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최초의 항생제는 '실수'로 만들어졌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7/05 19:00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여서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이다. 감염 관련 질환에는 대부분 항생제를 쓸 정도로 중요한 약제 중 하나다. 실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개발되기 전까지 수많은 인류는 감염 질환으로 죽어 나가야만 했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단순 '종기'로 인해 사망했다는 왕들의 기록도 많았는데, 이 또한 항생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항생제는 어떻게 개발된 걸까.
때는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험용 배양 접시에 포도상구균을 배양했다. 이윽고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플레밍은 깜짝 놀라고 만다. 배양 접시에 있던 포도상구균이 곰팡이한테 죄다 먹혀버린 것. '실수'로 배양 접시의 뚜껑을 닫는 것을 깜빡해 푸른곰팡이가 생긴 것이다. 흥미로움을 느낀 플레밍은 곰팡이가 세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를 진행했다. 곰팡이를 이용한 항생제, 페니실린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후 플레밍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많은 의과학자가 페니실린의 효용성을 밝히고, 산업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은 패혈증에 대한 페니실린의 효과를 밝혀 플레밍과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어 르네 듀보스가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고, 허친슨 루소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든 연구를 내놨다. 이를 계기로 현재는 페니실린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수백 개 항생제가 개발돼 쓰이고 있다.
페니실린 개발은 단순히 세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페니실린 개발은 다양한 감염병에 이용할 수 있는 미생물 연구가 이어지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점차 의학계는 미생물학과 약리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면서 항종양, 항바이러스 기능을 하는 물질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버려질 수도 있었던 한 의학자의 실수, 그의 실수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인류는 종기로 사망해야 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