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생애주기별 수면 관리⑤] 나이 든 사람도 '잘' 잘 수 있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1/04/23 09:00
대한수면학회 칼럼
노인에서 수면 특성과 수면 건강 관리
나이가 들면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시각교차상핵이 손상되면서 일주기 리듬에 변화가 생깁니다.
첫째로 일주기리듬의 진폭이 감소하는데 이로 인해 하루 24시간 동안의 수면-각성 리듬의 진폭도 감소합니다. 이러한 진폭의 감소는 밤에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깨거나 낮에 조는 현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생체리듬의 전진입니다. 생체리듬의 전진으로 인해 직장체온의 최저점이나 멜라토닌 분비의 최고점이 젊은 성인에 비해 일찍 나타나며,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깨는 등 수면시간의 변화가 생깁니다. 한편 야간 수면 시 잠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면 효율(자려고 누운 시간 중 실제로 잔 시간)이 감소하여 80~85%에 이릅니다. 서파수면이 감소하며 1단계 수면은 증가하게 됩니다. 수면 중 자주 깨고 렘수면 잠복기(잠이 들고 나서 첫 렘수면이 나오는데 까지 걸린 시간)가 줄어들고 아침 일찍 깨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노인에게 흔히 생기는 수면장애는 다음과 같습니다.
◇불면증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이른 아침에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든 증상을 말합니다. 불면증은 이견이 있지만 노인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자보다 여자에서 더 흔히 관찰됩니다. 불면증은 진단이 아니라 두통, 발열과 같은 증상이므로 불면증의 원인 질환 혹은 공존 질환을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공존질환으로 가장 대표적은 것은 우울증입니다. 불면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에는 수면제 혹은 신경안정제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 환자에서 흔히 발견되는 불면에 연관된 잘못된 버릇 및 수면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는 것입니다. 불면증 환자의 치료시 약물 치료를 장기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약물 치료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인지행동치료와 병용해야 합니다.
◇수면무호흡증
30~60대의 수면무호흡증 빈도는 남자와 여자에서 각각 4.5%, 3.2%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중 수면무호흡증 빈도는 20% 내외입니다. 노화하면서 수면무호흡증이 더 흔해지는 것입니다. 노인에서 수면무호흡증이 증가하는 이유는 체중증가, 상기도 허탈의 증가, 근긴장도 감소, 폐용량의 감소, 갑상선기능 저하, 수면분절 과 서파수면 감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의 주요 증상 및 합병증은 주간졸림증, 인지기능장애, 대사성 및 심혈관계 장애 등입니다. 노인에서의 치료는 체중감량/측위 수면 등의 보존적인 요법, 상기도 양압술, 구강내 장치가 있으며 수술은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렘수면 행동장애
렘수면 행동장애는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수면 중 과격하고 생생한 꿈을 꾸면서 이 꿈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 소리를 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환자나 배우자가 다치는 경우도 흔합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60세 전후에 발병하고 남자에서 여자보다 흔하고 깨어났을 때 꿈을 잘 기억하며 20% 내외에서 파킨슨 병, 루이소체 치매, 다발성 전신 위축증 등의 신경질환과 동반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렘수면 행동 장애를 진단할 당시 뇌신경계 질환이 동반되지 않았더라도 발병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는 50% 이상에서 파킨슨병 혹은 치매가 발생하므로 파킨슨병 증상과 인지 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진료가 필요합니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제로 클로나제팜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
다리에 불편감이나 이상감각을 호소하고, 가만히 있으면 악화되고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되며, 낮보다 밤에 심해지는 일주기 변화를 보일 때 하지불안 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젊어서 발병하는 경우도 있으나 50세에 고원상태에 도달하여 노년기에 문제가 됩니다. 국내의 발생빈도는 7~8% 정도로 서양과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철 결핍을 들 수 있으며 철 결핍은 저장철의 농도가 75 ng/mL 이하일 때로 정의합니다. 하지불안 증후군에서 저장철의 농도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20%내외에서 철 결핍을 보이고 이들에 대한 치료는 우선적으로 철분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 결핍이 없을 경우에는 도파민 효현제, 진통제, 아편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나이가 들면 우리의 근력이 약해지듯이 수면의 질과 양도 젊을 때에 비해 떨어지고 줄어듭니다. 이러한 노화에 따른 수면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됩니다. 수면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기억력 저하와 내성 등에 대한 보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면증 자체가 인지기능장애,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수면제를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잘못된 수면습관을 피하면서 필요한 최소량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인에서의 수면무호흡증은 환자 본인이나 배우자가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코를 골고 깊은 잠을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 개운하지 않고 낮에 피곤한 증상이 있을 때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수면 중에 단순한 잠꼬대를 넘어서 소리를 지르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싸우거나 격렬한 내용의 꿈을 꿀 때도 노인에서 흔히 보이는 잠버릇으로 간과하지 말고, 수면전문가와의 상담과 검사를 통해 렘수면행동장애가 아닌지 파악해야 합니다. 밤이면 심해지는 다리의 이상감각이 있을 땐 척추 질환 혹은 말초신경계 손상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진단이 쉽고 치료 효과가 좋은 하지불안증후군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