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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바이러스, 건조할 때 오래 살고 전염 잘 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습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낮은 습도는 우리 몸의 방어벽인 피부와 점막을 약화시켜 세균·바이러스 등과 같은 각종 유해 물질의 침투를 용이하게 한다. 반대로 습도가 너무 높아도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습도가 너무 낮을 때

피부 건조=습도가 20~30%인 곳에 3시간 정도만 있어도 피부 내 각질층의 수분이 감소한다. 보통 피부에서 각질층의 수분 함량은 15~20% 이지만 대기가 건조하면 수분 함량이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피부 수분이 감소하면 피부 장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세균·곰팡이 등과 같은 각종 유해물질이 침투, 접촉성 피부염 등이 생길 수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는 "습도가 낮아지면 체내 피부의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히스타민, 인터루킨1알파)이 증가,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피부도 두꺼워진다"며 "기존에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이 있었던 사람은 증상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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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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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목·기관지 건조=실내 습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코 점막에 붙어있는 섬모의 진동 운동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섬모운동은 코로 흡입한 공기 중 먼지나 세균·바이러스 등과 같은 각종 유해물질을 내보내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습도가 낮아 섬모 기능이 떨어지면, 유해 물질이 인후두→기관지→폐까지 침입하기 쉽다. 이들 장기에서 각종 감염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코 속의 점액이 마르면서 흡입한 공기의 온도 조절, 습도 조절, 후각 기능 등도 떨어진다. 작은 충격에도 코피가 날 수 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는 "건조한 공기 때문에 기도가 좁아지고 숨이 차며 만성기침이 유발될 수 있다"며 "가래도 마르면서 폐 속 유해물질을 배출하기 어려워져 폐렴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눈 건조=습도가 20~30%로 낮으면 눈물층이 파괴된다. 각막을 보호하는 눈물이 없어져 각막에 상처가 생기고 오염 물질이 달라붙어 염증이 생기기 쉽다. 분당연세플러스안과 이재범 원장은 "컴퓨터 작업 등 눈을 많이 쓰는 사람이나 눈물층이 얇은 노인, 라식·라섹 환자들은 이런 위험이 높으므로 적정 습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라식과 같은 정밀한 눈 수술을 할 때도 습도가 중요하다. 대안안과학회 조사결과, 실내 습도가 35% 이하인 수술실에서 고도근시 환자 36명에게 라식 수술을 했더니 과교정율이 높았다. 이재범 원장은 "수술실 내 습도가 낮으면 눈이 쉽게 마르면서 조직의 볼륨이 작아져 각막을 더 많이 깎아낼 수 있다"며 "라식·라섹에 쓰이는 레이저는 매우 민감해 라식·라섹 수술방은 1년 내내 습도를 40%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감기·독감 바이러스 오래 살아=습도가 50% 미만이면 감기·독감과 같은 호흡기 감염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수헌 교수는 "습도가 낮으면 감기를 일으키는 라이노 바이러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 남는다"며 "공기가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오래 떠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전파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1983년 11월부터 1984년 3월 사이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독감 발병률을 살펴봤더니, 습도가 50% 이하인 날이 많은 주간이 습도가 60% 이상인 날이 많은 주간보다 독감이 많이 발병했다. 홍역, 풍진, 수두, 헤르페스 바이러스도 습도가 50% 미만일 때 오래 살아남는다.

◇습도가 너무 높을 때

알레르기 유발 물질 증가=알레르기 질환의 주 원인 물질인 집먼지 진드기는 습도가 80% 이상일 때 번식이 가장 활발하다. 만성기침·피부염·폐렴 등의 원인인 곰팡이도 번식과 성장을 위해 75% 이상의 습도가 필요하다. 높은 습도는 집먼지 진드기와 곰팡이를 번식시키고, 이는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과 면역계가 약한 사람들에게 폐렴 등의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유해 화학물질 증가=실내 건축자재 등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도 공기 중의 습기와 반응해 방출이 증가한다. 대표적인 게 포름알데히드다. 이 물질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습도가 높으면 실내 중에 농도가 증가한다. 포름알데히드는 호흡 부전, 식욕감퇴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는 공기 중 습기와 결합해 천식 환자처럼 기관지가 민감한 사람의 기침을 악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