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중이염 흔하다고 얕보면 안 돼… 난청 주범될 수도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28 07:00
◇중이염 왜 생길까
중이염은 감기에 걸리면 코에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귀까지 번지면서 발생한다. 코 뒤쪽과 중이는 연결이 돼 있는데, 감기로 코에 염증이 생기면 서서히 중이 안에 염증이 찬다. 어릴 때는 감기에 많이 걸리고, 어른의 경우는 코와 중이 사이의 이관 기능이 나쁜 경우 중이염 위험이 높다.
중이염이 자주 발생하면 청력까지 나빠질 수 있다. 염증으로 중이 안에 이소골이 망가져서 소리가 달팽이관에 전달이 안 될 수 있다. 이를 전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또 염증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달팽이관 자체가 손상될 수도 있다. 그러면 청신경까지 기능을 못해 소리가 들어가도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지 못한다. 이를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박홍주 교수는 “청력을 생각한다면 중이염은 가급적 안 걸리는 게 좋다”며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성인은 이관 기능이 나빠 중이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관 기능을 나쁘게 하는 측농증, 알레르기 비염 등을 잘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이염은 어린이의 경우 열이 나고 귀가 아파 알아차리기 쉽지만, 어른은 열이나 통증이 없다. 귀에 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특별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중이염이 지속 돼 난청까지 와도 모를 수 있다. 청력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시력 검사하듯 청력 검사를
난청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난청은 언제 의심해야 할까? 박홍주 교수는 “주변에서 ‘왜 이렇게 못 알아듣냐’라는 말을 들었다면 한번쯤은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며 “TV 볼륨을 점점 높이거나,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어도 난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력 검사하듯 청력 검사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청력은 얼마나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지 체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말을 잘 알아듣는지도 확인한다. 달팽이관 유모세포가 많이 손상되면 소리는 들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중이염 환자, 인공와우 필요한 경우
중이염은 항생제 등 약물 치료를 제때 하고, 망가진 이소골을 교체해주는 등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중이염이 좋아지면 청력이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신경까지 망가졌다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보청기로도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고도난청 환자라면 인공와우 수술을 해야 한다.
보청기는 소리를 크게 해서 귀에 들려주는 것이고, 인공와우는 외부에서 들어온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듣게 한다.
박홍주 교수는 “달팽이관 유모세포가 다 망가진 사람은 소리를 아무리 크게 해도 못 듣는다”며 “소리를 전기 신호 바꾸면 청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가서 우리가 소리를 인지하는데, 달팽이관이 망가지면 이런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 안에 직접 전극을 심어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기기다. 전기 신호는 뇌로 전달 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박홍주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공와우 수술은 나이가 젊을 수록 결과가 좋다. 정상 청력의 80~90%를 듣는다. 따라서 청력을 잃었을 때 수술을 빨리 하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다면 보청기를 빨리 써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청신경과 뇌를 자극하는 것이 향후 수술 결과를 좋게 한다.
한편, 노화로 생기는 노인성 난청 환자도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청력 재활을 해야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청력 가진 성인에 비해 난청이 있는 성인은 15년 후에 치매 발생 위험도가 증가했다. 경도 난청의 경우 1.89배, 중등도 난청의 경우 3배, 심한 난청의 경우 4.94배나 치매 발생률이 높았다. 박홍주 교수는 "내 환자의 경우도 93세에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며 "경도인지장애 상태라고 하더라도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노인들은 여생을 생각해 적극적으로 보청기나 인공와우수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