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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마세요. 기본에 충실하면 난임이 극복됩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금숙 기자의 新명의 열전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류상우 교수

저출산 시대에 난임(難妊)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임신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항암치료를 받을 때의 스트레스와 비견될 만큼 심각하다. 스트레스는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비법을 찾기 때문인데, 이보다는 일주일에 2회 부부관계를 하고, 잘 먹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등 기본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 난임 극복의 비법이다. 이미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산부인과 검사를 받는 것 역시 기본이다. 난임 명의 강남차병원 류상우 교수의 도움말로 난임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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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상 우 차의대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 가톨릭대 의대 산부인과학 석사 및 차의대 산부인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분야는 착상 전 유전 진단이나 착상 전 유전 스크리닝이다.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유전적 이상이 있는 부부들에게 임신 전 유전상담을 해주고, 다양한 임상유전학 관련 연구를 통해 건강한 아이를 안전하게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2016년 대한의학유전학회가 부여하는 임상유전학인증의 자격을 획득한 바 있다. 임상유전학인증의는 현재 국내 40여 명밖에 없으며, 난임 진료를 보면서 임상유전학을 하는 사람은 국내 3~4명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자궁내막의 재생과 난소 노화를 방지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궁내막 재생과 난소 노화 방지의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임신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난임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난임 대상자는 21만 명으로, 매년 20만 명의 대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난임 진단자 중 여성은 2014년 기준 16만1000명으로 지난 10년간 65% 증가했고, 남성은 4만9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렇게 난임이 급증하는 이유가 있나요? 의학적으로 밝혀진 원인은 어떤 것인가요?

난임이 증가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만혼’입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여성의 초혼 연령이 30세를 넘었습니다. 여성의 가임력, 즉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은 나이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난소가 노화되는데, 난소 노화가 진행되면 난소에 있는 난자의 수는 계속 감소하고 난자의 질(quality)은 계속 나빠지기 때문에 이상이 있는 난자가 많아지면서 가임력이 떨어집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 사용의 증가가 난임을 증가시켰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직까지 전자기기 사용 증가가 난임을 증가시켰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연구에서 휴대전화 같은 전자기기의 사용에 따른 전자파 노출이 정자수와 운동성을 감소시키고 정자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전자파 노출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전자파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생식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오염 증가, 화장품·치약 등 화학성분 사용 증가, 환경호르몬 등이 난임을 증가시켰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여러 중금속 성분, 실생활에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화학성분, 특히 환경호르몬은 확실히 사람의 생식 건강에 악영향을 줍니다. 환경호르몬 같은 내분비 교란물질은 정상적인 생리주기에 꼭 필요한 여성호르몬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여성 난임의 주된 원인인 배란장애와 생리불순을 일으킬 수 있고, 자궁내막증·자궁선근증 같은 부인과 내분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난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환경호르몬은 난자의 질을 떨어뜨려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유산과도 연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가 있습니다. 비스페놀A는 일부 플라스틱(PC)부터 종이 영수증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프탈레이트는 비닐, 플라스틱류, 세제, 매니큐어, 향수 등에도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환경호르몬에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성의 경우도 환경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남성에게 여성호르몬이 많아지게 되고 정자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성 직장인 중에 난임 부부가 많습니다. 야근이나 직장 스트레스 등이 난임에 영향을 주나요? 난임 여성이 임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난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임신 후에도 유산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 임신율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남성에게서도 정자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고, 발기부전 같이 부부관계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전업주부보다는 직장인 여성들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난임이라는 것만 해도 큰 스트레스인데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까지 가중되다 보니 더 힘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인공수정의 경우 2~3회, 시험관아기 시술의 경우 5~7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직장에 눈치가 보여서 내원 날짜를 잡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제 환자 중에 “시험관 아기 시술 하려고 직장을 그만뒀어요” 라고 말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난임 치료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직장 여성들이 난임 치료를 위해 눈치를 보거나 휴직을 해야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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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면 남성 난임 환자수가 여성보다 더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닐스 스카케벡 교수는 남성들의 정자수가 1940년 1mL당 1억1300만 마리에서 1990년 6600만 마리로 50년 만에 45% 감소했고, 기형 정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좋지 않은 주변 환경이 정자 생성과 정자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전자파, 화학독성물질, 환경호르몬, 업무상 스트레스, 잦은 회식에 따른 음주와 흡연 등 환경적 요인이 정자수, 운동성을 감소시키고 기형 정자를 증가시킵니다. 2010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롭게 제시한 정액검사 기준치를 보면 정자의 밀도, 운동성, 모양 등 모든 정액 지표의 정상 기준치가 과거에 비해 하향조정되었습니다. 물론 이 기준치가 가임과 난임 상태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의 가임 능력을 평가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 남성들의 가임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과거에 비해 난임검사 초기부터 정액검사를 실시하는 남성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남성 난임 환자수 증가의 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둘째 난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어려움 없이 출산했는데, 둘째 아이를 갖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둘째는 금방 생기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둘째가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둘째를 준비할 때는 나이가 더 많아지게 되므로 난소 기능은 더욱 떨어져 있고, 자궁근종·자궁선근증·자궁내막증 같은 부인과 질환의 발생도 증가하게 됩니다. 당연히 남편 쪽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정자 상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를 준비할 때도 기본적인 난임검사를 시행하고 상담한 후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임과 질병

여성 난임을 유발하는 질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여성 난임의 가장 흔한 요인은 배란장애와 난관이 막혀 있는 경우입니다. 배란이 잘 안 되는 경우는 대부분 생리불순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배란장애에 의한 난임의 대표적인 예가 다낭성난소증후군입니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 갑상선질환과 고유즙분비호르몬혈증 같은 내분비질환, 호르몬 불균형이 있는 경우에도 배란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특히, 난소 노화가 실제 나이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조기난소부전(조기폐경)의 경우에도 심한 생리불순으로 나타날 수 있어 꼭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양쪽 난관이 막혀 있는 경우엔 정자와 난자가 서로 만날 수 없어 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자연임신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과거 골반장기의 수술을 받았거나 자궁외임신 또는 골반염을 앓은 적이 있을 때 골반에 유착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난관요인에 의한 난임이 될 수 있습니다. 배아가 착상하는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난임이 될 수 있는데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내막용종 같은 질환과, 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얇은 자궁내막협착증은 착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중격자궁 같은 자궁기형이 있는 경우도 자궁요인에 의한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도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명확한 난임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의 임신능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나이입니다.


남성 난임을 유발하는 질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남성의 경우엔 대부분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 환경요소 등이 원인이며, 그 밖에 정계정맥류(고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 정관폐색(정자의 이동 경로가 막혀 있는 것) 등의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난임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난임의 원인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한데, 남성의 경우 정액검사 한 가지만 하면 되므로 간단합니다. 정액검사를 통해 가임 능력을 평가하게 되고, 필요 시 반복 검사가 필요합니다. 정자가 없는 경우엔 고환에서 정자 찾는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임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1년 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을 때’로 정의하는데, 정말 이 경우엔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을까요?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을 때 1년 안에 90% 정도가 임신을 합니다. 그래서 1년 정도 기다려봅니다. 그러나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 난소와 같은 골반 내 장기를 수술한 경우,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한 경우 등에는 기간에 상관없이 바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를 위해서 생리 시작 후 2~3일째 생리 중에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의 난소 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호르몬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 이후에 난관 상태를 보기 위한 자궁난관조영술, 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하게 됩니다. 난임이 의심되면 남자 역시 정액검사를 꼭 해야 합니다.


자궁내막증은 여성 난임을 유발하는 흔한 질환입니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자궁내막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자궁내막증이란 생리 때 생리혈이 난관을 통해 복강으로 역류해서 주로 골반 쪽에 자리를 잡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작은 염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난소에 큰 낭종을 형성하기로 하고, 골반 장기에 심한 유착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심한 생리통이나 골반 통증이 있을 때 의심해볼 수 있고, 가임기 여성의 5~10%, 난임 여성의 경우엔 9~50%가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 임신의 과정, 즉 배란, 수정, 배아의 이동, 착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자의 질(質)를 나쁘게 해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적도 떨어뜨립니다.자궁내막증은 보통 난소에 4cm 이상의 자궁내막증에 의한 낭종이 있을 때 복강경수술을 고려합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 난소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나이, 자궁내막증의 심한 상태, 난소 기능, 낭종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 같은 난임 시술을 먼저 할지, 수술적 치료를 먼저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자궁근종 역시 난임 등 여성들을 괴롭히는 질병입니다. 자궁근종을 치료해야 할 때는 언제이고, 임신 계획을 하고 있는 여성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자궁근종의 경우 착상이나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명확한 난임의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가임기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근종의 위치, 개수, 크기, 임상 증상 등을 고려해서 치료를 결정해야 합니다. 5cm 이하인 경우엔 별다른 치료 없이 지켜보는 경우가 많지만, 자궁 내강 안에 존재하는 점막하근종이 있거나, 빈혈을 일으킬 정도로 생리 양이 많은 경우, 자궁육종 같은 악성이 의심되는 경우, 반복적인 시험관아기 시술 실패의 원인이 근종으로 생각되는 경우 등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자궁근종은 복강경이든 로봇수술이든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상담한 후 자신에 맞는 방법으로 수술을 받으면 됩니다. 다만 하이푸 시술이나 자궁근종 용해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 방법은 자궁 내막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도 있으므로, 임신 계획이 있는 가임기 여성은 반드시 난임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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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난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정계정맥류라고 들었습니다. 정계정맥류는 왜 생기며,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정계정맥류는 고환으로부터 유입되는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상태를 말하며, 대부분 왼쪽에서 발생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과체중이 정계정맥류의 위험인자라고 제시하고 있지만, 정계정맥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증명된 위험인자는 없습니다. 정계정맥류로 인해 고환의 온도가 높아지거나, 혈류의 정체로 독소들이 고환 주위에 축적되면 정자 생산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남성호르몬 생산 저하, 또는 정액 내 활성산소가 증가되어 정자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난임 남성에게서 정계정맥류제거술 후 정자의 수와 운동성 등의 정액지표가 개선되고, 정자의 산화스트레스와 DNA 손상이 감소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치료로는 미세 현미경하 정계정맥류제거술이 난임과 연관된 정계정맥류 제거를 위해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난임 시술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은 35~40%라고 들었습니다. 인공수정의 경우는 성공률이 10%에 불과해 난임 부부 중에는 인공수정을 거치지 않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바로 시도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요?

임신 시도도 단계적으로 시도해야 합니다. 난임검사에서 부부 모두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우선은 배란일에 부부관계를 하도록 권유합니다. 배란장애가 있거나 과배란 유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먹는 약이나 적은 용량의 과배란 주사를 써서 배란주기를 일정하게 맞춰주거나 배란이 좀 더 많이 되도록 합니다. 그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인공수정인데 인공수정이란 처리된 정자를 자궁 안에 직접 넣어주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자연임신 과정입니다. 정자 처리를 하게 되면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선별할 수 있고, 정자가 자궁 입구를 통과할 때 많이 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직접 가느다란 관을 통해 자궁 속에 넣어주므로 난자를 만나러 가는 정자수가 많아져서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공수정의 성공률은 보통 12~15%로 봅니다. 이러한 인공수정을 보통 3회 정도 실시하고 실패하면 다시 상담을 하게 됩니다.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서 바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갈 건지 아니면 인공수정을 포함한 자연임신을 더 시도할 건지 결정하게 됩니다. 보통은 이러한 단계적인 임신 시도를 하지만 여성의 나이가 많거나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 임신 시도 기간이 오래된 경우, 자궁내막증이 심한 경우, 남성의 정액검사상 가임력이 많이 저하된 경우, 양쪽 난관이 모두 막혀 있는 경우 등에서는 바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10회 가까이 해도 실패를 하는 부부들은 왜 그런 것인가요?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꼭 필요합니다. 첫째는 착상하려는 배아가 정상이어야 하고, 둘째는 그러한 배아를 받아들이는 자궁내막의 수용성(受容性)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배아의 경우엔 모든 염색체 이상을 알 수는 없지만 착상 전 유전 스크리닝(PGS)을 통해 염색체의 수적 이상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험관아기 시술의 반복적인 실패나 유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의 경우엔 의사들도 정말 모릅니다. 착상이라는 과정이 배아와 자궁내막 사이에 일어나는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착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수많은 치료법들이 있습니다. 치료법이 많다는 얘기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환자마다 적절한 착상 시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시기를 찾기 위한 연구, 자궁내막의 기능을 회복해서 배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자궁 내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반복 착상 실패 환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 방법도 있기 때문에 시험관아기 시술 전에 이러한 치료법에 대해 미리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떤 의료기술의 발전 때문인가요?

우선 약제의 발달을 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배란 유도 약물이 개발되면서 여러 개의 난자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조기배란을 억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험관아기 시술의 일정 조정이 가능해지고 조기배란에 따른 시험관아기시술 중단의 위험성을 크게 줄였습니다. 수정과 배양 기술의 발달도 임신율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정자를 난자의 세포질에 직접 주입하는 미세수정(ICSI) 기법이 개발되면서 수정 실패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배양기술의 발달로 수정된 배아를 체외에서 포배기까지 배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좋은 배아를 선별하고 이식 배아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결보존 기술의 발달도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동결보존 기술의 발달로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나 배아를 오랜 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임력 보존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식 후 남는 배아를 동결보존하거나 임신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배아 이식을 미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의사가 시험관아기 시술을 잘해 외국 환자도 많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의사들이 시험관아기 시술을 잘 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시험관아기 시술은 크게 과배란 유도, 난자 채취, 수정 및 배양, 배아 이식, 필요 시 동결보존의 과정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과정이 속칭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과정입니다. 그만큼 섬세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제 생각으론 한국인 특유의 세밀함과 손재주가 좋은 것도 시험관아기 시술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시험관아기 시술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거나 최초로 이루어낸 기술도 많이 있습니다. 차병원만 하더라도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출산에 성공하였고, 유리화동결 기법에 의한 난자의 동결보존과 이후 임신에 성공하였으며, 난자의 유리화동결 보존은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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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있나요?

수정에 필요한 난자와 정자가 있고, 이식 가능한 배아와 자궁이 있으면 시험관아기 시술은 가능합니다. 난소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아 시험관아기 시술에 필요한 난자를 얻을 수 없는 경우, 자궁이 없거나 자궁내막이 심하게 손상되어 착상이 불가능한 경우, 남편의 정자를 얻을 수 없는 경우 등에서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라도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거나 대리모를 이용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므로 미리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가계에 유전질환이 있는 부부들은 착상 전 유전진단을 통해 정상 유전자를 가진 배아만 이식해서 시술한다고 들었습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PGD)은 착상 전 배아단계 (8세포기 혹은 포배기 배아)의 일부 세포를 생검하여 배아의 유전 진단 및 분석을 시행하는 검사로써, 특정 유전질환이나 그 보인자 부부에게서 유전질환 등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착상 전 염색체 스크리닝(PGS)은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 예후를 높이기 위해 배아의 염색체 수적 이상을 검사하고, 모양이 예쁜 정상 배아를 선별해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은 이미 알고 있는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이고, 착상 전 유전스크리닝은 유산의 가능성은 줄이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시행하게 됩니다. 모든 유전질환에 대해서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원인을 알고 있는 단일유전자질환이나 염색체의 수적·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 실시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165종의 유전질환을 대상으로만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검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난임 극복 방법

임신하기 가장 적당한 남성과 여성의 나이는 언제인가요?

정자는 평생 만들어지기 때문에 남성은 나이의 영향이 여성보다 덜하지만, 여성 첫째도 둘째도 나이입니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초반에 가장 좋고 그 이후엔 감소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 속도입니다. 35세가 넘어가게 되면 감소 속도가 더 빠르고, 40세가 넘어가게 되면 더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나이를 먹게 되면 난자 상태도 나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20대에 임신하는 것이 제일 좋고, 늦어도 35세는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과 임신이 늦어지면서 난자를 냉동보관하기도 하는데, 난자를 오랜 기간 보관해도 질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생기지 않나요?

요즘 가임력 보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 상담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원래는 난소 기능의 심각한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전에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방편으로 난자 냉동이나 배아 냉동 혹은 난소조직 동결보존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더 나이 먹기 전에 젊고 건강한 난자를 냉동보관하고 있습니다. 냉동기술의 발달로 난자를 오래 냉동보관해도 난자 상태가 나빠지거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일찍 결혼해서 임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당장 결혼과 임신 계획이 없다면 현 상태의 난자를 동결보존해 차후의 임신을 준비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가임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한 보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난자 냉동은 언제 시도하는 것이 좋은 가요?

난자 냉동도 나이가 가장 중요합니다. 30대 중반에 냉동하는 난자와 30대 후반, 40대 때 냉동할 수 있는 난자의 수와 상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엔 AMH라는 호르몬검사를 통해 자신의 난소 기능 상태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25세 이상이면 생리주기에 관계없이 혈액검사를 통해 간단히 검사해볼 수 있고, 특히 생리불순이 심하거나 난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일찍 폐경이 온 가족이 있다면 꼭 AMH 검사를 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만약 나이에 비해 난소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있고 미혼이라면, 가임력 보존을 위한 난자 냉동이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생활수칙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제가 강조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생활습관입니다. 저는 임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하라고 합니다. 건강에 좋은 것이 결국은 임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적당한 강도의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고, 균형 있는 식습관, 금주와 금연, 스트레스 관리, 비타민D 합성을 위한 햇볕쐬기 등 당연한 것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여성에게 흡연은 난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난소 기능을 빨리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난자 상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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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을 극복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주변인의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 자세와 주변인의 노력이 필요한가요?

지금도 가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같이 진료실에서 상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난임 시술을 받는다고 하면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관심의 표현이겠지만 이럴 때는 한발짝 물러나서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난임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이런 관심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확실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들이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분들보다 임신도 잘 됩니다. 시험관아기 시술도 임신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시도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지 이제 더 이상 자연임신이 안 된다거나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난임 남성들은 정자수가 적거나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자수를 늘리거나 활동성을 높이는 의학적 방법, 생활습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건강한 식습관을 통한 균형적인 영향 섭취는 적절한 성욕을 유지하고 정자의 생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적절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섭취하고 비타민을 비롯한 정자에 도움이 되는 셀레늄, 코엔자임큐텐(CoQ10), 엽산, 아연 등을 섭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과도한 동물성 지방은 피하고 불포화지방산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환과 정자 내의 L-카르니틴 농도가 높을수록 정자의 활동성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평소 생활습관도 정자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자가 형성되어 성숙하는 데 약 74일, 성숙한 정자가 수정력을 갖추는 데 7~14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신을 준비한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생활습관 관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술·담배 등 정자의 질에 안 좋은 기호식품을 멀리하고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고환 부분을 압박하는 삼각팬티나 청바지 등을 피해야 하고, 사우나 열탕 등 고환을 뜨겁게 만드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충분한 휴식 및 수면과 함께 하루 30분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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