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방송된 tvN 스토리 예능 ‘화성인이지만 괜찮아’에서 기면증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의 일상이 공개돼 화제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그는 집 복도에 쓰러져 있다가 힘들게 일어나 양치를 시작하지만 이내 다시 눕는다. 그는 “일반 칫솔을 쓰면 그대로 물고 자버려서 전동칫솔을 사용한다”며 갑작스러운 졸음을 견디지 못하는 기면증 증상을 보였다.

그는 “기면증 증상 중 탈력발작이 있다”며 “밖에서 넘어질 때를 대비해 백팩을 에어백처럼 들고 다닌다”고 했다. 실제로 길을 걷다 갑자기 의자에 주저앉아 잠드는 모습도 방송됐다. 그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이후 병원으로 출근한 그는 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를 맞았다. 이를 본 패널 안정환은 “진료하다가 졸면 어쩌느냐”고 물었고 그는 “기면증은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없어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탈력발작을 완화하는 약으로 증상을 조절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방송 중간에도 잠들었다 깨는 모습을 보여 패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이처럼 기면증은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이유 없이 졸음과 무력감이 생기는 질환이다. 졸음이 계속 쏟아진다는 점이 특발성 수면과다증과 유사하지만 특발성 수면과다증은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잠을 자고 낮잠을 자도 졸림이 해소되지 않아 계속 졸려하는 반면, 기면증 환자는 20분 정도 낮잠으로도 두 시간 가량 졸림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면증 환자 중 50~70%는 ‘탈력발작(脫力發作)’을 겪는다. 탈력발작은 근육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것으로 강한 감정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눈꺼풀, 턱, 고개 등 얼굴에 국한된 가벼운 증상부터 몸, 무릎 등 전신증상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 몸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질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해 뇌전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기면증 환자의 탈력발작은 무릎과 몸통이 꺾이면서 몸이 접히듯 쓰러지지만 소아 뇌전증 환자의 ‘무긴장성 발작’이나 팔다리에 나타나는 ‘강직발작’은 몸 전체가 일자로 넘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모든 탈력발작 증상이 동일한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비디오 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기면증은 완치가 어려운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증상별로 다르다. 과도한 낮졸음증 개선에는 페몰린,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 제제 등 중추신경흥분제(각성제)가 적용되며 탈력발작, 수면마비 등의 증상을 치료할 때는 일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기면증 개선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수면위생도 철저히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학교, 직장 등의 협조를 구하도록 한다. 음주나 야간 운동 등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기면증이 있다면 운전을 자제하고 꼭 운전을 해야 한다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고탄수화물 위주 식사를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