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난독증 아이는 음치가 많다?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 김영훈 교수
입력 2019/04/16 16:41
김영훈 교수의 아이 마음 건강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읽기를 잘 못한다고 병원에 왔다. 책에 있는 글자를 마음대로 읽고, 있는 글자를 빼먹거나 없는 글자를 추가하는 일이 많았다. 또한 처음 보는 단어는 읽기 어려워했다. 더구나 음치에다 악보도 잘 보지 못하여 악기 배우기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난독증은 일반적으로 시각처리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단어의 글자순서를 바꾸어 읽는 시각과정 난독증은 아주 드물다. 대부분의 난독증 아이들은 단어를 소리와 연결시키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소리를 식별하거나 소리의 의미를 해석하는 등의 음운인식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음운인식이 되지 않으면 대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필기하는데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난독증 아이들 중에는 유독 음치가 많다. 단어에서 소리를 분리하고, 소리를 단어로 지도화하는 음운인식이 안 되는 난독증 아이는 음악의 리듬과 음높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단어를 읽는 것과 음악에 관여하는 것이 같은 뇌 회로를 일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운인식이나 해독은 측두엽이 관여하는 반면, 음악을 듣는 것은 청각피질이 관여하고 음악의 리듬은 전두엽, 피질하구조, 소뇌가 관여하는 등 일부는 다른 뇌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난독증 아이가 음치는 아니다.
때문에 난독증 아이에게 음악훈련은 도움이 된다. 연구에 의하면 악기 연주가 듣기능력, 언어이해, 읽기 등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악기를 연주하면 악기소리, 타이밍, 음질을 잘 조화시킬 수 있어야만 하는데, 두뇌에서 소리정보에 대한 정확한 인지능력이 발달되어 음운인식능력도 좋아진다. 음악을 배우는 것은 매우 재미있고, 이완된 상태에서 음의 변화를 듣고 연주하기 때문에 소리패턴을 인지하고 그것을 상징으로 지도화하는 읽기기술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노래를 부르면 단어가 음악으로 과장되고 길어지기 때문에 음절을 듣기 쉽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어렸을 때 난독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음악학교에서 집중적인 음악훈련을 받은 후 대학생 때 읽기기술을 측정하였더니 난독증이 아닌 아이와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후천적인 음운인식을 가진다. 그렇지만 난독증 아이들은 단어의 각 말소리를 구별하지 못한다. 음소는 아주 10분의 1초안에 이루어지는 청각적 자극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음운인식을 하지 못해 난독증이 생기는 것이다. 말소리의 청각적 차이를 구분하는 집중적인 청각훈련과 음악교육은 아이가 읽기를 배우는데 필요한 음운인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