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사회적 고립 초래하는 '변실금' 왜 생기는 걸까?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1/03 14:00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을 지리는 '요실금'은 잘 알려졌지만, 소변이 아닌 변이 새는 '변실금'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변실금이란 구체적으로 3개월 이상 대변이 항문 밖으로 새는 질환이다. 직장에 변이 내려와 있는데도 변의를 못 느끼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속옷에 배변을 하거나, 변의를 느끼기는 하지만 화장실에 가기 전에 급박하게 배변해 낭패를 본다. 정상적으로 배변하고 뒤처리까지 했지만 이후 조금씩 새어 나오는 변이 속옷에 묻기도 한다. 건국대병원 외과 성무경 교수는 "변실금이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사회로부터의 심각한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체 인구의 10~20%가 변실금을 겪는다"고 말했다.
변실금의 대표적인 원인은 항문 괄약근의 기능부전이다. 성무경 교수는 "괄약근은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위축되기도 하지만, 분만 과정이나 항문 수술 중 괄약근이 직접적인 손상을 입어서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의 휴유증으로 말단 신경 위축이 오거나, 변비로 인해 배변 중 변을 내려 보내려는 힘을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주다가 골반의 바닥을 이루는 근육이 아래로 처져 괄약근으로 가는 신경이 손상받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괄약근 이상이 아니더라도 직장의 감각기능 혹은 저장기능의 이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변실금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병원을 늦게 찾는 사람이 많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주요 원인이 병이 아닌 줄 알아서(49.4%), 부끄러워서(23.2%), 치료가 안 되는 줄 알아서(23.2%) 순이었다. 하지만 변실금 위험 요소가 있으면서 변 조절이 제대로 안 되거나, 3개월 이상 변비·실금 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지와 상관없이 속옷에 변이 항상 묻어 나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항문 괄약근 압력·예민도·손상도와 골반근육 등을 확인해 진단한다.
성무경 교수는 "변실금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 치료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괄약근 손상이 있다면 손상 부위를 수술로 간단히 보강해 치료하기도 한다. 바이오피드백이라는 치료법도 있다. 환자 스스로 모니터를 보면서 배변에 필요한 근육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학습하게 하는 치료다. 부작용이 전혀 없다. 더 적극적인 치료로는 괄약근 주위에 팽창제를 사방으로 주사해 괄약근을 보강하거나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다. 신경자극 치료는 자극기를 피부밑에 심어 신경을 지속적으로 혹은 특정 말단 신경을 일정한 간격으로 수개월 동안 자극하는 식이다. 지속적 자극 방법이 효과가 더 좋지만 고비용이라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