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0~4세 육아에서 '아빠효과' 보는 법

취재 한미영 헬스조선 기자 | 사진 김범경(St.HELLo)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영훈 교수의 제안

아빠는 엄마와 다른 방법으로 육아에 동참한다. 태어나자마자 아빠와 친밀하게 접촉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다르다. 아이 성장 발달에 아빠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아빠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생후 3개월, 아빠효과 성패가 결정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부분 육아는 엄마가 책임진다. 엄마는 임신 기간 동안 뱃속에 있던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아빠는 갓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자신감 넘치는 엄마와 달리 아이를 안을 때조차 목을 어떻게 받쳐야 할지, 떨어뜨리지는 않을지 노심초사다. 차라리 육아로 지친 아내를 위해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을 돕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김영훈 교수는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육아에 참여해야 아빠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부성애는 본능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아빠와 아이 사이에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만들 시간을 줘야 합니다. 기저귀를 갈아 주고 목욕도 시켜 주고 말이죠. 아내는 남편이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빠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엄마가 혼자서 모든 일을 해버리면 아빠가 아이에게 다가갈 틈이 없어져 버려요."

아내가 임신하면 남편은 유대감 호르몬인 프로락틴 수치가 올라가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성적 욕구는 억제되고, 공격성이 줄어들며, 공감력이 높아진다. 아기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 회로까지 발달한다.

"남자에서 아빠로 거듭나 태어날 아이를 양육할 준비를 하는 겁니다. 미미한 호르몬 변화는 아내가 임신하고 1년이면 예전처럼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육아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 후에는 참여가 더욱 어려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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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몸으로 놀아 주면 신체와 뇌 기능 좋아져

생후 12개월이 되기 전에 아빠가 아이를 많이 안아 주거나 말을 태워주는 등 피부 접촉을 많이 하면 아이는 아빠에게서 애정을 듬뿍 받는다고 느끼고 이를 평생 기억한다. 또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해주면 신체 기능뿐 아니라 뇌 기능까지 발달한다. 공깃돌을 움켜쥐고 높이 던진 다음 받아 내거나, 줄에 걸리지 않으려고 정신을 집중해 팔짝팔짝 뛰는 줄넘기를 하는 동작 자체가 아이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아이는 아빠와 놀 때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쓰는데, 이때 놀이에 몰입하며 신체 조절을 배운다.

"엄마가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며 놀아 준다면, 아빠는 몸을 써서 놀 아 주는 게 좋습니다. 말을 태워 주고 몸싸움도 하면서 과격하게 놀다가 아이를 울리기도 하죠. 주도권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면서 노는 동 안 아이는 흥분을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든 아빠를 이기고 싶어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법도 배우죠. 특히 아빠와 같이 하는 놀이는 아이가 사회성이나 대인 관계를 배우는 좋은 경험이 됩니다."

아이 뇌를 발달시키는 아빠 목소리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6개월 이상 아기에게 계속 책을 읽어 주면 아 기 지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기 뇌는 왕성하게 발달 하는 만큼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한다. 뇌에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 해하는 '수용언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있다. 이는 자신의 의사 를 표현하는 '표현언어'를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보다 빨리 발달한다. 이 때문에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해도 일찍부터 부모 말을 이해한다.

"수용언어를 발달시키는 방법은 책을 읽어 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아빠 목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엄마보다 접촉 시간이 짧으니 항 상 들을 수 있는 엄마 목소리보다 아빠 목소리를 신선하게 느낍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집중력 이 더욱 높아집니다."

오늘부터 아빠가 하루 30분씩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자. 책 읽어 주는 사람이 엄마일 때보다 아빠일 때 집중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림책 을 읽어 주는 아빠의 나지막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각인된다. 그래서 아빠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더 잘 따른다. 또한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창의력을 기르는 데 힘이 되고, 세상을 헤쳐 나갈 용기를 준다. 책을 읽어 주면 아이의 공부 두뇌를 발달시킬 뿐 아 니라, 아이를 아빠 편으로 만드는 중요한 연결 고리도 된다.

첫 번째 사춘기? 세살을 잘 넘기자

'미운 네살'이라는 말이 있다. 네살이 되면 고집을 부리고 말도 잘 안 듣는다. 아이는 태어나서 얼마 동안 자신이 엄마와 한 몸이라고 여기다가, 세살이 될 때까지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독립된 존재임을 알아 간다. 첫 번째 사춘기인 3세 아이는 혼란에 휩싸인다. 여자아이는 자신 을 돌봐주는 사람이 같은 여자인 엄마라서 혼란이 덜하다. 반면 남자아이는 이제껏 자신과 하나라고 여기던 엄마가 다른 성임을 알게 되는데, 자신과 같은 성인 아빠가 크고 무섭기만 하면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가지 못하는 심리적 미아가 된다.

게다가 아이는 3세를 넘기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라는 낯선 세상으로 보내져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자신과 엄마 아빠 정도만 존재하던 세계에 친구나 선생님처럼 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의사와 상관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과 교류를 나누게 된다. 교류 과정에서 아이 두뇌는 발달하지만, 낯선 단체생활로 긴장과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아이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효과적인 방법은 신체 접촉입니다.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며 달려들 때는 밀어내지 말고 있는 힘껏 안아 주세요.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에게 안심하고 매달린다면, 아빠는 아이 가 사회규범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거나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따끔하게 혼내는 등 사회생활의 모델이 되어 주면 됩니다."

아이와 친해지는 시기를 놓쳤다면?

아빠는 아이의 조력자이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는 상담가이자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친밀감 형성에 실패 해 서먹한 관계에서 갑자기 고민을 상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번째 사춘기를 맞기 전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충분한 기간 이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 형성의 시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할까?

"같이 식사하기, 가족 모두 모여 보드게임하기, 함께 등산하기 등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아이가 지나치게 여리거나 의존적이라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아요. 아이는 성취감을 느낄 것이고 인내심과 책임감이 강해질 뿐 아니라 아빠와의 관계가 한층 성숙해집니다. 아이에 게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빠는 아이를 좀 더 이해하고, 아이의 장점이 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 성격에 맞는 훈육이나 교육법도 알 게 될 것입니다. 최근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의 여행이 아빠와 아이 상처 받은 마음을 힐링하고, 관계를 회복시킨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Health Tip

놀면서 크는 아이, 생후 13~24개월 나이별 놀이법

아이는 생후 12개월 이후 몸을 쓰기 시작하면서 더욱 성장한다. 아 이 신체활동이 갑자기 늘어나는 시기에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면 근육뿐 아니라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다. 아이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법은 무엇일까?

13~18개월 추천 놀이

따라와요, 따라가요 아이의 두 손을 잡고 걸음마를 유도해보자. 아빠를 따라 걷던 아이가 방향을 틀면 아빠가 아이를 따라 걷는다. 자신이 걷는 대로 아빠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아이는 즐거워한다. 스스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신나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같은 간단한 동작도 좋은 놀이다. 동요를 부르다 멈추고 하이파이브한 다음 다시 노래를 부르다 멈추면 아이가 먼저 손을 내밀 것이다. 손바닥을 마주치는 활동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아빠와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친밀감이 생긴다.

19~24개월 추천 놀이

신나는 율동놀이 아이와 마주 보고 선 채 동요를 불러주자. 기분 좋아진 아이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면 아빠가 간단한 율동을 해 아이가 따라 하도록 유도한다.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놀자. 아빠가 불러 주는 동요를 들으며 몸을 움직이면서 청각을 자극 해 리듬감을 익힐 수 있고, 신체를 고루 움직여 체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미끄럼 타기 아빠가 한쪽 다리를 내밀고 선 뒤, 죽 뻗은 다리를 이용 해 미끄럼을 태워 주는 놀이다. 아이 겨드랑이에 두 손을 넣고 잡은 다음 "슝~" 소리를 내며 다리 미끄럼을 태운다. 이때 아이를 내릴 때는 빠르게, 올릴 때는 느리게 움직여야 아이가 즐거워한다. 아빠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고 균형감각과 평형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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