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이어트 약'으로 살 빼는 사람, 마약 중독 위험 있다고?

울산대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

정희진의 약·잘·알(약 잘 알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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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해가 되고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필자는 연초부터 매일 채소를 갈아 먹고 있다. 이제 습관이 붙었고, 자신을 잘 챙기는 기분이 드는 게 좋아서 계속 해보려고 한다. 이처럼 연초엔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관련된 생활습관을 시도할 것 같은데, 대표적인 목표가 ‘체중 조절’일 것 같다.

비만의 기준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이며, 25kg/㎡ 이상을 비만이라고 한다. 키가 160cm라면 64kg 이상부터다. 또한 성인기준으로 남자는 허리둘레가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일 때 복부 비만이라고 한다.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허리둘레가 클수록 여러 질환의 발생 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비만을 관리하는 것이 건강관리에 중요하다. 하지만 원하는 체중을 만드는 것도, 유지하기도 참 어렵다.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식사 조절, 활동량 증가 등 전체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만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어디까지나 식사치료, 운동치료, 행동치료이며, 약물치료는 이 방법들과 함께 시행하는 부가적인 방법이다. 체질량지수 25kg/㎡ 이상인 환자 중 다른 치료방법으로 체중 감량이 되지 않은 경우에 추천된다. 비만치료제의 대표적인 약은 지방분해효소억제제와 식욕억제제이다. 그 외에 몸의 에너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카페인이나 녹차추출물, 변비약 등도 쓰인다. 플루옥세틴은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거나 야식을 끊기 어려운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울증에도 잘 쓰이는 약이니 다이어트 약과 우울증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한다면 전문가에게 꼭 미리 알려야 한다. 2형 당뇨에 쓰이는 주사약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과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어 쓰이기도 한다.

지방분해효소억제제는 먹은 지방이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설되게 한다. 그래서 지방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오르리스타트라는 성분이 이에 해당한다. 먹은 지방의 약 30%를 배설시키고, 약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 이상 지방을 배설시키지는 않는다. 식사 1시간 전에 복용한다. 약을 복용하고 1~2일부터 지방이 많이 배설되고, 복용 중단 후 1~2일 후엔 원래대로 돌아온다. 지용성 비타민의 결핍을 막기 위해서 오르리스타트와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비타민을 복용해주는 것이 좋다. 변실금이나 기름변이 종종 나타나고 지방을 많이 먹을수록 더욱 많이 나타난다.


식욕억제제는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높인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이 이에 해당한다. 식욕 억제를 위해 쓰이는 각성제 성분들은 헤로인, 프로포폴, 대마 등이 속해있는 마약류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규칙이 있다. 한가지 약물만 4주 이내에, 최대 3개월 동안, 19세 이상인 자에게, 체질량지수 30kg/㎡ 이상인 사람에게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질량지수만 보면 가늠하기 어려울 텐데, 키가 160cm에 체중이 77kg인 사람의 체질량지수가 30kg/㎡이다. 이렇게 엄격한 규칙에 따라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사용해야 하는 약물임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 마약, 정확하게는 마약류에 대한 뉴스가 많이 보인다. 클럽에서 이런 마약이 범죄에 이용되었다더라, 미국에 가니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 좀비 마을처럼 보이더라 하는 뉴스들 말이다. 이것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이라서 그런지 체중조절에 쓰는 약에도 마약류가 있다는 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다. 그러나 체중조절 약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일명 ‘다이어트 약’ 성지로 유명한 의원들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수사받는다며 시작된 기사에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체질량지수가 30kg/㎡ 이상인 비만환자에게 체중감량의 보조요법으로만 처방해야 하는 식욕억제제를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도 원한다면 처방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악용해 마약 중독자가 식욕 억제제를 처방받았고, 마약을 대체하기 위해 기분이 좋을 때까지 사용했다는 후속 기사도 나왔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의 중독 전후 사진을 보면 중독 후에 몰라보게 마르게 변한 경우가 많다. 마약이 뇌의 신호를 바꾸고,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들어 배고픔을 못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이때 중추신경계에서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많이 분비시켜 흥분시키는데, 이 때문에 환각, 환청, 불면증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체중조절 약에 쓰이는 각성제 성분의 효과가 이와 비슷하다.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다 이러한 환각을 경험한 사람들이 점점 더 강한 마약을 찾으며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가에서 마약류에 대한 관리를 점점 더 엄격하게 하고 있어 이런 일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개인이 체중조절제를 다이어트 식품 정도로 여기지 않고 조심스럽고 알맞은 방법으로 다루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용량 복용하면 약에 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고, 내성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심장질환 등 부작용 발생위험이 증가하고, 갑작스럽게 약을 중단하면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꼭 주치의의 치료계획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필자 주위에도 다이어트 약을 복용 중인 지인이 몇 있다. 반복되는 체중 조절에 지쳐서 짧은 기간 안에 얼른 체중을 줄이고 싶다고 한다. 약의 도움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사 조절과 운동 등 비약물요법을 6개월 이상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물에만 장기적으로 의존하고 비약물요법을 하지 않으면, 약물을 중단할 경우 다시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약마다 작용하는 방법이 다르고, 가진 질환 등 개인별 상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에서 개인끼리 약을 거래해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꼭 진료 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처방받아야 한다. 비만을 관리하면 다른 여러 질환도 막을 수 있어 건강에 큰 도움이 되니, 생활 습관을 고쳐 유지해야 하고 필요하면 약도 잘 사용해서 각자가 만족스러운 체형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