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나이 들어 무슨 수술?" 이젠 옛말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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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받아볼 수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해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지만 건강수명은 그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건강수명은 말 그대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말하는데 2018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인데 반해 건강수명은 64.4세에 불과하다. 나이 들어 거의 20년을 아프다는 것인데 이는 곧 노년층 삶의 질과 직결된다.

작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6.4%에 달하는 만큼 노년층 건강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무릎 관절염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60대에서는 60%, 70대에서는 70%, 80대에서는 80%에게서 무릎 관절염 소인이 보일 만큼 노년층이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통증이 극심하고 걷는 것조차 힘들어 적절한 치료가 수반되지 않으면 각종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우울증까지 불러올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무릎 관절염 초∙중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관절내시경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지만 80세 이상의 고령환자는 연골이 많이 닳아 뼈끼리 부딪쳐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되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고령층은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고, 체력적으로도 떨어져 있어 출혈과 더딘 회복 등으로 수술적 치료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임상적 연구와 의료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수술 안전성이 높아짐에 따라 80세 이상 고령환자의 인공관절 수술도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시스템이 접목되어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고 보다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 고령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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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의료진이 말기 퇴행성 무릎관절염 환자에게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고 있다./사진=인천힘찬종합병원 제공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신중섭 과장은 “기존 인공관절 수술도 정확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고령환자일 경우에는 수술 후 더딘 회복, 부작용, 합병증 등 여러 이유로 수술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도입되면서 의사의 임상경험과 함께 컴퓨터를 통한 정확한 데이터 산출로 수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여 고령환자도 안심하고 인공관절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무릎 관절을 제거한 후 인체에 적합한 특수 금속으로 제작된 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손상된 연골과 관절뼈를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것으로 말기 관절염의 극심한 통증을 감소시키고, 관절의 운동기능을 회복시키는 최선의 치료법이다. 여느 수술과 마찬가지로 인공관절 수술도 출혈이 불가피해 추가 수혈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로봇시스템을 활용하면 출혈을 줄여 이러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기존 수술은 고관절에서 발까지의 다리 축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에 30~50cm정도 길게 구멍을 뚫고 절삭가이드라는 기구를 고정시켜 뼈를 절삭하기 때문에 이때 다량의 출혈이 불가피하다. 반면 로봇 수술은 다리의 축이나 인대 균형 등 환자의 무릎상태가 허벅지와 정강이 뼈에 고정된 센서에서 로봇의 수신센서로 전달되어 모니터상에 수치로 보여준다. 집도의는 이 수치를 보며 다리 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허벅지 뼈에 구멍을 뚫는 과정이 생략돼 출혈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안전장치인 햅틱존(Haptic Zone)도 출혈량을 줄이는 데 한몫한다.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가면 집도의가 로봇팔을 잡고 손상된 뼈를 깎아내는데 이때 기존에는 의사의 감과 실력에만 의존했다면 로봇 수술 시에는 절삭범위를 나타내는 햅틱존이 모니터에 보여지고, 집도의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 로봇팔이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인대나 근육 등 주변 연부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 출혈을 더욱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80세 이상 고령환자를 대상으로 2020년 7월부터 7개월간 로봇 인공관절 수술과 일반 인공관절 수술 총 184건(환자 113명)의 수술 예후를 비교 조사한 결과, 로봇 수술이 일반 수술에 비해 수술 후 출혈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기간 동안 헤모박(피주머니)을 통해 배출되는 혈액량이 로봇 수술이 평균 185.1mL, 일반 수술이 평균 279.6mL로, 로봇 수술이 일반 수술에 비해 약 34%나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은 보통 15~20년이지만 수술의 정확도와 수술 후 관리에 따라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다. 로봇 수술은 수술 전에 미리 환자 무릎의 3D CT 영상을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인공관절의 크기, 삽입위치, 절삭범위 등을 ‘예습’해볼 수 있다.

또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가서는 환자의 다리를 움직여보면서 다리 축과 인대 균형까지 고려해 수술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수 있는 가상수술을 진행해 수술의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어 수술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이때 다리가 움직이면서 변하는 다리의 축을 정확히 계산해 수치로 보여주기 때문에 다리 정렬을 더 바르게 교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리 축과 인대 균형을 정확히 맞추면 인공관절을 최적의 위치에 정확하게 삽입함으로써 관절의 운동기능은 물론 인공관절의 수명까지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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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이상 환자의 로봇 인공관절수술 vs 일반 인공관절수술 결과/사진=인천힘찬종합병원 제공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80세 이상 고령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다리 교정각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수술이 수술 전 10.8도에서 3.4도로 교정된 데 반해 로봇 수술은 수술 전 11도로 휘어졌던 다리가 1.9도로 교정되어 일반 수술보다 다리 축이 더욱 바르게 교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연령대에 비해 휜 정도가 심해 상대적으로 수술이 힘든 80세 이상 고령환자들의 교정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중섭 과장은 “다리 축이 바르게 교정되면 신체 하중이 어느 한곳으로 쏠리지 않고 무릎 전체에 골고루 전달되기 때문에 인공관절의 마모율을 줄여 더 오래 쓸 수 있어 추후 재수술률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술 후에는 무릎으로 가는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쪼그려 앉는 등의 좌식생활보다 소파나 식탁을 사용하는 입식생활을 하는 등 평소 생활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