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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장내 세균을 공격할 때 생기는 일
이슬비 기자
입력 2023/01/17 01:00
염증성 장 질환은 면역체계가 대장이나 소장을 공격해 장 점막에 다발성 궤양, 출혈,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키는 만성 난치성 장 질환이다. 시도 때도 없이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이 어려운데다, 한 번 생기면 완치하기 어렵다. 치료해도 완화와 재발이 반복하며 진행된다. 크론병은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주로 발병하고,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 발생한다.
미국 뉴욕대 랑곤 건강센터(Langone Health) 인구보건학 애덤 페이 교수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덴마크 전국 환자·처방 기록부에 포함된 610만 424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91%가 최소 한 번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았고, 연구 기간 중 3만 6107명이 궤양성 대장염, 1만 6881명이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화관을 치료할 때 널리 사용되는 항생제인 니트로이미다졸(nitroimidazoles)계 항생제와 플루오로퀴놀론계(fluoroquinolones)계 항생제가 염증성 장 질환과 가장 큰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층에서 높은 관계가 나타났지만, 특히 60세 이상에서 니트로이미다졸계 항생제를 사용하면 염증성 장 질환 위험이 61% 증가했고,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하면 54% 증가했다.
10~40세는 약 28% 정도만 위험이 커졌다. 두 항생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지만 페니실린 등 다른 항생제도 염증성 장 질환 위험을 높였고,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생제는 니트로퓨란(nitrofurantoin)계 항생제가 유일했다.
항생제 처방 횟수가 늘수록 염증성 장 질환 발병 위험은 커졌다. 40~60세는 항생제 치료 횟수가 1회 늘어날 때마다 15% 높아졌고, 60세 이상은 항생제 치료 횟수가 5번 이상일 때 95%까지 높아졌다. 발병 위험은 항생제 노출 후 1~2년 사이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사용하고 감기, 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병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론 명확한 세균 감염이 발견된다면 항생제 사용을 보류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소화기내과학회 학술지 '위장관(Gut)'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