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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항암성분 논란, "정상세포 죽인다" VS "연구방법 문제 있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7/04 10:42
인삼 속 항암성분이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서 문제가 된 인삼 속 성분은 ‘Rg3’다. 인삼에 존재하는 일종의 사포닌 성분으로, 암세포를 죽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Rg3은 혈관 건강과 관련된 정상 세포에 악영향을 준다.
서울대학교 약햑과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인삼 속Rg3성분이 평활근 세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평활근 세포는 혈관의 수축·이완에 필요한 세포다. 평활근 세포가 망가지면 혈관의 수축·이완 기능이 망가지고, 혈관 구조도 달라지면서 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각각1, 10, 25μM(마이크로몰) 농도의 Rg3를 쥐의 혈관에서 떼어낸 평활근 세포에 투여했다. 그 결과, 투여 24시간이 지난 후 Rg3를 투여한 평활근 세포는 스스로 사멸했다. Rg3농도가 높을수록 세포는 더 많이 사멸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Rg3는 평활근 세포에서 특정 단백질의 결합을 분리시켰다. 분리된 단백질은 세포의 에너지 활동을 방해해, 죽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세포를 죽인다고 알려진 Rg3 성분이 암세포 뿐 아니라, 일반세포도 죽이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Rg3가 일반세포를 죽이는 과정은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과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인삼의 섭취 유해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인삼 경구 섭취가 아닌, 인삼의 속 특정 성분을 세포에 실험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의대 분자의과학과 오세관 교수는 “해당 실험은 인삼 속 특정 성분만을 뽑아내, 효소 처리한 평활근 세포에 적용시킨 것”이라며 “김치를 먹었을 때 고춧가루 속에 자극적인 캡사이신 성분이 있으니 몸에 나쁘다고 하기 어렵듯, 인삼 전체를 함께 먹었을 때 독성이 있다고 간주하기 어려우며 천연물은 먹었을 때 다양한 성분이 함께 작용해 효과를 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실험을 위해 효소 처리한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약해, 약한 자극에도 반응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Rg3의 농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험에 쓰인 1, 10, 25μM 농도에 대해 정진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에서 인삼 유효성분 효능을 볼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농도”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오세관 교수는 “인삼 제품을 섭취했을 때 몸에 흡수되는 Rg3의 양은 약 3%”라며 “10 μM 농도로 따지면 성인 전체 혈액량인 5~6L당 39~47mg이 녹아있는 수준인데, 이렇게 되려면 인삼제품을 520g 이상 먹어야 하지만 통상 섭취하는 인삼 제품은 2~10g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진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Rg3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추후 인삼·홍삼추출물로 실험해볼 예정이며 인삼 섭취 자체에 대한 결론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단지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Rg3는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이 있어 효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교수팀의 해당 연구 결과는 독성학 학술지인 ‘푸드 케미컬 톡시콜로지(Food chemical toxicolog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