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사회적 외톨이, 정신 치유 시급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10/21 15:36
고시원 방화 사건의 범인 정모(31)씨는 지방에서 홀로 상경, 비정규직을 전전한 '사회적 외톨이'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번화가인 강남 지역 고시원에서 5년 동안 기거했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했을 테고, 이런 불만이 사회에 대한 복수 형태로 폭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씨 주변 사람들은 정씨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 '종달새'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고 전했다. "상대가 받아주면 한 두 시간씩 끝도 없이 주절댔다"는 것이다. 정씨가 말 붙이기를 좋아했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한 주민은 "4차원적인 공상과학 얘기를 자주했고, 식탁의 물병과도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며 "사건 전날에도 '이번 주 로또 1등 당첨번호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둥 혼자 횡설수설 했다"고 말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자기조절 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이 망상 형태로 왜곡되는,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져든 것 같다"며 "사회적 연대의 끈이나 가정의 사랑 등을 통해 해소될 수도 있었겠지만, 정씨는 이런 것과 모두 떨어진 사회적 이방인이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이번 방화ㆍ살인 난동극은 지난해 4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뒤흔든 재미동포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살인 사건을 닮았다고 전했다.
대량살인 혹은 다중살인자들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좌절한 외톨이=자신의 실패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을 부당한 처사의 희생자로 보면서 복수심에 휩싸인다. 범죄심리학과 교수들에 따르면 대량살인자들은 자신들을 희생자라고 보고, 자신들 주변이 온통 부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본다.
성격장애와 편집증 같은 편집형 정신불안, 만성 우울증=유범희 정신과 전문의는 "일반적인 우울증은 대개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반면 만성우울증은 간헐적으로 분노감정이 표출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해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충동조절 장애=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중 일부는 평소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성격장애 등의 복합적인 정서문제를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성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평소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박용천 정신과 전문의는 "범죄자들 중에는 화가 나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불을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충동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상혁 정신과 전문의는 "내성적이어서 존재감이 없게 생활하는 것이 반복되면 평소 자아가 굉장히 억눌려져 자신의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는 데 대한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며 "사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존재감을 알리려는 케이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