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난자·배아 선별 중요, 시험관아기 성공률 70%까지 높여"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9/20 07:00
[헬스 톡톡] 민응기 강남차병원 신임 병원장
"난임 시술 첫 관문, 건강한 난자 얻는 것
배아 염색체 검사해 유산 가능성 줄여"
차병원, 6일 배양한 배아 이식… 성공률 높여
강남차병원 민응기 신임 병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의 말이다. 민응기 병원장은 국내 난임 시술 명의로 꼽히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첫 시험관아기 시술이 성공했던 1980년대 중반에는 시험관아기 성공률이 10~15% 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30%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성공률이 이렇게 높아진 이유는 약물(과배란 주사) 개발로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민응기 병원장은 "난임 시술 성공의 첫번째 관문은 건강한 난자를 얻는 것"이라며 "환자마다 과배란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른데, 의사들의 난임 시술 경험이 쌓이면서 환자별로 적합한 약물을 선택, 적절한 양을 투여해 건강한 난자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건강한 난자와 배아를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응기 병원장은 "나이가 들면 난자의 질이 떨어지면서 염색체 이상이 있는 난자가 많다"며 "염색체 이상이 있는 난자는 수정이 돼도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유산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령 부부나 습관적으로 유산이 되는 여성에게 착상전 염색체 스크리닝(PGS)을 하고 있다. 배아의 염색체 수적 이상을 검사한 뒤 모양이 예쁜 정상 배아를 선별해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민 병원장은 "착상전 염색체 스크리닝을 통해 유산의 가능성은 줄이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이 35세가 지나면 난자의 질이 크게 떨어지므로 차병원에서는 난자 냉동 보관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민응기 병원장은 "이른 나이에 결혼·출산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실천하기 쉽지 않다"며 "현실적인 대안은 젊을 때 건강한 난자를 보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자의 기능이 떨어지기 전인 만 35세 전에 난자를 냉동 보관하면, 향후에 임신을 원할 때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민 병원장은 설명했다.
국내 난임 시술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평가를 받지만 아직 난임 시술의 문턱이 높은 것은 현실이다. 민응기 병원장은 "고가의 난임 시술 비용 때문"이라며 "난임으로 진료를 받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가임 여성이 산부인과를 젊은 나이에 방문을 하게 하면 임신을 일찍 유도할 수 있게 되고, 난임 인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난임 시술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우려에 대해서 민 병원장은 "1978년 영국에서 첫 시험관아기로 태어난 여성은 자연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올해 열리는 미국생식의학회에 연자로 초청될 정도로 건강하다"며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아이들이 학력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는 최근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 성공률을 70%까지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다음달 미국생식의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난임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6일 배양시킨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 결과, 300명 중 70%에 해당하는 210명의 난임 여성이 임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차병원 측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6일 배아를 이식하는 방식을 난임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