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19
순환기계통 질환
과거 드라마에서 부부싸움 후 멍든 눈을 달걀로 문지르는 장면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달걀로 문지르면 멍을 빼는 효과가 있을까? ‘멍’이 무엇인지 그리고 혈소판과 응고인자가 관여하는 ‘지혈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있다면, 멍의 빠른 회복에 도움 되는 방법들을 쉽게 알 수 있다.
멍
‘외상’으로 피부 아래 조직의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 미세한 출혈과 부종이 생긴다. ‘멍’은 바로 이 부위의 ‘피부 변색’을 의미한다. 보통 피부조직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피부 아래의 혈관이 손상되면 혈액이 혈관 밖으로 유출된다. 혈관을 벗어난 혈액은 시간이 지나면서 깨지고 주변 조직으로 흡수된다. 이때 피부색은 녹색, 밝은 갈색, 노란색을 거쳐 보통 일주일 정도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멍이 자주 들거나 2주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면 ‘출혈성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지혈과정
지혈(hemostasis)은 손상된 혈관 안에 혈액을 가두는 과정을 의미한다. 출혈을 막는 것으로 생명을 보호하고 유지한다. 지혈은 ‘혈관 수축’, ‘혈소판 응집’, ‘혈액 응고’라는 세 가지 중요한 단계가 있다. 도로가 손상되었을 때 즉시 보수하는 과정과 같다.
혈관이 손상되면 즉각적으로 ‘혈관 수축’이 일어난다. 혈관 내피세포에서 방출하는 분자에 의해 혈관이 수축하면 혈관 내부의 혈액 흐름과 압력이 줄어든다. 보통 상처가 난 부위를 압박하는 것도 손상된 주변으로 혈액의 흐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도로가 파괴되어 도로보수 차량(혈소판)이 도착하면, 먼저 펜스와 삼각대를 설치하여 도로를 통제하고 교통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과 같다.
손상으로 혈관 내피세포가 노출되면 내피 콜라겐 단백질에 혈소판이 부착하면서 ‘혈소판 응집’이 일어난다. 이것을 혈소판 마개(platelet plug)라고도 얘기한다. 부착된 혈소판은 상처 주변으로 여러 종류의 물질을 방출하면서 지혈과정을 더욱 촉진한다. 처음 도착한 도로보수 차량(혈소판)은 다른 보수 차량을 현장으로 불러들여서 신속하게 사고를 처리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것이다.
‘혈액 응고’는 혈액에 녹아있던 응고인자에 의해 액체 상태에서 젤라틴 덩어리로 변하는 일종의 연쇄반응(coagulation cascade)이다. 내인성 경로(intrinsic pathway)와 외인성 경로(extrinsic pathway)가 있고, 두 경로는 결국 하나의 공통 경로(common pathway)로 합쳐져서 혈액 응고 과정이 완성된다. 도로보수에 필요한 장비(응고인자)들은 여러 과정을 통해 도착하고 손상된 도로는 성공적으로 보수된다.
멍이 들었다면,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혈관 수축’이다. 먼저 상처 부위를 눌러 준다. 상처를 ‘적당한 압력’으로 누르면 조직은 안정되고 혈관은 수축한다. 조직 온도가 낮으면 혈관은 수축할 수 있다. ‘차가운 얼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외상 직후 달걀로 문지르면 오히려 더 큰 조직 손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정도 지나 조직이 안정된 후 문지르면 둥근 부분이 혈관 밖의 응고된 혈액을 잘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도움이 된다.
병리학을 토대로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