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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기라니까요, 항생제를 왜?"… '과다 처방' 여전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환자 10명 중 4명 꼴... OECD서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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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아직도 OECD 수준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는 원인 바이러스만 수백 종이기 때문에 치료 약이 없다. 그런데 감기 환자 10명 중 4명은 항생제 처방을 받았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감기에 항생제 과다 처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19년 38.3%였다. 2015년 44%에 비해 5.7%p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과 비교한 결과, 국내 항생제 처방량은 26.5(DDD)로 OECD 31개국 평균 18.3(DDD)보다 크게 높았다. DDD는 국민 1000명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숫자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률을 낮추기 위해, 의사가 급성상기도감염에서 항생제 처방을 하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며,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강 의원에 따르면 환자의 진단명을 급성하기도감염(폐렴·기관지염 등)으로 변경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폐렴·기관지염 등 급성하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2018년 이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한 감기 증상 항생제 처방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규성 교수는 “단순 감기라고 하기에는 기침, 가래, 열 등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하거나 고령 환자의 경우 폐렴 가능성이 있어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열이 나고 목이 아픈 상기도 감염이라도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일 수도 있고 세균 감염일 수도 있다. 두 가지를 구분하는 임상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0% 정확한 감별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규성 교수는 “대한내과학회 등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감기 초진 처방 등에 대한 교육을 하는 등 자정 노력이 계속 돼 과거에 비해 감기에 항생제 처방률은 감소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급성하기도감염의 경우도 기관지염은 증상이 심할 때만 항생제 처방을 하고 단순 기관지염에서는 처방을 하지 않는다. 폐렴에서는 항생제가 표준 치료이기 때문에 처방을 한다.

감기에 항생제 처방률을 줄이기 위해 ‘정확한 진단’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있다. 이규성 교수는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막기 위해서는 엑스레이를 찍거나 객담(가래)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과잉 검사를 통해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을 늘릴 수 있다”며 “의사 교육과 함께, 환자도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 휴식 등으로 자연 치유 하는 방법이 감기에 항생제 처방 비율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항생제 많이 쓰는 것이 내성 유발
항생제를 필요 없이 자주 쓰면 병원성 세균이 죽지 않고 항생제에 내성(耐性)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항생제 내성은 사람 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병원성 세균에 생기는 것으로, 사람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에 감염이 되면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 치료가 어려워진다. 기존에 썼던 항생제에 반응을 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항생제를 써야 죽고, 병원성 세균이 돌연변이를 계속 하다보면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수퍼 박테리아'가 될 수 있다.

감기처럼 병원성 세균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항생제를 쓰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정상 균(피부 상재균 등)이 내성균으로 변한다. 어떤 사람이 항생제 오남용으로 수많은 내성균을 만들었다면, 본인은 예전에 썼던 항생제를 써서 균을 물리칠 수 없고, 내성균을 다른 사람에게 퍼뜨려 사회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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