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두통 약, 커피 같이 먹으면 효과 더 좋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2/26 14:00
[이게뭐약]
카페인 남용, 오히려 두통 악화
급성기 약물은 단기간 복용해야
약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물과 먹어야 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편두통 약은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와 먹어야 효과가 더 좋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진통제는 먹을수록 오히려 두통이 심해질 수 있으니 통증은 참아야만 한다는 얘기도 있다. 편두통과 약물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
카페인, 편두통약 효과 높이고 편두통 완화한다?
편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을 때 커피를 같이 마시면 효과가 더 좋다는 말이 있다. 실제 시중에는 카페인이 혼합된 진통제가 여러 종류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커피 등 카페인 제품과 편두통약을 함께 복용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병원약사회 정희진 홍보위원(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는 "카페인을 혼합하면 진통제만 단독으로 투여할 때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건 사실이고, 그래서 카페인 복합제 진통제가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오랫동안 카페인을 과용하면, 카페인 때문에 편두통이 악화하거나 새로운 종류의 두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약사는 "카페인은 콜라나 녹차 같은 음료는 물론, 진통제 등 여러 일반의약품에도 포함되어 있어 의식하지 못하고 복용하기 쉽다 보니 남용할 우려가 높다"며 "편두통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카페인을 중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카페인 중단 후 첫 일주일 정도는 카페인 금단증상으로 심한 반동 두통, 구역, 구토 등이 생길 수 있어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통제 오래 먹으면 두통 더 심해진다?
진통제는 복용할수록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고, 심한 경우 두통이 오히려 더 심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되도록 두통은 참고, 약을 먹더라도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이다.
편두통 치료는 기본적으로 편두통 증상이 나타나거나, 통증이 생기려 할 때 빨리 약을 복용하는 ‘급성기 치료’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편두통 급성기 치료는 중등도에 따라 사용되는 약물이 다른데, 경증일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소염진통제 등의 일반의약품이 사용된다. 중등도 이상의 편두통 발작에는 트립탄 등 편두통 특이약물이 처방된다.
물론 급성기 약물은 오래 먹으면 안 된다. 급성기 약물의 장기 복용은 실제로 편두통을 악화한다. 정희진 약사는 "편두통 증상을 완화하려고 급성기 약을 주 2일 이상 먹으면 약효가 떨어져 '약물 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다"며 "약물 과용은 편두통을 만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약사는 "일반의약품으로 장기간 편두통을 조절하고 있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고 편두통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만성편두통 환자에겐 예방치료가 필요하지만, 예방치료를 받지 않는 분들이 많고, 예방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편두통 예방약, 부작용은 없을까?
만성 편두통 환자의 경우 예방약 사용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약물의 종류에 따라 편두통 예방약을 복용하고 나서 체중증가, 변비, 입 마름, 이상감각, 저림증상 등 다양한 이상반응 등을 겪는다. 이 때문에 예방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약물 조정으로 부작용은 해결할 수 있다.
정희진 약사는 "편두통 예방치료는 저용량부터 시작해 1~2주 간격으로 서서히 증량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감량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편두통 예방치료제는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항경련제,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 등이 있는데 약마다 주의사항을 잘 살피면 된다"고 말했다.
정 약사에 따르면, 프로프라놀롤 등 베타차단제는 고혈압, 손떨림, 불안, 공황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지만, 갑자기 중단하면 두통, 떨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서서히 감량해야 한다.
칼슘채널차단제로는 베라파밀, 프루나리진 등이 있는데, 프루나리진을 복용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프루나리진은 장기간 투여하면 약물유발 파킨슨 증후군 등이 생길 수 있어 보행이 느려지거나 손떨림 증상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항경련제 중 토피라메이트는 투약 초기에 투여환자의 약 50%에서 손발 저림이 나타나는데, 대개 몇 주 후 증상이 사라진다. 만일 증상이 계속된다면, 용량을 줄이거나 칼륨제를 추가하면 된다.
항우울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항우울제 중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와 삼환계항우울제(TCA)를 함께 사용하면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두 약제를 함께 사용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경련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베라파밀과 프로프라놀롤을 함께 쓰면 부정맥이 생길 수도 있다.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제(MOAi)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또는 삼환계항우울제(TCA)의 혼합은 세로토닌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세로토닌 증후군은 정신착란, 근강직,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난다.
삼환계 항우울제에는 아미트립틸린 등이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진정효과가 있어 낮에 투여하면 졸음이 오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수 있어, 되도록 취침 전에 투여하는 것이 좋다.
편두통완화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는 없을까?
편두통이 있다면 약물 복용도 중요하지만, 두통 유발인자를 피하고 두통완화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정희진 약사는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는 리보플라빈, 코엔자임 Q10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편두통 유발 위험 인자인 티라민이 포함된 초콜릿, 치즈, 커피, 유제품, 적포도주 등의 음식, 우유 제품, 호두, 밤 등 견과류, 소금, 토마토, 코코넛, MSG가 든 중국 음식을 피하는 일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