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8

수년간 병원 컨설팅을 하면서, 조직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여유와 건강을 희생하면서 바쁘게 일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왔다.

병원에서 일하면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너무 바빠서 주어진 일을 할 시간도 부족해요.”
“우리도 그거 하고 있어요. 해봤는데 별로 효과 없을 거예요.”
“우리병원은 달라요. 얼마나 오래된 병원인데...해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사람이 부족해요. 몇 년째 필요하다고 요청하는데 받아주질 않네요.”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노력하는 개인이 모였는데, 왜 그 노력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과연 조직 내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개인 역량 때문일까, 아니면 조직의 문제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의 자원을 활용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라는 블랙박스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스템이라고 편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 시스템이다. 인체의 골격을 골격계(skeletal system), 태양과 태양의 중력에 의해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천체를 태양계(solar system), 조직 내 지식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통합적인 지식 관리 방법을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이라고 부른다. 생각의 영역에서 근본적인 것을 찾는 것을 사상체계 혹은 철학체계(a system of thought (philosophy))라고 부른다. 이처럼 아주 미세한 원자의 세계에서 큰 우주에 이르기까지, 순수 자연에서 인간이 만든 것까지,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까지 모두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 세계가 시스템의 모음인 것이다.

여러 정의를 토대로 시스템을 정의하면 ‘목적 달성을 위한 질서의 집합’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집합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규정이 될 수도 있고, 무생물이 될 수도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노력을 조직의 성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탁월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탁월한 시스템의 조건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통해 시스템의 기본 속성, 탁월 조건, 전제 조건 등 아홉 가지 요소를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시스템의 9요소]


본 칼럼에서는 시스템의 기본 속성 중 목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목적성’은 시스템이 존재 이유이다. 이는 나침반과 같아서 내·외부 여건 변화에 따른 시스템의 조정이 필요할 때 흔들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그 방향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주어진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병원에서는 유독 ‘다른 병원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경영자들 중에도 ‘A병원이 하면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또는 ‘B병원도 안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방편으로 다른 병원 벤치마킹을 자주 선택한다. 벤치마킹을 계획하고 결과를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벤치마킹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병원은 많이 돌아보았고, 좋았던 것 같은데 실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좋은 것 같아 도입했지만 우리 병원 현실과 맞지 않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한다.

사전에 왜, 무엇을 보고 싶은 지가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해당 병원을 둘러보는 투어 수준에 그치게 된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질문을 구체화할 수 없고,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답도 모호해져 활용도가 떨어진다.

강남에서 소아과의원를 운영 중인 한 원장님은 다른 소아과 의원을 벤치마킹하지 않는다. 다른 소아과 의원을 단순히 따라 해서는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것이 원장님의 지론이다. 오히려 종합병원의 다른 진료과, 동물병원, 호텔 등 다양한 곳의 사례를 분석해 적용한다. 분명한 목적은 시야를 넓혀주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준다.

타 산업에서 의료계를 벤치마킹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와인 애호가인 그렉 렘브래트는 와인 코르크를 따고 남은 와인이 산화돼 맛이 변하는 게 불만이었다. 그는 외과의사들이 수술할 때 손상을 최소화하려고 사용하는 초미세 바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코르크를 따지 않고 병에서 와인을 빼낼 수 있는 코라빈을 만들어 상용화했다. 남은 와인의 맛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먹고 싶다는 목적이 와인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수술실에서 답을 찾게 한 것이다.

‘강한 목적(compelling purpose)’을 가진 기업들은 재무성과, 내부 구성원 만족도, 고객만족도에서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25% 이상의 높은 성과를 낸다는 조사 결과가 있으며(Deloitte study, 1,310명 대상), 이미 IBM, Nestle, Toyota 등 유수의 기업들은 조직이라는 시스템이 강한 목적을 가지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시스템의 존재 이유인 목적성을 분명히 해야 그에 따라 일관된 규칙을 만들 수 있고, 시스템 내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기고자 : 삼정KPMG 박경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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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병원 경영시스템 만들기_병원은 피곤하다.

[삼정KPMG]
박경수 실장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KICPA(한국공인회계사)/AICPA(미국공인회계사)
전) 엘리오앤컴퍼니 팀장
현) KPMG Healthcare 본부 실장

병원 구성원들이 바쁘게 일하는 만큼 성과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