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8살에 벌써 초경을…" 성(性)조숙증 아동 4년 새 7.6배 늘어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우리 딸은 7살밖에 안 됐는데, 가슴에 몽우리가 잡혀요", "8살인데 벌써 초경을 시작했어요. 초경이 이르면 키가 안 자란다는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성장클리닉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몸이 너무 일찍 어른처럼 변하는 아이들(성조숙증)이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정상보다 이른 나이에 성호르몬이 분비돼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질병이다. 여자 아이는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커지거나 음모가 나고 초경을 하며, 남자 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진다.

박미정 상계백병원 소아과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5~13세 아동은 2004년보다 지난해 7.6배 늘었다.

성조숙증 아동이 급증한 이유는 비만 아동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비만하면 2차 성징이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렙틴'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과량 분비된다. 여자 어린이는 살이 찌면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타이즈'라는 효소까지 많이 나와 2차 성징이 더욱 일찍 나타난다. 박 교수는 "실제로 성조숙증은 여자 어린이가 남자 어린이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최근 자녀의 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조숙증을 의심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부모가 크게 늘고 있다. 사람은 2차 성징이 나타난 뒤에는 키가 많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성조숙증이면 키가 초등학생 정도에서 멈출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성조숙증 증상이 있다며 병원을 찾는 아동 10명 중 8~9명은 사춘기가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빨리 온 것일 뿐 성조숙증이 아니다"고 말했다.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난 경우, 치료가 필요한 성조숙증인지 단순히 사춘기가 일찍 나타난 것인지는 골연령과 성호르몬 농도 검사를 받으면 알 수 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으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사를 정상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는 12~13세까지 1달에 1번씩 맞는다. 주사를 맞는 동안 여아는 가슴 몽우리가 작아지고 생리가 없어지며, 남아는 고환 크기가 줄어든다.

성조숙증 예방법은 어릴 때부터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 관리를 하는 것이다. 계란이나 콩나물에 성장 촉진제가 들어있어 이런 식품을 많이 먹으면 초경을 일찍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식품에 들어있는 성장 촉진제는 성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없으므로 초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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