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07
“예약을 하고 왔는데, 다른 환자 때문에 기다려야 해요?”
병원 진료를 하다 보면, 특히 좀 더 편안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예약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듣는 이야기이다. 이전 환자 진료가 길어지거나, 당일에 응급한 수술이 생기면 부득이 예약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병원은 하지정맥류와 투석 혈관 재개통술, 정계정맥류 색전술, 도관 삽입 등 혈관에 관련된 질환을 주로 보고 있는데 투석 혈관에 문제가 생긴 환자를 응급으로 시술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 이미 예약된 다른 환자가 있다면 전화를 해서 응급 수술이 생겼음을 알려 드리고 다른 원장님께 진료를 받거나 대기, 혹은 예약 변경이 필요하다고 안내해 드리곤 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면 환자 개개인에게 더 좋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느낀다.
오늘부터 두 번에 걸쳐 얘기하는 신장(콩팥)이 좋지 않은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이 문제에 당면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대부분은 신장병이 있는 환자 혹은 환자의 주변 분들이 읽게 되겠지만, 웹페이지에서 우연히 기고를 클릭하여 이런 내용을 접하게 되는 독자가 있다면 신장 환자들과 이들을 진료하는 병원이 처한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런 이해를 토대로 예약을 변경한 것에 대한 당위성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투석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신장(콩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여과시켜 소변으로 내보내며, 몸속의 전해질과 수분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신부전이라고 부르며, 이는 급성 혹은 만성으로 생길 수 있다.
‘신대체요법’이란 신부전이 생겼을 때 신장 기능을 대체해 주는 요법이다. 신대체요법은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신장이식의 세 가지 방법이 있으며, 혈액 투석이 약 80%를, 복막 투석과 신장이식의 방법이 나머지 20%를 담당하고 있다. 혈액 투석은 몸속에 있는 피를 인공신장기를 통해 여과한 뒤 다시 몸에 돌려보내주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혈액 투석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1분에 수백 밀리리터(ml) 이상의 피를 뽑아내고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팔이나 손등에 보이는 작은 정맥으로는 혈액 투석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혈액 투석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로 ‘투석관’을 이용한 혈액 투석이다. 투석관은 말랑말랑한 재질로 만들어진 빨대 굵기의 관으로 안쪽으로는 두 개의 길이 있어 한쪽으로는 피를 뽑아내고 다른 쪽으로는 피를 돌려주는 구조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작은 혈관으로는 투석할 수 없기 때문에, 투석관은 중심정맥이라 불리는 굵은 정맥에 넣어 사용한다. 혈관이 충분히 굵으면서도 피부에서 가까워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주로 목에 있는 내경정맥과 외경정맥, 사타구니 쪽에 있는 대퇴정맥이 있다. 이중 대퇴정맥은 감염에 취약하고 걸어 다니는 환자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석관은 목을 통해 넣게 된다.
투석관의 종류는 크게 급성 신부전에서 단기간 사용하는 것과 만성 신부전에서 장기간 사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단기간 사용하는 투석관의 경우는 쇄골 바로 위쪽 목 부위에서 초음파를 보며 혈관을 찌른 뒤 관을 집어넣어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넣었을 때에는 관이 들어간 피부에서 혈관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아 사용 기간이 길어질 경우 피부를 통해 혈액까지 균이 들어가기 쉽다. 그래서 장기간 사용하는 투석관의 경우에는 쇄골 아래쪽에서 피부를 절개하고 수 센티미터(cm) 정도 길이로 피하에 터널을 뚫고 올라가 목 부위에서 혈관에 들어가는 모양으로 투석관을 넣게 된다.
투석관 사용과 관련하여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샤워할 때에는 투석관의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투석관이 피부에 들어가는 부분과 인공신장기와 연결되는 관 끝 부분은 특히 청결해야 하며, 감염 예방을 위해 인공신장실에서는 보통 투석 후 관 끝을 거즈로 감싸 준다. 투석관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중심정맥이 좁아져 추후 팔에 투석 혈관을 만들어 투석을 받을 때 팔이 붓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투석 혈관을 만드는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루지 말고 받아야 하며 의료진이 정하는 스케줄에 맞추어 제때 투석관을 제거해야 한다.
주의를 기울여도 투석관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하게는 투석관이 빠져나오거나 투석관 안에 혈전(피떡)이 차는 경우, 혈관 내에서 투석관에 대해 이물반응이 일어나 관 주변으로 섬유막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빠져나온 관은 다시 밀어 넣을 경우 감염이 잘 생기기 때문에 교체하여 새 관을 쓴다. 관 안에 생긴 혈전의 경우는 약을 써서 이를 녹이거나 관을 교체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섬유막이 생긴 경우에는 관을 교체하는데, 교체를 해도 짧은 기간 안에 다시 투석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투석관은 가능한 짧은 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음 기고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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