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25
자식들은 커가면서 부모님의 뒷모습이 하염없이 작게 느껴져 마음 아플 때가 있다. 이는 본인의 신체가 커졌기 때문에 느끼는 심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목뼈와 목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의 높이는 5~6mm다. 이 디스크는 80%의 수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노화와 함께 이 수분이 점차 빠져나가면서 65%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노화에 따라 키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고령의 어르신을 떠올리면 대부분 ‘굽은 허리에 지팡이를 진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 그렇다면 허리가 굽는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과거에는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구부러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노인들의 굽은 허리는 척추후만증이나 척추관 협착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척추가 망가지는 원인은 노화에 따른 척추의 퇴행과 반복적인 잘못된 자세에 있다. 특히 농사를 많이 짓는 시절에는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많았다. 농사일 대부분이 쭈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힌 자세를 장시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척추가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50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키가 조금씩 작아진다. 폐경을 맞이하면서 뼈 속의 칼슘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골다공증을 겪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 때 뼈가 약해지면서 골격계 골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그 중 주의를 요하는 위험한 골절이 바로 흉〮요추 골절인 척추압박골절이다. 골다공증이 중증도를 넘어 심해지면 특별한 외상이 없이도 척추가 주저앉는 압박골절이 발생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엑스레이에도 잘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다가 조그만 충격에도 갑자기 뼈가 내려앉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성인이 된 자식들이 작아진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넘기고 마음만 아파한다면 부모님의 병환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발병 시 허리가 굽기 때문에 ‘꼬부랑 노인병’이라는 별명이 있다. 보통 40대에 시작해 50~60대에 점차 악화되나 조기에 치유하면 별다른 합병증 없이 간단한 시술로 개선할 수 있다. 최근 내시경치료가 발전하면서 ‘내시경 척추관 성형술’을 통해 절개 없이 두 개의 구멍으로 근치적 수술이 가능하여 정확도는 물론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하면 다리가 찌릿찌릿하게 아프고 허벅지나 종아리가 당기는 통증이 아래쪽으로 뻗쳐 내려가는 하지방사통이 발생한다. 이는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이 발생하는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흡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질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허리디스크 환자의 경우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심해지는 것에 비해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허리를 구부려야 척추뼈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통증이 완화된다는 것 이다. 이 때문에 척추관 협착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허리를 고의적으로 구부리고 걷기 되고 습관적으로 걷다 쉬기를 반복하는 증상을 관찰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연세가 높은 부모님이 계시다면 통증의 유무를 떠나 병원을 방문하여 근골격계 전반적인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가 굽은 노인들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질환이다. 장기간 통증을 참고 지내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면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이르는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하여 즉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백세 인생을 위한 쉽게 풀어쓰는 척추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