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말 못할 고민 ‘항문가려움증’ 원인 4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12 20:00
몸 곳곳에 생기는 가려움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만큼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피부가 약해 예민하거나 쉽게 긁을 수 없는 부위가 계속해서 가려울 경우 가려움을 넘어 통증을 느끼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항문 주변 피부에 생기는 ‘항문가려움증’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항문가려움증은 전체 인구의 1~5%에서 발생하며, 중년 이후, 특히 남성 환자가 4배가량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약 75%는 동반 질환에 의해 가려움이 생긴다. 항문가려움증의 원인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소아 요충·칸디다·옴
항문가려움증은 감염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유아·소아가 겪는 요충에 의한 감염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유일한 고유숙주인 요충은 소아가 흔히 감염되는 내부 기생충으로, 항문 주위에 산란된 충란(虫卵)이 손을 통해 아이에게 섭취되면 자가 감염이 이뤄진다. 또 환자와 신체접촉, 옷 등을 통해 가족, 주위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요충에 의한 항문가려움증이 있을 경우, 요충이 항문으로 나와 충란을 산란하는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자녀가 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요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요충 외에 유아·소아의 항문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감염 요인에는 칸디다감염과 옴도 있다. 칸디다는 ‘기저귀피부염’에 걸린 유아·소아에서 2차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기저귀를 차는 아이에게 항문가려움증이 있을 때 의심해봐야 한다. 요실금이 있는 성인도 종종 같은 증상을 보인다. 옴의 경우 항문뿐 아니라 성기주위, 손, 배꼽, 신체 중 접히는 부위에 주로 발생하며,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병변을 동반한다.
대장항문질환
치열, 치루 등 대장항문질환에 의해서도 항문에 가려움을 느낄 수 있다. 치열은 항문 입구에서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것으로, 상처 발생 후 항문궤양으로 발전해 항문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치루의 경우 증상이 심해져 고름이 배출되는 것으로, 항문선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생긴 터널 바깥쪽 구멍을 통해 분비물이 나온다. 이때 지속적으로 분비물이 속옷에 묻어 나오면 항문 주위 피부가 자극되고 가려움,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피부질환
▲건선 ▲접촉피부염 ▲지루피부염 ▲아토피피부염 등 피부질환이 항문 부위에 생겼을 때도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다. 건선은 주로 팔이나 다리에 발생하지만, 항문처럼 접히는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 좌약, 세정제 등 외부 물질에 의해 항문 주위에 알레르기·자극접촉피부염이 생기기도 하며, 피지샘 활동이 많은 부위에 생기는 지루피부염 역시 항문 주위에 발생할 수 있다.
매독·임질
매독, 임질 등에 감염된 경우 항문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매독, 임질에 감염되면 성기 주위에 병변이 발생하는데, 항문 주변에 병변이 나타나 주위에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임질은 남성 급성요도염, 여성 자궁경부염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성기 부위 외에 항문, 직장, 목구멍, 눈 등에도 침범한다. 평소보다 소변이 자주 안 나오거나 반대로 자주 마려울 수 있으며, 허리 또는 아랫배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밖에 당뇨병, 고빌리루빈혈증과 같은 간담도 질환이나 백혈병, 갑상선 질환, 만성 신장 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을 때도 항문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악성 종양에 의해 항문 가려움증이 발생하면 예후가 좋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항문에 가려움을 느껴도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진 치료를 꺼린다는 점이다. 항문에 가려움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원인 질환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가려울 때마다 긁으면서 항문주위 피부가 손상되고 가려움증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고,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