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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난시면 자녀도 난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구 표면이 고르지 못하면 눈에 들어온 빛이 한 점에 초점을 맺지 못한다. 이 같은 상태를 ‘난시’라고 한다. 난시 환자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굴절도가 달라 초점이 한 점에서 만나지 못하고 사물이 흐리게 보인다. 빛이 굴절되는 각막과 수정체에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각막 난시’, ‘수정체 난시’라고도 한다. 분당차병원 안과 남상민 교수는 “각막난시의 경우 빛이 굴절되고 초점이 모이는 눈의 검은자위, 각막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난시는 유전될 가능성도 있다. 키, 머리카락 색처럼 눈동자의 세부적인 형태도 부모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남상민 교수는 “눈동자 모양을 비롯한 사람의 여러 형질은 부모의 유전자로부터 결정된다”며 “부모가 난시가 있으면 자녀 또한 난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모가 난시일 경우 자녀도 난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홍콩 중문대 안과병원 연구팀은 2022년 2월부터 6월까지 ‘홍콩 아동 안(眼) 연구’에 참가한 6~8세 어린이 5708명과 어린이들의 부모 1만1416명을 대상으로 부모 자녀 간 난시 연관성을 파악했다. 부모의 난시 심각성에 따라 어린이들을 6개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안과 검사와 함께 생물학적·환경적·사회인구학적 요인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부모가 모두 1.0 디옵터(렌즈의 굴절력을 나타내는 단위) 이상 난시일 경우 자녀의 굴절난시 가능성이 약 6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막난시 가능성 또한 94% 높아졌으며, 부모 모두 난시가 심할수록 자녀의 난시 위험도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부모가 모두 2.0 디옵터 이상 난시인 경우에는 굴절난시 위험과 각막난시 위험이 각각 3.1배, 4.31배씩 높았다.

부모 중 한 명이 난시일 때도 자녀의 난시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머니가 굴절난시인 어린이는 굴절난시 위험이 76% 증가했고, 어머니가 각막난시면 자녀의 각막난시 위험 또한 70% 높아졌다. 아버지가 굴절·각막 난시일 경우에는 자녀의 굴절·각막 난시 위험이 각각 82%, 33% 씩 상승했다.

연구팀은 부모의 난시가 자녀의 난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독립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캄카와이 교수는 “부모의 난시 중증도 또한 자녀의 난시 위험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모가 난시일 경우 자녀가 일찍 난시 검사를 받도록 권유해 난시를 조기 발견·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