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야외활동 느는 가을철, 쯔쯔가무시 주의해야
박철홍 이샘병원 원장(소화기내과)
입력 2020/11/06 16:43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봄, 여름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가을을 맞았고, 어느덧 가을도 무르익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자발적 격리로 답답한 실내보다 야외에서의 활동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했다. 유난히 길었던 올해 장마를 뒤로 하고 화창한 가을 날씨에 형형 색깔로 물든 단풍나무들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고, 해외여행의 제한으로 많은 골퍼들은 국내 골프장으로 시선을 돌려 예약이 안 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이런 시기와 환경에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가을철이 되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쯔쯔가무시에 관한 얘기다. 얼마 전 70대 중반 여성 환자분이 독감예방접종 후 발생한 근육통, 고열, 흉통, 설사 등의 증상으로 내원한 적이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독감예방주사의 부작용을 걱정하여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고, 고열로 인해 코로나 검사, 복부, 흉부 CT 등의 검사 후 요로감염 가능성에 대해서 듣고 귀가하였다. 하지만 오한, 열이 지속되어 본원에 방문하였고, 주말마다 등산을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쯔쯔가무시에 특징적인 가피를 찾았다. 다행히 환자의 우측 귀 뒤쪽에서 가피를 발견하였고, 항체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와 쯔쯔가무시에 대한 항생제 치료 후 퇴원하였다.
쯔쯔가무시는 O. tsutsugamushi라는 세균을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려서 감염된다.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환자수는 주로 가을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겨울이 오면 감소하지만, 1년 내내 꾸준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충에 물리면 일반적으로 1-3주 정도의 잠복기를 가시고, 오한, 발열, 두통, 근육통, 발진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1-2cm 정도 크기의 가피가 형성되는데, 진단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소견이다. 가피는 전형적으로 주변이 붉은색의 홍반으로 둘러싸인 검은색 딱지로 시기별로 모양에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가을철에 응급실 커튼 속에서 환자의 피부를 열심히 확인하고 있는 의료진이 있다면 대부분 가피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피는 주로 사타구니, 겨드랑이, 오금, 유방 아래와 같이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의 피부에서 가피만 찾으면 이미 절반은 치료되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임상에서 가피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혈청검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역학적 상관관계와 임상양상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밖에 오심,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 등도 발생할 수 있어 진단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일단 임상적으로 쯔쯔가무시가 의심되면, 치료는 독시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을 사용한다.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보통 48시간 이내에 열이 떨어져 진단이 모호한 경우 진단적 단서가 될 수 있다. 치료 기간은 경증의 경우 3일도 권장하나, 재발하는 경우도 있어, 일반적으로 7일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회복된 후 재감염 사례와 같이 쯔쯔가무시병도 다른 항원형에 재감염이 될 수 있고, 현재까지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래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 할동시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긴 소매의 옷과 바지를 입고, 노출된 피부에는 진드기 기피제를 바르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세탁과 샤워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쯔쯔가무시병에 대한 경각심도 조금은 가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