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발목 뼈에서 탈락한 연골·연골 아래 뼈… 본래 조직 살려 고정한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헬스 특진실_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박리성골연골병변, 접질림 환자 5%서 발생
초기엔 깁스로 호전… 안 나으면 수술 필요
기존 수술, 뼈 깎거나 절개 부위 넓어 부담

최신 치료법 '최소침습 골연골고정술'
2~3㎝ 절개… 연골·뼈 보존, 재수술은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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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김형년 교수가 박리성골연골병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촬영 시 방역 지침 준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직장인 김모(서울 영등포구)씨는 6개월 전 출근길 계단에서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다. 통증과 부기가 심해 인터넷에서 찜질법을 찾아 따라해봤지만 낫지 않았다. 물리치료를 받을 요량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이름도 생소한 '박리성골연골병변'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위해 발목을 넓게 짼 뒤 복숭아뼈까지 잘라 연골을 이식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며칠 밤을 고민하던 김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새로운 치료법이 나와서 다행히 2~3㎝만 절개하고도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발목 접질린 후 '걸리는 느낌' 지속되면 의심

발목을 접질리면 흔히들 인대 문제로만 여긴다. 하지만 발목은 무릎처럼 인대·힘줄·연골 등으로 이뤄진 정교한 관절 중 하나로, 잘못 꺾이면 다양한 부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중 발목 뼈(거골)에서 연골과 연골 아래 뼈(연골하골)가 떨어져 나가는 병을 박리성골연골병변이라 한다. 발목을 접질린 사람 중 5% 정도가 겪을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관절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연골이 사라져 뼈와 뼈가 부딪히며 통증을 유발하거나, 떨어져나간 연골 및 뼛조각이 돌아다니며 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박리성골연골병변은 김씨처럼 발목 염좌, 골절, 스포츠 외상 등으로 생긴다. 소아나 청소년의 경우 외상이 없어도 발목 내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병하기도 한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김형년 교수는 "발목 통증을 가벼이 여기고 방치하면 깁스로 치료될 질환이 수술까지 필요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며 "발목을 접질린 후 통증, 부기와 함께 발목 내부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지속되면 족부족관절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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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성골연골병변 기존 수술법(왼쪽)은 절개 부위가 커 부담이 있었지만, 김형년 교수가 시행하는 ‘최소침습’ 수술법(오른쪽)을 적용하면 절개 부위가 2~3㎝로 작다. /김형년 교수 제공
◇기존 수술, 뼈 자르고 연골 제거 등 부담 커

박리성골연골병변 초기에는 깁스만 해도 호전되지만,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수술 치료법의 한계가 많았다. 수술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첫째는 관절경으로 손상된 연골을 제거한 뒤 섬유연골로 재생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생이 잘 안 이뤄질 수 있어 손상 범위가 크면 시행이 어렵다. 둘째는 떨어져나간 뼈와 연골을 다시 고정시켜 거골에 붙이는 고정술이다. 본인의 연골을 살릴 수 있지만 이를 위해 발목 부위를 넓게 째고 복숭아뼈까지 절골해 시행해야 해서 환자 부담이 크다. 고정시켰던 연골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셋째는 무릎에서 연골과 뼈를 떼어내 발목에 이식하는 자가골연골이식술이다. 본연의 연골을 살릴 수 있고 재수술 가능성도 낮지만, 복숭아뼈까지 절골해야 한다. 무릎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본인 연골 살리고 적게 째는 '최소침습'으로 진화


이제껏 주로 쓰인 수술법은 침습 범위가 적은 관절경 수술과 수술 실패 및 재수술 위험이 적은 자가연골이식술이었다. 김형년 교수는 "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 중에는 연골과 뼈가 제자리를 이탈했을 뿐, 다른 부위의 상태는 양호해서 수술하기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건강한 연골과 뼈를 제거하고 섬유 연골을 넣거나 무릎 연골을 쓰는 것은 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환자의 연골과 뼈를 살리면서 재수술은 막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수술 범위도 크게 좁혔다. 발목 피부 2~3㎝만 절개하고 뼈를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떨어져 나간 연골과 뼈를 다시 제자리에 고정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법은 정형외과 학술지 중 인용 지수가 가장 높은 '미국스포츠의학회지' 3월호에 실려 주목받았다.

새로 나온 최소침습 골연골고정술은 발등을 최대한 다리 쪽으로 당겨 손상 부위가 더 잘 보이게 해 절개를 최소화한다. 수술 전 방사선 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으로 치료 효과가 날 수 있는 환자를 면밀히 가려내, 재수술을 막는 검사법도 함께 개발됐다. 연구에 따르면 26명의 박리성골연골병변 환자 중 23명에서 최소침습 수술이 가능했고, 수술받은 환자 중 77%에 해당하는 20명의 연골과 뼈가 잘 붙었으며 발목 기능도 크게 호전됐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형년 교수팀은 "박리성골연골병변을 치료할 때 더이상 무릎 조직을 이식하거나 복숭아뼈까지 잘라낼 필요가 없어졌다"며 "치료법 선택 전 주치의와 세심한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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