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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알약/사진=노보노디스크 제공
주사 대신 알약으로 먹을 수 있는 비만 치료제가 미국 시장에 공식 등장했다. 최고 용량이 월 40만원대 가격으로 책정된 가운데, 한국 시장 출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5일(현지 시각) 위고비 알약(위고비 필)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위고비 알약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FDA가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최초 승인한 1일 1회 먹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로, 세마글루티드를 주성분으로 한다. 주성분이 위고비 알약과 동일한 '리벨서스'가 2019년 9월 FDA의 승인을 받기도 했으나, 리벨서스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된 약이다.

FDA는 위고비 알약을 비만 적응증 외에도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주요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용도로도 승인했다. 초기 치료는 최소 30일 동안 1.5mg로 시작하며, 30일에 한 번 유지 용량으로 증량할 수 있다. 증량은 4mg, 9mg, 25mg이 있으며,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위고비 알약의 FDA 승인의 근거가 된 연구는 위고비 알약과 위약(가짜약)을 비교한 임상 3상 시험 'OASIS-4'다. 임상에서 위고비 알약은 치료를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평균 13.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며, 위약군은 평균 2.4%의 체중을 감량했다. 모든 환자가 치료를 지속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는 체중 감량 효과가 평균 16.6%까지 증가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보험 적용 없이 약가를 전액 본인 부담하는 환자에게는 1.5mg 제형과 4mg 제형을 월 149달러(한화 약 22만원)에 판매한다. 다만, 4mg 제형은 오는 4월 16일부터 월 199달러(한화 약 29만원)로 인상될 예정이다. 회사에 따르면, 보험이 없는 환자의 25mg 제형 복용 비용은 월 299달러(한화 약 43만원)다.

판매는 미국 약국과 원격의료 제공업체 등을 통해 이뤄진다. 회사가 공식 발표한 주요 판매 경로에는 CVS, 코스트코와 같은 미국 약국뿐만 아니라 로(Ro), 라이프MD, 웨이트 워쳐스, 굿RX 등 원격의료 제공업체와 노보 노디스크의 직접 환자 판매 경로인 '노보케어 파마시'가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출시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 대비 우위를 점하게 됐다. 회사는 위고비 알약이 주삿바늘을 꺼리는 환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주사제의 유통을 위해 필요한 콜드체인의 필요성과 최종 제품의 냉장 보관 같은 제약을 없애 환자들의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에드 신카 마케팅·환자 설루션 담당 수석 부사장은 "이번 위고비 알약의 출시로 체중 관리에 관심은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약이 나올 때까지 망설여 온 환자들에게 선택지가 생겼다"며 "당사는 약물이 필요한 모든 환자들이 위고비 알약을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처음 허가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위고비 알약의 국내 도입 시점은 미지수다. 다만, 위고비 주사제가 국내에 허가·출시될 당시 노보 노디스크 본사가 한국을 출시 우선 국가 명단에 포함시킨 바 있어, 알약 역시 국내 도입 논의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에 회사 또한 출시를 위해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25mg의 국내 도입에 대해 관련 보건당국과 성실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는 자체 먹는 비만약인 '올포글리프론'의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미국 전문의약품 비만 시장에서 이중 GIP/GLP-1 작용제인 '젭바운드(한국 제품명 마운자로)'로 노보 노디스크를 제친 바 있는 기업이다. 올포글리프론은 펩타이드 의약품인 위고비 알약과 달리 합성 의약품으로,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앞서 일라이 릴리는 작년 4분기 FDA에 올포글리프론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올해 3월을 예상 승인 시점으로 판단했으나, 아직 FDA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허가 예정일은 없다.

다만, 승인 시점이 일라이 릴리의 예상보다 더 당겨질 가능성은 있다. FDA가 작년 11월 올포글리프론을 국가우선바우처(CNPV) 프로그램 대상으로 지정해서다. 국가우선바우처는 FDA가 안전성·효능·품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국가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제약사의 신약 검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제도다. 우선 심사 대상에 부합하는 조건은 혁신성, 공중보건 위기 대응, 대규모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네 가지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가우선바우처 프로그램으로 지정되는 의약품은 1~2개월 내에 신속하게 허가될 수도 있어, 올해 3월보다 빨리 승인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