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딸, 엄마, 할머니…3대가 손 잡고 산부인과 가자
취재 한미영 기자 | 사진 김범경(St.HELLo)
입력 2013/09/13 09:00
"자궁아, 잘 있니?"
동창회에 다녀온 엄마가 "친구 중에 갑자기 팬티가 지저분해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하란대"라고 하신다. 지난달 초경을 시작한 초등학생 딸은 "엄마, 배가 너무 아파요"라고 말했다. 어쩐지 부끄럽고 귀찮아서 산부인과를 멀리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이 된다. 자궁아, 잘 있는 거니? 우리 집 여자 3대가 다음 주에 보러 갈게.
우리나라 여성은 산부인과에 가기를 꺼린다. 대한암협회가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 44.2%, 30대 여성 31.6%는 한 번도 산부인과를 방문한 경험이 없다. 산부인과에 정기적으로 가지 않는 여성 비율이 20대79.5%, 30대 68.1%, 50대 58.8%, 40대 52.8%다(2008년 10월 여성암 예방퇴치위원회 조사 결과).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으로 여성 질환을 예방·관리할 것을 권장한다. 할머니, 딸·며느리, 손녀까지 3대가 손 잡고 자궁을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자궁 건강은 물론 나이별 주의할 부인과 질환과 관리법을 알아두고 특별히 신경 쓰자.
Check 1
0~12세 유소아, 부모 관찰이 제일 중요
아이가 초경하기 전까지는 엄마가 아이 상태를 자주 관찰하자. 아이 회음부 상태를 확인하고, 비정상적 모양이나 분비물 양상을 확인한다. '어린아이인데 무슨 생식기 질환이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장난 삼아 질 내 이물질을 삽입해 질염에 걸리는 아이가 있고, 혹시 모를 생식기 기형도 발견할 수 있다. 놀다가 회음부 외상을 입을 수도 있다. 아이가 말하지 못한 성희롱이나 성폭행 흔적을 엄마가 먼저 발견, 이를 확인하려고 병원을 찾는 일도 있다.
Check 2
13~19세 청소년기,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하면서 성교육
엄마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많은 아이가 10대 후반 첫 성관계를 경험한다. 성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이지만 신체는 성숙하므로 올바른 성 정체성을 심어줌과 동시에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 자궁관련 질환의 올바른 예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성관계 시 주의사항, 피임법,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법 등 성교육이 필요한데, 엄마가 이야기하기 힘든 것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맡기자.
청소년기 딸을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기 좋은 핑계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다. 자궁경부암은 성접촉을 매개로 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발생하는데, HPV는 14~60세 여성의 감염률이 25~30%일 정도로 흔하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의 최적 나이는 15~17세이다. 9~26세 여성과 9~15세 남아를 접종대상으로 분류한다. 성접촉 전에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중년층도 70~80%까지 예방할 수 있으므로 엄마와 딸이 함께 접종하자.
대한부인종양-콜포스코피학회는 사전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도록 권장한다.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보고되었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며, "어떤 예방접종이든 100% 안전하지 않지만 득과 실을 따져 보고, 백신의 여성 건강 증진 효과를 고려할 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단, 많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통계상으로는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확실한 예방 효과는 20~30년까지 임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Check 3
남들의 시선, 불편한 마음보다 내 몸이 더 소중하다
산부인과의 문턱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에 드나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불편한 시선, 진료 중에 느끼는 굴욕감과 수치심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아이 낳는 것 외에도 부인과를 찾아야 할 이유는 많다.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생리통을 참기만 하다가는 자궁이나 골반에 병을 키울 수 있다. 통증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치료받아야 할 정도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생활이 불편하다면 병원에 가는 게 참는 것보다 낫다.
Check 4
20~30대, 성생활 왕성한 만큼 신경 쓰자
20~30대는 결혼 유무를 떠나 성생활이 왕성한 시기다. 그러나 임신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자궁 건강에 의외로 신경을 덜 쓴다. 때문에 20~30대에서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종양 등 자궁 질환이 발병하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지안 원장은 "출산 경험이 없는 30대 여성은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기회가 적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경험이 있다면 해마다 한 번씩 초음파검사로 자궁 건강을 체크하고,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30대 여성이 잘 걸리는 자궁질환
자궁근종 자궁벽에 혹이나 종양이 생기는 질병이다. 자궁암처럼 생명에 위협을 주지 않지만 생활에 불편을 미친다. 생리 출혈량이 많고, 생리통이 심해진다. 한 달에 2회 이상 생리하거나 열흘 이상 하기도 한다.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성관계 시 통증이 느껴지고, 주변 장기를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렵고 변비가 심해지는 등 생활에 불편을 준다. 하복부가 유난히 나온 느낌도 든다. 심하면 불임이나 유산의 원인이 되므로 초기에 치료하자.
자궁내막증 여성호르몬 작용으로 자궁 내막 조직이 다른 곳에 생겨 주위 장기에 달라붙어서 증상을 일으킨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리혈이 역류해서 생긴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역류한 생리혈에 포함된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 대장, 맹장, 방광, 복벽 등에 붙는 것이다. 초경 후 오랜 시간 쌓여야 증상이 나타나므로, 20~30대에 많이 진단된다. 생리통이 심하고 만성 골반통, 자궁내막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 생리할 때 구역질이나 설사를 하는 경우, 생리 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경우, 평소 하복부가 땅기는 것처럼 아픈 경우 검사해 보자. 자궁내막증은 진단이 어려운 병이어서 내진, 항문 진찰, 초음파검사, MRI, 혈액검사 외에도 초음파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복강경검사를 하기도 한다. 임신율이 저하되기도 하나 임신에 성공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난소낭종 난소가 배란할 때마다 상처 입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종양이 생기기 쉽다. 여성 50~70%가 걸린다. 가임기 여성의 배란 과정 중에 흔히 생기며, 대개 몇 주에서 몇 개월 내에 없어진다. 골반 안쪽에 있어 병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커지면 촉진으로 알 수 있다. 초음파 검사로 크기나 속의 상태를 조사하고 혈액검사로 양성인지 악성인지 알아본다.
Check 5
가임기 여성, 산전 검사는 임신 전에
임신 계획이 있다면 임신 전에 검사받고 몸을 만들자. 임신 전 검사는 혈액검사, 간기능검사, 신장기능검사, 초음파검사, 자궁경부암검사, 항체검사 등이다. 검사 후 이상이 있으면 이를 교정 후 임신을 시도해야 임신률이 높고 산모와 아이 건강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간염, 풍진 등의 전염성 질환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받자. 풍진은 예방접종 후 1개월간 피임해야 하므로, 임신 준비 기간에 검사하고 접종받는다. 또한 이 시기부터 엽산제를 미리 복용하면 기형아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산모 나이가 만 35세 이상이면 고령 임신으로 본다. 산모 나이가 많으면 염색체 이상 기형아 출산률의 증가, 유산, 조산,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 임신중독중, 제왕절개수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임신합병증의 발병률이 증가한다. 따라서 임신 전 검사를 꼭 받자. 이외에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령 임신이 아니더라도 주치의와 상담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Check 6
40~50대, 1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검사 받자
가족 돌보느라 자신의 건강은 소홀히 하던 여성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중년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자궁암이다. 위치에 따라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으로 나눈다. 자궁경부암은 세계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하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암 중에서 네 번째로 흔하다. 우리나라 여성의 자궁암 비율은 자궁경부암 90%, 자궁내막암 10%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세포검사는 1년에 한 번 하고,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를 병행해 검사 정확도를 높이자. 자궁경부암 검진은 생리 시작일부터 10~20일 사이에 하고, 검사 48~72시간 전부터 성관계, 질 세척, 질 내 약물과 윤활제 사용, 질 내 피임약 사용은 피한다.
Check 7
폐경기, 질 출혈 있으면 초음파검사받자
폐경 여성은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자국내막과 질 위축이 일어나 질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약 10%만 암 때문에 질 출혈이 생기지만, 자궁내막암 환자의 90%가 비정상 질출혈이나 분비물이 증가하므로 증상이 있으면 꼭 병원에 가자. 병원에 가면 암이 원인인지 확인하는 세포검사, 조직검사 등을 한다. 정기검진으로 암과 만성질환을 조기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한다.
Check 8
60대 이상, 폐경했어도 자궁에 관심 갖자
폐경으로 나타나는 갱년기 장애까지 거치고 나면 자궁에 관한 관심이 소홀해지기 시작한다. 생에서 자궁의 역할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 후에도 부인과 질환이 나타나므로 별다른 이상이 없어도 초음파검사로 자궁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난소암은 폐경 후에 가장 많이 생긴다. 여성 생식기에 생기는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난소는 골반 내에 있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없어서 다른 암에 비해 진단이 늦다. 난소종양의 크기가 커지고 다른 장기로 전이돼야 복부팽만감, 아랫배 불편감, 소화불량 증상, 배변 장애 등으로 병원을 찾는다. 증상을 감지해 병원 갈 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난소암을 예방하는 완벽한 방법은 없으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복부 초음파로 난소에 이상이 있는지 미리 체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