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한국인 腸 맞춤 '토종 유산균'과 친해지세요

정명준 한국미생물학회 부회장

[미생물 박사의 한국산 유산균 이야기] ③

이미지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 비타민,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과 면역력에 좋은 음식의 국내 소비량이 늘었다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자체가 질병 치료 효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총)을 변화시켜 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의 면역 증진 효과는 사람들이 살아온 지역의 역사, 음식, 기후, 토양 등에 따라 다르게 발휘된다.

한국인은 청양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정도로 매운맛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식재료가 다양해지고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기회가 늘었지만, 한국인의 DNA에는 맵고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 '전통 입맛'이 남아있다. 이와 관련, 한국인의 위와 장은 한국인이 많이 섭취하는 식재료에 맞게 발달했을 것이고, 그러한 위장에 잘 살아남는 토종 유산균이 우리 국민에게 가장 잘 맞는 '프로바이오틱스'일 것이다. 고기, 치즈, 우유를 많이 먹는 서구인의 장내 환경과 김치, 젓갈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장내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인의 장 속에는 김치, 된장 등 우리 전통 발효 음식과 마늘, 양파, 고추 등 매운 향신료에 적응한 미생물이 대거 존재한다. 이런 한국인 장내 환경에 수백 년간 적응하며 적자생존 과정을 거친 것이 '한국산 유산균'이다. 유산균은 같은 종이라도 유전자 구성이 10% 이상 차이 난다. 서양인 장에서 분리한 유산균과 한국인 장에서 분리한 '한국산 유산균'은 장내에서 완전히 다른 생리 활성과 생존 적응력을 갖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반만 년간 무수한 전쟁, 기근을 경험하며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해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음식인 발효 식품, 염장 식품을 식단에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유산균'이기도 하다.

우리의 숙제는 과거와 달라진 식생활 문화 속에서 '한국산 유산균'과 계속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법을 찾는 것이다. 최근 서구화된 음식, 가공식품 섭취, 장기 약물 복용이 늘어나면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산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유산균을 선택할 때는 단순한 균의 수보다 균의 비율을 확인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있는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항생제 내성이나 독성 유전자 여부가 확인됐는지, 복용 중인 약이나 기타 건강제품과 유산균을 함께 복용할 때 문제는 없는지 의사 또는 약사에게 상담한 후 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앞서 언급한 김치, 된장, 간장 등 우리 전통 발효식품에는 유익균이 많아 자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관련기사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