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의사들이 돌직구로 밝힌 '병원이용법'

취재 강미숙 기자 | 사진 김범경(St.HELLo)

인기 의학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번외 편

‘나는 의사다’는 의학분야 팟캐스트 1위의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책까지 펴냈다. 내로라하는 의사 출신 입담꾼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 신재원 아폴로엠 대표, 양광모 <청년의사> 신문 편집국장의 세 주인공을 만나 <월간 헬스조선> 유용한 의학 정보를 들어봤다.

수다 1 의사가 마이크 앞에 선 이유, 궁금해?

명승권(이하 ‘명박’) 모든 국민의 의학 수준을 향상시키며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의학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이하 나의사)’! <월간 헬스조선> 독자를 위한 번외 편, 회진 돕시다!

일동 와~! (짝짝짝)

명박 먼저, 우리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각자 소개를 짧게나마 해야겠어요. 우리는 속속들이 다 알아서 문제지. 자, 우리 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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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원(이하 ‘신박’) 네, 저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MBC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무용담이지만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취재차 방문했다가 현지에서 수술에 참여해 ‘한국의 산제이 굽타’란 별명을 얻기도 했죠(하하). 현재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의료 정보 앱 ‘우리 아이 주치의’를 만 들었고, 수술용 장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의사’에서는 쓴소리를 담당하는 편이죠. 아무래도 기자 출신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양광모(이하 ‘광박’) PD 양광모입니다. 말이 좋아 PD지, 사전 준비하고 편집을 도맡아 하는 일꾼이죠. 저 역시 비뇨기과 전문의 출신이지만, 개원의는 아닙니다. <청년의사> 신문과 <코리아 헬스로그>, 두 곳의 편집 국장이 제 직함이죠.

명박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박사, 인사 드립니다. 나의사에서 포지션은 가끔 생뚱맞은 썰렁 개그를 선 보이지만, 근거 중심 의학을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 학위를 따러 간 탓에 이 자리에 함께 못했지만, ‘개그’와 ‘브 레인’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주웅 박사(이하 웅박)까지 4인방 체제로 꾸려 가고 있습니다.

광박 여기서 잠깐, 고무할 만한 소식이 있어요. 2011년 12월 첫 녹음을 한 지 1년 5개월 만에 나의사가 팟캐스트 종합순위 3위를 달성했습니다. 잠깐이긴 하지만요.

신박 감개무량하네요. 의사들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못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늘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의사를 통해서나마 해소할 수 있다고 할까요? 법의학 등과 같은 의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나 불 편한 진실까지 콕콕 짚어 주니, 한 번쯤 들어보면 좋습니다. 속는 셈 치 고라도요.

명박 이렇게 팟캐스트 홍보를 하시네요. 말로만 하면, 어떤 내용인지 모르실 테니 역대 나의사 방송 베스트를 꼽아 보면 <월간 헬스조선> 독자들의 이해가 빠르실 것 같아요. 저는 두 번째 방송 ‘비타민의 진실’ 편을 꼽고 싶네요. 우리가 복용하는 종합비타민제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사망률을 5%나 높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어요.

신박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걸로 기억하는데, 비타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뜨겁죠. 10회 때 나간 광우병 특집도 기억에 남습니다. 식탁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청취자들도 공부가 많이 됐을 거예요. 한국판 CSI인 ‘법의학의 세계’ 편도 인기였죠. 서울대 의대 유성 호 교수가 게스트로 나와 실제 다룬 사건 비화 등을 들려줬지요.

광박 개인적으로는 29회 첫 공개방송이 잊히지 않네요. 출연자로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를 비롯해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가 참석했고, 방청객도 80명 가까이 자리해서 감동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병원광고, IQ의 비밀, 줄기세포 치료, 의사들이 본 의학 드라마 등 많은 소재를 다뤘지요.

명박 자, 서두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잠깐 끊어 갑시다.

 




수다 2 환자들이 모르는 병원이용법, 있다? 없다?
명박 오늘은 특별 번외 방송인데,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을 까요?

광박 그래도 ‘보건의료계의 나꼼수’에 걸맞은 얘기여야 만족하지 않을까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필수 의학 정보 중에서요.

신박 그럼, 의사 입장에서는 알지만 환자는 잘 모르는 병원이용법 이런 건 어떠세요? 독자 중엔 환자가 많을 테니 말이죠. 우리는 의사여서 당연히 알지만, 환자들이 모르는 게 많다는 것에 대해 다들 공감하잖아요.

명박 그거 좋네요. 환자의 권익을 위해 한번 이야기해 보죠. 환자들에게 병원에 대한 올바른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별로 없는 건 사실이죠. 그런 면에서 대한의사협회와 각 학회에서 홈페이지에 매뉴얼을 만들어 게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요?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인데, 의견이 맞는 사람을 모아 추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연락주세요!

신박 저는 과잉 진료를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부분이 병원이용법의 핵심이지 않을까 합니다. 과잉 진료 대다수는 방어진료 때문입니다. 의사는 최선의 치료를 하기보다 최악의 치료를 피하려고 방어 진료를 합니다. 예를 들어 맹장염이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CT검사를 하는 것이 그렇죠. 최근 환자 권리가 상승하면서 의료 소송이 많아졌고, 당연히 의사는 소송 당하지 않을 것을 고려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의사와 환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이런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의사에게 “방어 진료보다는 최 선의 진료를 원한다”고 말해 보세요. 그럼 의사의 진료가 좀 달라질 겁니다. 꼭 기억하세요!

광박 역시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말이 많으신 듯하네요. 한 가지 덧붙여 말하면, 다들 좋은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좋은 의사는 환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타고 난 좋은 의사도 있지만 결국 환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면도 있습니다. ‘의료’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런 부분을 의사와 환자가 상의해서 결정하는데 의사는 어떻게 하면 책임지지 않을까만 생각하고, 환자는 의사가 뭔가 잘못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제대로 병이 나을 수 없습니다. 낫고자 한다면, 환자나 의사 모두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신박 병원 간판 읽는 법도 아셔야 할 것 같네요. 길 가다 보면 ‘OOO정형외과의원, 진료과목 내과·소아과·산부인과…’란 간판을 혹시 본 적 있으세요? 일반인은 원장이 전문의 자격증을 여러 개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명박 충분히 그럴 만하죠.

신박 사실은 의원 바로 ‘앞에’ 쓰인 진료과가 그 병원 의사의 전공분야인 거죠. ‘OOO 정형외과의원’이면, 이 병원 의사는 정형외과 전문의입니다. 그 밖에 간판에 쓰인 여러 진료과목은 전공은 아니지만 진료는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명박 그런데 의사가 가끔 편법을 써서 문제죠. ‘의원’ 앞에 여러 과를 쓴 경우죠. 자세히 보면 진료과목이 작은 글씨로 써 있을 거예요. 꼭 확인하세요. 특히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이런 경우가 많아요.

광박 광고에 속지 않고 병원 고르는 법도 아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광고를 많이 하는 병원=뛰어난 병원’은 결코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의사와 직접 상담해 보고, 주변에 아는 의사가 있으면 해당 업계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난 병원을 알아볼 수도 있죠. 기사를 표방한 광고도 있기 때문에 의사가 하는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는 것도 피하기 바랍니다. 그나마 의과대학 교수의 이야기는 믿을 수 있는 내용이 많지만요.

명박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네요. 여러분, 나의사 팟캐스트에서는 깨알 건강상식을 전하는데, 저희 말은 100% 신뢰해도 됩니다.

일동 하하하.

신박 요즘 모두 건강검진 받으실 텐데, 마지막으로 건강검진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국가나 회사에서 받는 무료 건강검진을 잘 이용하는 법이 따로 있어요.

명박 의사 입장에서 검진 항목 자체를 놓고 보면 이런 검진도 나쁘지 않아요. 흔히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에요. 몇 가지 부실한 항목만 잘 보완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당뇨 검사는 1차에서 소변당 검사를 하는데, 소변당 검사는 공복혈당이 180 이상 나오면 당뇨 양성 반응이 나오게 돼 있어요. 126 이상이면 당뇨로 보므로,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다음 알게 되는 셈이죠.

광박 암 검진도 추가 비용만 내면 충실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다만 대장내시경은 아직 채택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 부분까지 해결되면 무료 건강 검진의 질이 더 나아질 거예요.

신박 국가 검진에서 못 하는 부분은 개인이 병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때 의사와 미리 충분히 상담하고 검진 항목을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검진받기 전 미리 그 병원의 가정의학과를 방문하면 검진 항목 선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과거에 어떤 검진을 받았는지, 어떤 병을 앓았는지, 집안에 어떤 환자가 있는지, 생활습관은 어떤지 등을 토대로 나이에 맞는 검진을 받는 거죠.

명박 이 정도면 <월간 헬스조선> 독자들에게 공부가 많이 됐겠죠? 다음에 병원을 이용할 때 좀더 현명한 환자가 돼있을 거라고 믿어 볼게요. 이외에 다채로운 병원 상식이나 질병 상식을 공부하고 싶다면 가까운 서점에서 판매하는 《나는 의사다》 책을 통해 볼 수 있어요. 책이 잘 안 팔려서 홍보 좀 해봤습니다.




수다 3 늙어 죽기까지 방송할래?

명박 항상 녹음 시작하기 전 목표는 한 시간인데, 끝나고 보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이유가 뭘까요? 입담이 센가?

신박 방송을 곁에서 지켜본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헤드폰을 끼고, 마이크를 잡는 순간 돌변한다고요. 우리가 방송 체질인가 보죠.

광박 이렇게 사담을 나누다 보면 더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쯤에서 마무리로 각자 꿈꾸는 나의사의 미래 모습을 들어보죠.

신박 여지껏 해왔듯이 의사들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계 내부의 문제를 좀더 깊숙이 다루는 방송이 됐으면 하고요.

광박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방송을 진행하는 명박, 신박과 게스트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방송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희생(?)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사명감과 지식 기부의 합의가 없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좀더 분발해서 그 뜻에 누가 되지 않게 전 국민이 나의사를 알 게 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알아요? 언젠가 우리 방송이 지상파에 진출 할지, 하하.

명박 역시 광박답네요. 미국 라디오 버라이어티 쇼 ‘A Prairie Home Companion’이 있어요. 1974년 첫 방송 후 39년째 어김없이 매주 토요 일 방송을 해요. 어마어마하죠. 나의사도 장수하면 의학 버라이어티 쇼로 발전할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광박 그런 의미에서 모두 파이팅 하면서 마치죠. 하나, 둘, 셋!

일동 파이팅!

명박 이것으로 <월간 헬스조선> 독자를 위한 번외 편 녹음을 마치겠습니다. 회진 끝~!

제4의 멤버, ‘웅박’의 하버드 통신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유학차 건너왔다가 현재는 하버드의대 병원인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주웅, 별칭 ‘웅박’입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함께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의사’ 공식 하버드 통신원으로, 미국의 생생한 의료 현장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유학 생활 동안 다행히 병원에 환자로는 한 번도 가지 않아 병원 시스템을 겪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꼭 도입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 의료 서비스는 문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인지 슈퍼마켓에 1차 처치용 약품과 간단한 치료기기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습니다. 웬만한 보건지소나 진료봉사팀에서 보유한 품목보다 훨씬 다양하고 빈틈이 없을 정도죠. 대표적인 약국 브랜드 월그린, CVS, 라이트에이드 등 대형 슈퍼마켓 의약품 코너에 진열된 약품을 보고 있으면, 비싼 의료비에 대한 불안감과는 정반대로 ‘이 정도 약이 여기 다 있으니 병원 안 가고도 어느 정도 해결 되겠다’는 든든한 마음이 들더군요.

타국에서도 나의사를 다운받아 듣는데, 더욱 그립더군요. 곧 돌아갈 예정입니다. 나의사에 복귀하면 미국식 유머를 도입해 나의사를 더욱 인기 팟캐스트의 반열에 올리는 데 일조할 계획입니다. 이 상, 하버드에서 웅박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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