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이럴 때 이런 검사 꼭 받아야 하나?

노은지 기자 | 사진 헬스조선DB 도움말 권순억(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류정민(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 백성현(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건강을 위해 불필요한 검사는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검진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잉 검진을 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의사가 필요하다는 검사에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찜찜해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검사라도 받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라서, 미국의 17개 학회와 미국내과전문의인정기구재단(ABIM Foundation)은 이같은 환자들의 고민을 풀어 주기 위해 최근 공동으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특정한 상황에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그중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는 검사 5개를 골라 국내에서는 환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 말로 오엑스를 나눠 봤다.




이미지

(사진=헬스조선DB)

국내에서도 받을 필요 없는 검사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굳이 받을 필요 없는 검사를 정리했다. 다음 세 가지는 국내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 단순 열성경련 어린이는 MRI 검사가 필요없다

열성경련이란 만 9개월~ 5세 어린이에게 고열이 나면서 발생하는 경련을 말한다. 아이가 열성경련을 하면 불안에 떨지 않을 부모는 없다. 아이 뇌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뇌전증은 아닌지 조바심이 들다 보니 뇌파 검사는 기본이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시키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단순 열성경련 때 MRI 검사는 필요 없다.

단순 열성경련은 24시간 이내에 한 번만 발생하고, 대부분 15분 이내에 끝난다. 이런 정도로는 아이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류정민 교수는 “부모들은 아이가 열이 나면서 온몸을 떨면 뇌전증 가능성 등을 우려해 MRI를 찍고싶어 하지만, 열성경련이 간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므로 영상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단, 뇌수막염이나 뇌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뇌척수액 검사 등이 필요하다. 뇌수막염이나 뇌염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아이가 사출성구토(분수처럼 뿜어내는구토)를 하거나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 머리를 가볍게 다친 어린이는 긴급 CT검사가 필요없다

아이가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를 시키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CT는 오히려 어린이에게 해가 많다. 미국의 소아 응급의학 연구모임인 ‘피컨’은 머리 다친 어린이가 CT를 꼭 찍어야 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의식이 명료하지 않을 때, 구토를 두 번 이상 했을 때, 떨어진 높이가 90cm 이상일 때, 머리에 혹이 있을 때 등이다. 우리나라 소아과학회도 이 기준을 따른다. 이외의 어린이 CT검사는 성장 저하, 뇌 신경세포 성장 방해, 백혈구 수치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크므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3~4세 이하 어린이는 감기약이 필요없다

미국에서는 어지간해서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진해제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감기약도 어린이에게는 거의 쓰지 않는다. 4세 이하 소아는 호흡기 발달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감기약이 자율신경계나 중추신경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류정민 교수는 “하지만 4세 이하 영유아의 감기약 복용을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폐렴이나 백일해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약을 써야한다. 자녀의 감기가 심하면 일단 소아청소년과 진찰을 받게 하고 의사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받는 것이 좋다
미국 가이드 중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검사받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항목이 있다. 또 검사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간 의료현실의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 남성호르몬이 정상인 발기부전 환자의 갱년기 치료

미국 가이드라인은 중장년 남성이 얼굴 화끈거림이나 성욕저하, 발기불능 등 남성갱년기 증상을 느껴도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ng/mL 미만인 경우에만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남성갱년기 증상을 호소해도 이 수치가 3.5ng/mL 이상이면 치료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의사 판단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한다. 백성현 교수는 “남성호르몬 수치보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중요시하는 의사는 수치가 정상이라도 증상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한다”며 “약 처방이 발기부전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하루 중에도 편차가 커서 언제측정하는지에 따라서 정상일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백 교수는 “오전 11시경 남성호르몬이 가장 높은 시간인데, 이 수치는 하루중에도 변화가 심해서 3.5ng/mL 기준선에 애매하게 걸려 있는 경우도 있다”며 “보통 발기부전 증상은 밤에 나타나기 때문에 오전에 측정한 수치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무증상 성인 환자의 경동맥 협착 검진

우리나라 뇌혈관 질환 전문의들은 ‘40대 이상이고 고혈압·당뇨병 등 뇌혈관 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경동맥 협착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미국 가정의학회는 ‘무증상 성인 환자는 이 검진을 받지 말라’고 권고한다.

권순억 교수는 “가정의학과 입장의 ‘무증상’에 대한 정의가 혈관이나 신경을 보는 의사 입장의 ‘무증상’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증상에 대해, 가정의학과에서는 ‘정말 증상이 없는 일반 건강검진 수진자’를 말하는 반면, 혈관과 신경 쪽 진료과에서는 ‘뇌졸중이 발병하지 않고 뇌졸중 위험이 없는 환자’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졸중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무증상 환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권 교수는 “특히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동맥 초음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검사받는 편이 유리하다”며 “뇌졸중이나 관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나 위험성이 있는 사람, 당뇨병 환자라면 경동맥 초음파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역시 위험인자가 없는 사람에겐 경동맥 초음파를 권하지 않는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125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占싼딅뮞鈺곌퀣苑� 占쎌뮆�э옙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