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새 치료제, 환자 사회 복귀까지 도와"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전문의에게 묻다]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



조현병은 완치가 어려워 평생 증상을 조절하며 살아야 하는 ‘중증 정신질환’이다. 조현병 환자의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 복귀를 돕는 보건 시스템과 함께 환자의 안정적인 상태 관리를 위한 조기 진단, 약물 치료가 필수다. 2020년 기준 국내 조현병 환자 수는 무려 10만7859명. 현재 조현병 환자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의 적극적인 사회 복귀를 돕고 있는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에게 조현병의 특징,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등에 대해 물었다.

▲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조현병의 유병률, 발병 원인은?
학문적 연구 결과나 다양한 통계에 근거했을 때 인종, 연령, 경제적 차이와 관계없이 대체적으로 1% 선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외적인 원인보다는 유전적 성향과 함께 스트레스나 주변 환경에 민감한 부분들에 의해 영향받아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조현병 증상은 어떤가?
조현병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혹은 상황에 민감해지면서 점점 감각이 예민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더욱 심화되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환청, 사고장애가 나타나고 그 단계에서도 치료가 되지 않고 증상이 지속되면 공격성이 발현되거나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런 증상으로 나아가기 전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면 환자의 사회 복귀율이 높아지고 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치료는 3단계로 나누어 본다. 1단계는 환청, 공격성, 행동적인 문제 등의 증상을 바로 잡음과 동시에 급성 입원이 필요한 때다. 2단계는 퇴원한 이후 외래 치료를 진행하면서 가족들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과정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2단계에서 조현병 치료가 끝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방법으로 외래 치료를 해보니 3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3단계는 환자가 익숙하고 친밀한 관계인 가족을 벗어나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직업 교육을 거쳐 경제적 활동을 하고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계다. 3단계까지 마쳐야 치료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조현병 약물치료에 있어 제일 큰 장벽은?
제일 큰 장벽은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다. 검색이 활성화된 시대이다보니 정신과 약물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또, 정신과 질환은 마음의 병이어서 별도의 치료가 필요없다는 편견도 강하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약물치료 옵션은?
약물치료 옵션은 경구제, 주사제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선호한다. 앞서 말한 치료 단계로 볼 때 2단계에서 3단계로 치료가 진전될 때, 즉 주변의 관계로부터 갈등이 없고 집에서만 머무르던 시기에서 사회에 나가 압박을 받게 되는 과정으로 넘어갈 때 환자들에게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했을 때 확연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탈원화 개념에서 보자면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환자들이 사회적 역량을 키워 가면서 동시에 사회적 편견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기존의 약물치료 중 하나인 경구제 사용의 어려움은?
환자들이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감기약을 처방받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오늘 먹어야 할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지 않나. 환자들도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주변의 관심,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약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거부감은 대개 부작용에 의해 나타난다. 발음이 어눌해지는 경우나 잠이 많이 오는 경우가 있다. 사실 장기적으로 치료할 때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꾸준히 소통을 하면서 조절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치료 과정이 수월하면 치료 결과도 좋아지기 마련인데, 중간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치료 결과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다. 환자가 매일 약을 챙겨 먹는 상황에 대해 의료진과 면밀히 조율하면서 그 다음 치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런 제한점들을 주사제가 보완했다고 보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약물에 대한 거부감은 경구제를 복용할 때보다 주사제 치료를 진행했을 때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 알약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던 환자가 주사를 맞게 되면서 치료에 협조적인 태도로 바뀌는 사례도 많이 경험했다. 재활치료에 있어 주사제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치료적 이점이 더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사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은 확실히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으로 인한 부담,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 불안감 등이 현저히 줄어든다. 자신감이나 사회적 관계도 크게 회복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들은 경구제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했을 때 더 확실히 관찰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투여 기간, 횟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개월에 한 번, 그리고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가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된 배경이나 탈원화를 생각해보면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의 쓰임새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경구제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옵션을 전환한 후 치료 순응도가 개선됐나?
모든 환자가 그렇진 않지만 경구제 복용을 거부하던 환자들이 주사제로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 한 환자의 경우, 치료가 안 된 상태에서 가족들과 갈등이 있어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주사 치료하면서 가족 관계나 판단력, 일상적인 기능이 회복됐고 직업도 가지게 돼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지난 4월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 시 본인부담금 비율이 10%에서 5%로 낮아졌다. 환자들 반응은?
상당수의 환자들은 본인부담금 비율 조정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한다. 비용 때문에 주사제 치료를 부담스러워 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조현병 치료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충분히 그럴 만한 치료 유효성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환자들이 주사제 치료를 받으면서 사회적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사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서 지금보다 더 활발히 사회적인 지원이나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현병 환자들이 주사제를 통해 치료 결과가 좋을 경우 사회적으로 줄 수 있는 혜택이 마련됐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정신질환 치료에서 핸디캡만 존재하지 않았나. 코로나19 접종자 관리 시 백신 패스를 활용하는 것처럼, 향후에는 꾸준히 주사를 잘 맞고 증상이 안정된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현병 환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요즘 유행인 ‘오징어 게임’을 보면 다양한 인물상이 등장하고 그들 나름의 원칙이 드러난다. 조폭 같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힘을 가지고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뛰어난 지략으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외로 마지막에 승리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조건이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를 포기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그 캐릭터가 1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환자들이 끝까지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또 회복한 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현재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약물치료의 ‘희망’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래에 과학이 발전하면 또 더 나은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지금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받되, 희망을 놓지 않고 항상 새로운 변화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면 더 나은 치료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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