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지방간은 대사질환의 시작… 몸이 보내는 '경고장' 지나치지 말아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3/03/29 09:22
헬스 톡톡_박철영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회장
성인 10명 중 4명 지방간… 간기능 수치 관리는 기본
혈당·중성지방·혈압·비만도까지 함께 진단해야
남성 유병률 높은 이유는 비만, 체중 감량이 최우선
간기능 높이는 약도 방법… '고덱스', 지방간 호전 확인
간에 지방이 5% 이상 낀 상태인 지방간은 성인 10명 중 4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흔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지방간 진단을 받아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박철영 회장(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지방간을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며 "대사질환이 줄줄이 나타난다는 신호로, 우리 몸에 주는 '옐로 카드'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지방간연구회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에 대한 국가 통계를 냈다. 20세 이상 건강검진 수검자(2009~ 2017년)를 대상으로 한 표본 코호트 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39.3%로 나타났다. 남성은 55.6%로 여성 21.1%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방간을 쉽게 보지 말라?
"지방간은 대사질환의 시작이다. 향후 당뇨병·이상지질혈증·고혈압·암 등의 위험이 같이 높아진다. 시급히 지방간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간의 문제만 봐서는 안되고, 위험 인자를 같이 파악해야 한다. 간기능 수치뿐만 아니라 혈당·중성지방·혈압·비만도 등도 함께 진단해야 한다."
―간에 왜 기름이 끼나?
"잦은 알코올 섭취, 약(스테로이드 등) 복용도 원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칼로리 과잉이다. 우리 몸은 쓰고 남은 칼로리는 나중에 쓰려고 간에 지방 형태로 저장을 한다. 잉여 칼로리를 쓰지도 않았는데 칼로리 섭취를 계속 한다면 간에 '기름'이 쌓여간다. 처음엔 괜찮지만 간에 기름은 '묵은 기름'으로 바뀌어 간에 염증을 만들어 간을 망가뜨린다. 지방간은 지방간염이 되고, 지방간염은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된다. 지방간 상태는 정상 간으로 쉽게 돌아올 수 있지만, 지방간염이 되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줄어들며 간세포가 딱딱해지는 간경화 상태에서는 아예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특히 남성들에게 지방간이 많다?
"비만 때문이다. 남성들의 비만율은 지난 10년 간 크게 늘었다.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비만 기준으로 삼을 때, 19세 이상 남성의 경우 비만 유병률은 2021년 기준 46.3%다. 남성의 절반은 비만인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남성 비만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다보니 코로나 등의 환경에서 비만이 쉽게 증가했다. 비만의 증가는 고스란히 지방간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방간이 당뇨병하고 관련이 많다?
"둘다 대사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 환자 중에 지방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특히 많다. 공복혈당장애와 지방간이 같이 있으면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매우 높다. 지방간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경도 지방간의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2.9배, 중증도 지방간은 6.22배로 높아진다.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지방간이 있다면 심근경색·뇌졸중 등 당뇨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지방간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중증도 지방간(Fatty liver index 60 이상)이 있으면 심근경색증 위험이 1.23배, 허혈성 뇌졸중은 1.25배, 심부전 1.27배, 간암 2.6배 위험이 높아진다."
―지방간 치료에 제일 확실한 것은 체중감량이다?
"그렇다. 체중을 5% 이상 감량하면 간 내 지방이 빠진다. 체중 감량 정도가 클수록 효과가 크다. 다만 체중은 천천히 감량해야 한다. 단기간에 체중 감량을 급격하게 하면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일주일에 최대 1㎏을 감량한다고 목표를 세우고, 하루 400~500㎉ 섭취를 줄여야 한다. 식이 조절과 함께 일주일에 2번 이상 최소 30분 이상 걷기·조깅·수영·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지방간은 워낙 환자가 많은 만큼 고혈압·당뇨병처럼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환자의 생활습관과 위험요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은 없나?
"지방간에 장기적인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다. 보조적으로 당뇨병 약인 '피오글리타존' 'SGLT 2억제제'를 써볼 수는 있다. 그 밖에 간기능을 높이는 약을 써볼 수 있다. 카르티노이드 오로테이트 복합제(약품명 고덱스) 등은 효과에 대한 연구도 나와 있다. 삼성창원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이 전국 8개 병원에서 모집한 당뇨병과 지방간이 같이 있는 7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그룹은 카르티노이드 오로테이트 복합제를 주고 다른 한 그룹은 위약을 주고 12주간 복용하게 했다. 그랬더니 카르티노이드 오로테이트 복합제 그룹은 89.7%에서 간 효소 수치 'ALT' 레벨이 정상화됐다(위약 그룹은 17.9%만 정상). CT 촬영을 했더니 카르티노이드 오로테이트 복합제 그룹은 지방간이 호전됐지만 위약 그룹은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