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 강해 안할 수 없고, 하자니 부담되고

서울 마포구의 권혁순씨는 조선일보 독자란에 '첫 아이 때는 없었던 로타바이러스를 맞아야 한다고 들었다.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위험성을 듣고도 안 맞힐 부모는 없지만 너무 비싸다'는 내용의 글을 투고했다.

권씨처럼 로타바이러스 백신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로타바이러스란 2~3세 아이들에게 잘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영유아 급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나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감염된 아이의 대변을 만진 손으로 다른 아이를 만지면 감염된다.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설사와 복통 등을 막기 위한 예방백신이 개발돼 작년부터 국내에서도 접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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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먹는 약으로 돼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란 교수는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 효과가 90% 이상이다.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심한 장염으로 입원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예방 백신의 효과는 큰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을 2~3번 접종하려면 26만~30만원이 든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 백신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접종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암, 결핵 등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병도 아닌 '장염'을 예방하기 위해 큰 돈을 들여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여전히 있다.

부모들은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이 필요하면 국가가 필수 예방접종으로 정해 비용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수 교수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 약값을 빼고도 병원비만 70만~80만원 정도 든다. 이를 고려하면 예방접종이 터무니 없이 비싸지는 않다"고 말했다.

보건위생이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로타바이러스 감염은 줄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로타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김동수 교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의 대변에는 밀리리터(mL) 당 10억개의 바이러스가 사는데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개수는 밀리리러 당 10개면 충분하다. 한번 대변을 만진 사람은 소독비누로 손을 씻어도 30%는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2~3세부터 어린이집이나 탁아시설 등 공동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바이러스 노출 기회도 더 늘었다. 이 때문에 모든 아이에게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접종이 권장되지만, 몸이 약한 아이들은 꼭 맞히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 ▲바이러스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생후 6개월~3세 때 체중이 정상체중보다 적은 아이 ▲신생아·영아 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아이 ▲선천성 심장 질환이나 면역에 문제가 있는 아이 ▲집이 아닌 어린이집이나 유아원에서 맡겨 키울 아이 등은 꼭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먹는 약으로 돼 있으며, 생후 6주부터 생후 8개월까지 1~2개월 간격으로 2~3번에 걸쳐 접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