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강직성 척추염, 조기 대응하면 일반인보다 건강할 수 있어” [헬스조선 명의]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8/29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강직성 척추염 명의'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
강직성 척추염은 면역 세포의 공격으로 척추가 굳는 질환이다.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를 싸고 있는 인대가 염증에 의해 뼈처럼 굳어지면 허리를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까닭이다. 다행히 척추 전체가 강직되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약도 아주 잘 드는 편이다. 경계해야 할 건 치료 과정에 대한 불신 및 약물에 대한 부담감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이미 굳어버린 관절과 강직된 척추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 명의임과 동시에 환자다. 고3때 발병해 정확한 병명을 아는 데만 5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에게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 진단, 치료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일반적으로 디스크라고 하면 추간판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들을 일컫는다. 강직성 척추염은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해서 면역 세포가 원인 불명으로 우리 몸을 공격하고 그로 인한 염증이 조직을 파괴하는 질환이다.
-증상도 다른가?
허리디스크는 구조적인 이상이 원인이다. 추간판에 하중이 가해져 신경을 압박하는 자세, 그러니까 허리를 구부리거나 무거운 걸 들 때, 혹은 오래 앉아 있을 할 때 요통이 발생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염증으로 관절강 내에 물이 차게 된다. 통증도 느껴지지만 관절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디스크와 다르게 움직이면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이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면역 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소인이 30~40% 정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는 환경적인 요인들이다. 살아가는 동안 노출되는 수많은 물질들에 대한 과도한 면역 반응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원인을 특정하긴 어렵다. 다만 장내 세균총의 비율과 종류, 트라우마를 받은 관절이나 인대의 회복성이 영향을 끼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유전적 소인을 알고 있다면 예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소위 ‘HLA-B27’이 양성이면 강직성 척추염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백혈구의 혈액형이라 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 인구 중 HLA-B27 양성 비율은 4% 정도다. 이중에서 10% 이내만 강직성 척추염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 없는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받는 건 진단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흔하게 접촉할 수 있는 세균이나 발목 염좌 등도 발병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도 어렵다.
-그렇다면 진단 방법은 어떻게 되나?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관절을 천장관절이라 부른다. 염증이 천장관절을 침범하면 ‘축성 척추관절염’이다. 척추까지 뻗어나가 염증성 요통을 유발하고 엑스레이 상 뼈의 변형이 확인되면 강직성 척추염이라 진단한다. 그러나 평면만 보는 엑스레이의 특성상 염증이 없는데도 있어 보이고 그 반대 사례도 가능하다 보니 과거엔 진단이 늦어지기도 했다. CT나 MRI가 등장한 뒤에는 뼈의 변형 및 강직 정도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뼈의 변형이 없어도 진단이 가능하다. MRI로 뼈 속의 염증을 발견한 뒤 이게 저절로 생긴 염증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실시한다. 여기에 HLA-B27 양성 등의 증거가 추가되면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 과정은 어떤가?
운동 치료와 약물 치료가 있다. 관절이 뻣뻣해지는 병이다 보니 운동 치료는 통증을 없애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염증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핵심이 약물 치료인 까닭이다. 염증을 억제하는 약은 굉장히 흔하다. 소염제라 불리는 항염제가 있다. 낙센 등이 대표적이다. 소염제만 꾸준히 복용해도 요통은 사라지고 염증이 감소하는 환자의 비율이 60~70%다. 아주 싸고 효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소염제가 듣지 않는다면?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한다. 면역세포가 염증세포들을 부르는 신호에 큰 역할을 하는 게 사이토카인이다. 이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게 항체인데 강직성 척추염을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은 항체가 없어서 문제다. 생물학적제제는 만들어진 항체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염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도 대부분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오랫동안 복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부작용은 없나?
소염제는 고령에게서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강직성 척추염은 대부분 젊을 때 발병해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위궤양을 겪는 경우는 흔치않다. 설사 위궤양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약을 중단하면 2~4주 후에 회복된다. 신장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해 모니터링을 하므로 몇 만 명 중 한명 꼴이라고 보면 된다.
생물학적제제 같은 경우엔 사이토카인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이 다르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TNF(종양괴사인자) 억제제’는 결핵에 관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인보다 수치가 좀 높게 나올 뿐 역시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어떻게 되나?
강직성 척추염은 염증이 천장관절을 침범했을 때 진단해서 치료하면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다. 천장관절의 역할 자체가 발을 디딜 때 하중을 줄여준다든가 복압이 늘어날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굳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서 못 막고 염증이 척추까지 올라가면 허리를 움직이는 게 힘들어진다. 등까지 올라가면 흉곽호흡이 어려워지고 목까지 올라가면 목을 돌리지도 못하게 된다.
초기 5~10년이 중요하다. 질환의 특성 상 초기에 증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나이가 들어 면역 반응이 약해지면 증상 진행 속도도 느려진다. 이때부터는 약을 줄이고 아플 때만 먹어가면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병원에 가봐야 하는 증상이 있을까?
관절이 아픈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절이 아픈데 그 부위가 부어오르고, 쉬어도 호전이 안 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만성 기준이 6주다. 6주 정도 기다려 봐도 계속 붓고 정형외과에 가서 일반적인 소염제를 처방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강직성 척추염 뿐만 아니라 저절로 생긴 자가면역질환을 강력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강직성 척추염은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증상의 정도나 질환의 진행 코스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러나 치료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진행을 억제할 수도 있고 아무런 문제없는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소위 건강하다고 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다른 질환들을 빨리 발견한다든가 운동을 함으로써 말이다. 그러니 병원엔 치료 방법이 없다고 여기지 말고 조기 진단을 통해 정상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훈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현재는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학회 산하 척추관절염 연구회, 류마티스 영상연구회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활동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염증과 뼈의 소실, 뼈의 생성 과정이다. 임상 연구는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20여 가지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 및 시행 중이다.
이상훈 교수를 찾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 수는 1년에 1500명을 넘는다. 그 이유는 물론 치료 실력도 있겠지만 이상훈 교수가 강직성 척추염 환자이기 때문이다. 고3에 발병해 정확한 병명을 아는 데만 5년이 걸렸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치료를 받았고 전공까지 류마티스내과로 선택했다. 강직성 척추염을 앓는 의사가 진료를 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환자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해 환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의사로 입소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