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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알케르메스, 에자이 등 해외 제약사들이 기면증 치료제 개발을 위해 오렉신-2 수용체 작용제에 주목하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수면장애의 일종인 기면증 신약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오렉신-2 수용체'가 새로운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약사 다케다·에자이와 아일랜드 제약사 알케르메스 등 제약사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5년 세계수면학회 학술대회에서 오렉신 표적 기면증 신약 후보물질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오렉신은 식욕·수면·각성 등 주요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데 기여하는 단백질로, 그중에서도 2형 단백질인 오렉신-2가 수면과 각성 기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오렉신-2가 부족할 경우, 주간졸림증, 허탈발작(갑작스럽게 근육 긴장이 사라지는 상태), 야간 수면장애, 수면마비(가위눌림), 취침·기상 시 환각 등을 수반하는 1형 기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오렉신-2는 수면장애 신약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유망한 표적 중 하나다. 기존에는 주로 수용체를 차단해 각성을 억제하는 '길항제' 계열의 불면증 치료제로 연구해 왔다면, 최근에는 오렉신 결핍 문제 해결을 통해 기면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개발에서 앞서 있는 제약사는 다케다다. 다케다는 경구용 오렉신-2 수용체 신약 후보물질 '오베포렉스톤'을 평가한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 'FirstLight'와 'RadiantLight'의 결과를 공개했다.

오베포렉스톤은 오렉신-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자극해 신호 전달 기능을 회복시켜 오렉신 결핍 문제를 해결한다. 오렉신-2 수용체 활성화를 통해 각성을 촉진하고, 허탈발작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렘수면 유사 현상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베포렉스톤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최대 20억~30억달러의 연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에서 오베포렉스톤은 투여 12주차에 평균 수면 잠복기와 졸림 척도 점수에서 임상 시작 시점 대비 위약보다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이며 주간졸림증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주간 허탈발작이 발생하지 않은 날 수는 주당 0일(치료 시작 시점)에서 주당 4~5일(12주차)가지 증가했다.

약물의 내약성은 양호했으며, 중대한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경증~중등도)은 불면증, 절박뇨, 빈뇨였고 이전 임상시험 결과와 일관됐다. 다케다는 2025년 회계연도(올해 4월~내년 3월) 내에 오베포렉스톤의 글로벌 허가 신청서 제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알케르메스는 1일 1회 복용하는 기면증 치료제 후보물질 '알릭소렉스톤'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 'Vibrance-1'의 결과를 발표했다. Vibrance-1은 92명의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알릭소렉스톤의 세 가지 용량(4·6·8mg)과 위약의 효능을 비교한 시험이다.

연구에서 알릭소렉스톤은 6주차에 최소 24분, 최대 28분 동안 깨어 있을 수 있었으며, 주간졸림증과 허탈발작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주요 이상 반응은 빈뇨, 불면증, 침 과다분비, 절박뇨, 시야 흐림이었으며, 대부분 경증~중등도 수준이었다.

에자이 또한 1일 1회 먹는 기면증 치료제 후보물질 'E2086'의 임상 1b상 시험 결과를 선보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21명의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E2086, 기존 기면증 치료제인 모다피닐, 위약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E2086은 세 가지 용량(5·10·25mg) 모두 각성 유지 테스트에서 위약·모다피닐 대비 환자의 깨어 있는 시간을 더 유의미하게 길게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현기증, 메스꺼움, 빈뇨, 절박뇨였으며, 중증 부작용으로 보고된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