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25

잠복결핵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5월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진단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청자에 한하여 진행되며 내년부터는 전체 고등학교 1학년이 의무검진 대상이 된다고 한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앞선다. 무료로 잠복결핵검사를 해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만약 내 아이가 잠복결핵 양성으로 판정이 된다면 어떻게 할까? 결핵치료 약은 부작용이 크다고 하는데 복용해도 될까? 한국 사회에서 고등학생이라는 위치는 매우 특별하다. 한 주, 하루 아니 단 몇 시간이라도 아프게 되면 혹시나 공부에 지장을 줄까 걱정하는 게 엄마이자 학부모 마음이다.

왜 고등학생이 대상인가 잠복결핵(Latent Tuberculosis Infection, LTBI)이란 결핵에 감염되었으나 증상이 없는 상태다. 전염성은 없지만, 가까운 시일 또는 먼 미래에 전염성 있는 활동성 결핵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잠복결핵이다. 한국은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에 정부에서는 최근 결핵 퇴치를 위해 적극적인 검진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고등학교 1학년이 잠복결핵 의무검진 대상이 됐을까? 집단생활을 하고, 감염률이 낮고, 발병 위험률은 높아서다. 또한 최근 3년간 전국 고등학교 48%(1093개 학교)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 2015년 인천 연수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집단 결핵으로 학교 전체가 임시 휴교를 하기도 했다. 여러 명이 모여 생활하는 학교라는 환경적 영향도 있다.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입시전쟁을 치르기 전에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된다.




혈액으로 24시간 내 잠복결핵 확인

잠복결핵검사에는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가 있다. 피부반응검사는 ‘투베르쿨린’ 용액을 팔의 안쪽에 주사하고48~72시간 이후 주사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측정한다. 측정을 위해 환자는 병원에 재방문해야 한다. 혈액검사는 작은 혈액을 채취하여 검사하며, 환자의 재방문이 필요하지 않고 24시간 이내에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고등학생의 잠복결핵 검사를 위해서는 이 혈액검사가 사용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잠복결핵 약물 치료법은 총 4가지인데, 이번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잠복결핵 치료법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총 12주간 약물(리파펜틴 혹은 이소니아지드)을 복용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리파펜틴과 이소니아지드의 주요 부작용은 간독성(0.4%), 두드러기(0.8%), 과민반응(3.8%)이 있다. 간독성은 결핵약으로 인해 간효소치가 상승하는 경우인데, 대부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장약을 함께 투여한다. 잠복결핵 환자들은 결핵균을 전파하지도 않고 질병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끝마치는 환자가 50% 미만이다.

매일 9개월간 복용해야 하는 결핵약에 비해 일주일에 한 번 12회 복용하는 방법은 치료성공률이 매우 높다. 특히 하루하루 바쁜 한국의 고등학생이라면 간편하고 짧은 복용 횟수가 중요하다. 복용을 까먹거나 귀찮다고 먹지 않는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복용 여부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DOT(Directly Observed Therapy)라는 외부 건강 관리자가 환자의 결핵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한다.

건강관리자는 가족 일원이어서는 안 되며, 결핵약을 가지고 직접 방문하며,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학급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쉽게 번져 메르스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수많은 역병(전염병)이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역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을 선정하고 질병을 조기에 치료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사람에게 번지기 십상이다. 일례로 1938년 미국에서 사망한 마리라는 요리사는 장티푸스균 보균자로 수년간 뉴욕시에서 요리사로 일을 하면서 51명에게 균을 전염시켰으며, 그 중 3명이 사망했다.

바쁜 고등학교 재학 시기에 검진을 받고, 3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같은 학급의 단 1명이라도 잠복결핵 환자가 활동성 결핵으로 이환된다고 하면 같은 학급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학생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치료는 필수다.

최근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사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비상식적인 행위이나 필자도 오랫동안 의약품에 대해 공부해오면서 의약품의 남용과 부작용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아는지라, 그 마음은 조금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시기 적절한 질병 진단과 적절한 의약품 사용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이다. 나 홀로 산속에서 누구하고도 접촉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오늘날 우리는 매분 매초마다 수없이 많은 질병을 지닌 누군가와 만나고 스쳐 지나간다. 살아가면서 나 자신과 주변의 모두를 지키는 일을 행하는 것은 의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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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약사칼럼

[서울시약사회]
김형선 약사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박사 수료,
SUNY Buffalo, 예방의학과 보건학석사(역학 및 생물통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김형선 약사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