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학습용 비디오, 조기교육 하려다 언어장애 온다

이현정 헬스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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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 DB

부모들 사이에서 유아 조기 교육용 학습 비디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이 놀고 있지만 동시에 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바쁜 부모의 시간을 대신해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이다. 이에 부모들은 집안일을 할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학습용 비디오를 틀어놓곤 한다. 그런데 아이의 조기교육을 위해 보여준 비디오가 오히려 아이에게 사회성 결핍·언어장애·집중력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유아기에 비디오나 텔레비전 등의 과도한 노출로 발달장애, 언어장애, 사회성 결핍 등을 겪게 되는 것을 '비디오 증후군'이라 한다. 유아기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으로 오감(시각·촉각·후각·미각·청각)을 자극해줘야 뇌 발달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비디오나 텔레비전 등의 영상은 일방적 자극이며, 시각만 과도하게 발달하게 된다. 또, 영상에 노출되는 동안 부모와의 상호작용 시간도 줄어든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1시간 TV 시청을 하면 타인과 상호작용이 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디오나 텔레비전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도 아이의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부모들이 많은 데, 이 역시도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을 제공하지 못한다.

문제는 영상기기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비디오에 노출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비디오 증후군의 경우 아이가 말이 트기 시작하는 2세 반~3세에나 증상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 집중력 문제의 경우 더 늦은 만 6세가 되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비디오 증후군으로 언어문제, 집중력 문제, 사회성 문제 등을 겪어도 증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부모와 상호작용 시간을 늘리거나 비디오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료가 쉽지 않다. 전문가는 6살 정도까지 상호작용이 적은 상태에서 비디오에 오래 노출된 아이라면 언어치료, 사회성 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만 2세 미만 아이에게 TV·비디오를 보여줘선 안 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는 "만 2세 이전에는 아예 비디오를 보여주지 말고, 청소년기까지 비디오 시청 시간을 2시간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아이와 비디오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아이와 비디오를 보면서 상호작용을 하고, 노출되는 시간을 조절해주면 비디오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며 "부모가 비디오, 스마트기기 등을 보는 시간을 줄여 아이들에게 올바른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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