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양막의 재발견… 손상된 각막·결막 재생 돕는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양막, 상처 치료 성장인자 함유… 콘택트렌즈 이용해 안구에 이식

회사원 이모(46)씨는 최근 글씨가 흐리게 보여 안과를 찾았다. 안구의 각막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원추각막(圓錐角膜)이란 진단이 나왔다. 각막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수술을 받고 '양막이식술'을 함께 진행하면 눈이 잘 회복된다는 말을 들었다. 양막이 뭔지 몰랐던 이씨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양막의 다양한 쓰임새에 놀랐다.

양막(羊膜)은 원래 아이를 낳고 나면 버려지는 인체조직의 일부인데, 지금은 산모의 기증을 받아 상처 보호·염증 감소·유착 방지 등 의료용 목적으로 쓰인다. 유럽에서는 당뇨성 발궤양 치료와 척추 수술, 화상 치료, 안과 질환 치료에 사용하며, 국내에서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안과 질환 치료에 쓴다. 화상 치료와 척추 수술 분야는 허가 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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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가 안구에 양막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 서울성모병원 제공

안과 질환에서 양막은 이식술을 통해 사용된다. 양막이식술은 원추각막의 교차결합술, 심한 각막궤양에서 재생이 잘 안 되는 경우, 각막 화상, 라섹, 스티븐스 존슨 증후군(피부나 점막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인한 결막 손상이나 각막 손상이 있을 때 이뤄진다. 양막이 상처 치료에 필수적인 성장인자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표피성장인자(EGF), 형질전환생장인자(TGF-b),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등 성장인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성장인자는 상처난 각막·결막이 빠르게 회복되도록 돕는다. 각막·결막에 염증과 흉터를 만드는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과거에는 성장인자가 필요한 안과 질환에 돼지 양막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種)이 다르기에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도 따랐다. 사람의 양막은 인체조직이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없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원추각막의 교차결합술에서는 각막상피를 다 벗겨내기 때문에 재생효과가 있는 양막이식술이 필수적"이라며 "양막이식술을 함께 시행한 환자는 통증이 덜하고 각막·결막 상처도 빨리 아물며, 각막 혼탁도 덜하다"고 말했다. 눈에 섬유혈관성 조직이 증식해, 검은자위인 각막이 찌그러져 보이는 익상편 역시 수술할 때 양막이식술을 병행하면 조직을 떼어낸 곳의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된다. 양막이식술을 하면 익상편이 잘 재발하지 않는다는 중앙대·한림대·동아대병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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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막이식술을 할 때는 양막을 안구에 꿰매 직접 고정시키기도 하지만, 보통은 콘택트렌즈를 사용해 가볍게 붙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병변에 콘택트렌즈 크기의 양막을 붙이고, 그 위에 시력교정용이 아닌 고정용 콘택트렌즈를 올리는 것이다. 기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원추각막 교차결합술의 경우, 수술이 끝나면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로 있다가 1주일 뒤 병원에 와서 제거한다.

☞ 양막


태아와 양수를 주머니처럼 싸고 있는 얇은 막이다. 태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양수가 터진다’고 하는데, 이때 파열되는 게 양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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