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29
“훼스탈 이름을 바꿔야겠어요.”
얼마 전 일반의약품 안전사용교육을 나간 중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이 나에게 “훼스탈 이름을 바꿔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왜? 약 이름이 참 어렵지?”라고 물어보니, 해당 학생의 응답이 예상을 빗나간다.“편의점에서 훼스탈을 달라고 했더니 약 포장지 색깔이 흰색이라고 담배 사이에 끼워 놨더라고요. 그러니까 훼스탈 이름도 바꾸고 포장도 바꿔야 할 거 같아요”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20대 후반 남성이 우리 약국으로 와서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판콜에이 시럽과 판피린 티정을 같이 먹고 너무 어지러웠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물어보러 오기도 했다.
약사도 생활인이다 보니 365일 24시간 약국을 운영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시간에 발생한 응급환자들이 일부 상비약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도록 한 ‘편의점 의약품 판매제도’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도 대부분의 약국은 며칠간 문을 닫을 것이다.
편의점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인체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한 의약외품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의약품은 전문의약품보다 약리작용이 강하지 않아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부작용의 발생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약이다. 편의점 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몇 개를 지정해 놓은 것이므로 과량 사용시 나타나는 부작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불편해도 반드시 편의점에서 약을 살 때는 한 가지 의약품만 사용하도록 하고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은 후 용량 용법을 지켜서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 후 이상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약국에 문의를 하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은 2가지 성분의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 2종류가 있다. 포장은 비슷해도 액상소화제, 파스, 연고, 비타민, 구강용 트로키 등이 의약외품으로 판매 중이라서 일반의약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1.해열진통제
연령별 타이레놀과 부루펜 시럽이 있다. 타이레놀은 위장장애가 없는 해열진통제로 식사와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분들이 애용한다. 통증을 없애고 열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좋지만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없어 약을 한두 번 먹어도 증상의 개선이 없다면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하는 게 좋다. 타이레놀의 유일한 단점은 술을 매일 3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간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레놀은 4가지 종류이다.
1) 타이레놀 정 500mg
만 12세 이상 성인들이 먹을 수 있는 약이다. 타이레놀 복용량은 1회 1~2정인데 가능하면 1알씩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병원 처방 의약품 중 단골 처방약이고 약국에서 파는 각종 의약품에도 포함돼 있다. 하루에 복용할 수 있는 타이레놀의 최대량이 4000mg이므로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먹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타이레놀 최대복용량을 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간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매일 반주(飯酒)를 한다면 약의 복용량을 줄여야 한다. 모든 약은 간에서 대사와 해독과정을 거쳐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타이레놀은 간에 주는 부담이 심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구입했다면 최소량인 1알을 복용하는 습관을 들이자. 술을 먹고 생긴 두통에 타이레놀을 먹는다면 이는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국에서는 병원 처방약으로 타이레놀을 복용중인 환자가 자가 구입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두통약이나 코감기약을 병원 처방의약품과 한꺼번에 복용하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년간 식약처에 보고된 타이레놀의 부작용 건수가 2000건이 넘는다. 대표적으로 보고된 부작용은 발진, 욕지기, 두통, 가려움증, 발열, 위장장애, 간 손상 등이다.
2)타이레놀정 160mg
만 6세~만 12세 까지의 알약을 잘 삼키는 어린이용으로 8정으로 포장돼서 나온다. 몸무게에 따른 용량을 잘 확인하여 용량이상으로 복용하지 않도록 하고 한번 투약이후 두 번째 투약까지는 4시간의 간격을 두어야 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3)타이레놀정 80mg
만 2세부터 만 12세까지 이가 있어 알약을 씹을 수 있는 어린이용으로 10정으로 포장돼 있다. 몸무게보다 많이 먹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딸기맛이 첨가돼 있고, 씹어 먹는 제형이라서 아이들이 한꺼번에 여러 알을 먹기도 하므로 반드시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
4)타이레놀 시럽
식약처에서는 열이 나는 영유아에게 해열제를 함부로 먹이는 것이 영유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해열제는 사용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38.5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도록 하고 우선 충분한 휴식과 안정, 수분섭취를 시키도록 한다. 타이레놀 시럽은 4개월부터 먹일 수 있지만 몸무게 당 용량을 잘 지켜야 한다. 예방주사를 맞은 경우에도 병원의 지시에 따라 해열제를 먹이도록 한다.
5)부루펜 시럽
부루펜 시럽은 12개월이 지나야 복용이 가능한데 나이와 몸무게에 따른 용량을 잘 확인해 과량이 복용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발열은 인체에 침입한 균과 정상적으로 싸워 이기는 과정이므로 과도하게 열이 떨어지면 병이 깊어질 수 있다. 또한 열이 2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한꺼번에 과량 먹이면 위와 콩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감기약
판콜 내복약과 판피린 티정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감기약이다. 이 약들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 있다. 해당 감기약을 해열제로 사용하면 안 되고, 해열제와 함께 먹으면 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약 포장지 등에 명기된 용량에 따라 감기약 1종만 섭취하도록 한다.
3.소화제
훼스탈정, 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이 있다. 한 번에 과량 복용하지 않도록 하고 1~2회 복용으로도 편안해지지 않으면 다른 질환을 동반할 수도 있으므로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한다. 단 7살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자의 판단으로 함부로 먹이면 안 된다.
4.파스
아렉스파스와 제일쿨파스가 있는데 3살 이하는 사용하면 안 된다. 발진이나 가려움 등의 과민반응이 생기면 즉시 파스를 제거해야 하며 동일 부위에 재부착하면 과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먹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동시에 파스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약과 독은 한 몸이다. 불편한 증상을 조금 덜하게 하자고 약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소리 없는 장기인 간에 많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소중한 내 몸을 위해 조심조심 복용해야 한다.
황은경 약사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