 “수시로 환자의 혈액검사를 하는 등 류머티즘내과 전문의와협진한 덕에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자신이 발견한 항종양괴사인자 주사법을 대한안과학회지 등에 발표했다. 수술법도 다각도로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는 포도막염이 있으면 합병증이 생기더라도 되도록 수술하지 말고, 스테로이드제 등을 처방해서 증상 완화만 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김민호 원장은 다년간 환자를 진료하면서 약물치료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김 원장은 “백내장 등의 합병증이 있을 때 ‘유리체절제술(유리체를 빼내고 대신 식염수를 채우는 수술)’을 하면 증상이 나아진다는 연구가 많아 수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며 “수술법을 연구한 결과, 합병증이 없어도 약물치료가 전혀 듣지 않는 환자 중 일부에게 유리체절제술을 하면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최근 10년간 200명의 환자를 관찰해 얻은 연구결과로 포도막염 학회 등에서 적극 발표하고 있다. 그는 백내장, 망막학의 교과서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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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대에 간 김민호 원장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다.
평양의대서 북한 백내장환자 10명 수술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김민호 원장을 치면 관련 검색어로 ‘평양의대’, ‘북한’ 등이 나온다. 김원장은 2007년 서울시의 북한 의료지원단 일원으로 북한에 다녀왔다. 평양의대의 안과 사정을 파악해 부족한 의료기기와 약물을 지원하고, 평양의대에 안과 의술을 전수하는 게 목적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간질 관련 비정부기구 쪽에서 전화가 왔어요. 함께 북한에 가자고 하더군요. 매년 한 번씩 북한에 가서 의료 시범을 보여 주고 학생들에게 안과 관련 지식을 알려 주자는 취지였어요. 의사로서 사명감을 느껴 승낙했습니다.”

김 원장이 2007년 6월 사전조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두 눈으로 본 평양의대의 의료 실태는 참담했다. 평양의대 병원은 북한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상급병원인 4차병원인데, 항생제나 안약은 커녕 솜도 충분치 않아서 당장 진료 자체가 불가능했다. 망막수술 등에 필요한 기기도 전혀 없었다.

그는 서울시에 부탁해 각종 의료기기와 항생제, 약물 등을 평양의대에 보냈다. 같은 해 12월 다시 북한을 방문해 이번에는 평양의대 안과 과장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주민 10명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줬다.

김 원장은 북한에서 돌아온 뒤 병원에서 유리체절제술을 할 때 쓰는 기구 중 한 번 정도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소독해 차곡차곡 모았다. 하지만 이후 북한 내부사정의 변화와 남북관계 경색 때문에 다시 북한에 갈 기회가 없었다.

김 원장은 “눈을 반짝이던 평양의대학생들에게 안과 지식을 알려줄 기회가 사라져 가슴아팠다”며 “북한에 다녀온 뒤로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더 소중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포도막염이란?

포도막염은 안구 중간층인 홍채·모양체·맥락막 등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자가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기도 하고,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생길 수 있다. 충혈, 통증, 안구건조증, 비문증 등이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지고 눈이 부시며, 심한 경우 실명할 수 있다. 백내장, 유리체 혼탁, 망막박리, 시신경위축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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