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석달에 한 번' 주사로 호전될 수 있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안정적 치료로 '사회적 공포' 불식 가능… '매일 약' 대안 부상

▲ 장기지속형 주사 치료를 받으면 조현병 환자의 증상 호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일,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특전사 출신 조현병 환자가 병원을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위험한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처럼 조현병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작용한다. 조현병을 왜 무섭다고 느끼는 걸까.

◇범죄율 일반인과 비슷하지만… 사회적 편견 작용
조현병은 그 자체로 무서운 병이 아니다. 유병률이 1%인 드물지 않은 정신질환인데, 유전적으로 뇌의 시냅스 연결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태어났다가 사춘기 시기에 스트레스·호르몬 변화 등을 겪으며 발병한다. 신경세포끼리의 연결이 엉성해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서 환청과 망상을 주로 겪는다.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거나 충동을 조절하는 게 어려워진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지속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감이 쌓이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망상 속에서 자신을 해치려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분노감을 조절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포의 대상이 된다.

모든 조현병 환자가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조현병 환자 전체는 범죄율이 일반인과 비슷하다. 조현병 환자 중에서도 약을 제대로 안 먹거나,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동반됐거나, 알코올에 중독된 환자가 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일반인이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술 때문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지만, 조현병 환자는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병 때문이라고 여기는 등 사회적인 편견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

◇약 끊으면 치료 까다로워져 주사로 순응도 높여야
다만 조현병 환자는 알코올 중독,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다른 종류의 질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그래서 조현병을 꾸준치 치료하는 것을 기본으로, 동반 증상에 대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균형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해 치료한다. 처음 발병한 경우 약을 5년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좋아진다.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거나, 정신과 약 복용을 부담스러워 해 스스로 약을 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러면 병이 재발한다. 이때는 치료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전진용 과장은 연구 논문집을 통해 “약물 치료 18개월 후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74%라는 보고가 있다”며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매우 중요한 병인데, 임의로 중단하는 걸 막으려면 장기지속형 주사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약효가 지속돼 매일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효과가 세 달간 지속되는 주사제도 개발돼 쓰인다. 주사 치료는 재발 방지뿐 아니라 자살이나 충동적인 증상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전진용 과장팀이 20~60세의 조현병 환자 중 주사 치료를 시행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주사 치료 후 증상이 개선되고 머리가 맑아지며 환청을 겪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들은 “직장에서 약 먹는 모습을 안 보여도 돼 좋다”, “제 시간에 맞춰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집중력이 좋아지고, 환청이 안 들린다”고 말했다.

◇환청·망상 겪었을 때 바로 치료 시작을
조현병에 대한 편견은 오히려 치료를 방해한다. 권 교수는 “조현병은 무섭거나 특별한 질병이 아닌, 뇌의 기능 일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이라며 “환자 스스로도, 주변 사람도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증상이 나타난 초기부터 빨리 치료 받을수록 예후가 좋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조현병 치료 효과를 파악하고자 국내 105개 병의원에서 주사 치료를 받은 1166명 환자를 대상으로 조현병 발병 기간에 따른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조현병이 발생한 기간에 따라 ‘3년 미만(240명)’, ‘3~10년(442명)’, ‘10년 이상(484명)’으로 분류하고 증상이 얼마나 호전됐는지 비교했더니, 발병 기간이 3년 미만인 초기 조현병 환자에서 특히 효과가 좋았다. 사회적 기능 점수 역시 초기 조현병 환자가 만성 환자에 비해 더 향상했다. 조현병이 본격 발병하기 전에는 스스로가 환청이나 망상을 겪는다는 걸 자각하므로, 이때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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