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9
두 번째 혈액투석 방법은 자가혈관 혹은 인조혈관으로 만든 ‘동정맥루’를 이용한 혈액투석이다. 혈액투석을 위해서는 크기가 크고 혈류량이 많으며 피부 바로 밑에 있어서 바늘로 찌르기 좋은 혈관이 필요하다. 동맥은 혈류량이 많은 대신 크기가 너무 작고 깊이 위치하며, 정맥은 크기도 작을 뿐 아니라 혈류량도 적다. 이에 수술을 통해 혈류량이 많은 ‘동맥’과 피부 바로 아래 위치한 ‘정맥’을 연결해서 정맥에 많은 혈류를 유입시키고 정맥혈관의 크기를 키워 혈액투석에 이용하는데, 이것이 ‘동정맥루’이다. 간혹 다리나 목에 동정맥루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양쪽 팔에 있는 혈관을 이용해 만든다. 크기가 커질 만한 정맥이 보이는 경우에는 자가혈관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조혈관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정맥루를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사용하다 보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가 생긴다. 혈액투석 할 때 바늘로 찔리는 부분이나 혈관과 혈관을 연결한 부분, 혈관이 꺾어지고 만나는 부분에서 혈관 벽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동정맥루는 이런 곳에서 잘 좁아진다. 좁아지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혈전이 생기게 되고 동정맥루 혈류가 멈추기도 한다.
자가혈관의 경우, 자가 진찰을 통해 좁아진 것을 발견해 막히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동정맥루를 손끝으로 살짝 눌러 만져보면 퉁퉁 뛰거나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혈류가 느껴지는데, 혈관을 따라 손을 옮겨가며 만져보면 위치마다 그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주로 퉁퉁 뛰는 느낌으로, 어떤 곳은 스르륵 스르륵 하는 느낌으로 만져질 수 있고, 두 가지 소리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혈관의 어떤 부위를 만지면 어떻게 느껴지는지 기억하고 주기적으로 만져보며 느낌의 변화를 보는 것이 자가 진찰이다.
혈관이 좁아지며 나타날 수 있는 흔한 변화는 ▲퉁퉁 뛰는 느낌이 매우 강해지거나 ▲스르륵 스르륵 느껴지던 곳이 퉁퉁 뛰는 느낌으로 변하고 ▲혈류가 느껴지던 곳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거나 ▲혈관 부푼 부위가 이전과 다르게 터질 것처럼 땡땡하거나 바람 빠진 풍선 마냥 탄력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인조혈관의 경우, 좁아지는 것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혈전이 차서 막힌 상태로 시술을 받게 된다. 인조혈관은 벽이 두꺼워 자가 진찰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자가혈관보다 혈전이 잘 생기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종종 인조혈관의 경우에도 가만히 만져보면 자가혈관과 마찬가지로 혈류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느낌의 변화를 만져서 알 수 있다면 주기적으로 자가 진찰을 해 혈관이 막힘을 예방할 수도 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투석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는다. 예전에는 혈액투석받는 당일에만 재개통 시술에 대해 보험(산정특례) 적용을 해주었지만, 이제는 언제나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술은 혈관의 좁아진 부위를 풍선으로 부풀려 넓혀주고, 풍선으로 넓혀도 반응이 없는 경우 스텐트(철 그물망)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혈전이 차서 막혔다면 그 혈전을 제거하고 나서 좁아진 부분을 넓혀주는 과정을 통해 동정맥루의 혈류를 다시 살릴 수 있다. 풍선으로 넓힌다는 것은 좁아진 혈관을 찢어내는 과정인데, 이 과정 중에 약한 혈관이 과하게 찢어지면 주변으로 붓고 멍드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시술 중 혈관을 풍선으로 찢는 과정에서 대부분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쇄골 위쪽에서 팔로 가는 신경다발(상완신경총)을 마취해서 감각을 무뎌지게 한 뒤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상완신경총 마취를 할 경우 반나절 정도 팔 전체의 감각이 무뎌지고 힘이 빠질 수 있다.
환자의 컨디션이 좋다면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재개통술, 혹은 투석관 교체 시술 이후에 급하게 당일 투석을 진행하지 않고 한 번 정도 거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석 혈관에 문제가 생겨 응급으로 시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몇 주 동안 투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술 이후 바로 혈액투석을 받지 못한다면 상태가 위중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혈액투석과 관련된 시술은 종종 응급으로 시행되곤 한다.
한 번 문제가 생긴 동정맥루는 수개월 이내에 다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개통 시술 이후에는 좀 더 꼼꼼히 자가진찰을 할 필요가 있다. 자가 진찰이 어렵거나 재개통 시술을 하는 병원이 가까이에 있다면,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혈류 속도를 측정하거나 혈관조영술(조영제를 사용하여 혈관 그림을 그려보는 시술)을 하여 좁아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관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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