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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예전에 허리가 아파 병원에 처음 갔더니 '수술하지 말고 관리하다가 죽을 정도로 아프면 수술받으라'며 돌려 보내고는, 지금은 정말로 아파 죽을 것 같은데 나이가 많다면서 다시 돌려 보냅디다."

척추관협착증으로 보행이 어려워진 84세 김모씨가 최근 필자의 진료실에 와서 한 말이다. 이 환자는 앉거나 누워있으면 아무 이상도 없지만, 일어나려고 하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뻐근해서 제대로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도 10m를 걷기 힘든 상태였다.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은 중증인 경우 약물이나 주사 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수술받아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고령 환자 중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받지 못하고 집안에서 눕다시피 지내는 사람이 꽤 있다.

나이가 들면 정말 척추 수술을 못할까? 수술할지 결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환자의 나이가 아니라, 수술로 좋은 치료 결과를 볼 수 있느냐이다.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수술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치료 후 만족도는 80% 정도이다. 10명 중 8명은 수술을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이다. 수술이 결정되면 수술 방법을 택한다.척추관협착증 수술법은 단순감압술과 척추유합술 등이 있다. 환자 상태와 집도의가 받은 교육과 수술 경험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많은 환자가 "왜 똑같은 척추관협착증인데, 한 병원에서도 다른 수술법을 적용하느냐"고 궁금해 하는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술법이 정해지면 고령 환자의 수술을 방해하는 다른 질환은 없는지 검사하고, 여기서 문제가 발견되면 정밀 검사를 거쳐 해당 분야의 전문의에게 수술이 가능한지 조언을 듣는다. 모든 검사가 끝난 후 집도의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수술법에 따른 수술 시간과 예상 출혈량 등을 검토한 뒤 수술할 지 최종 결정한다.

80세가 넘는 고령 환자는 상당수가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다른 질환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검사 및 협진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 간다면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령 환자에게는 부분마취로 수술 중 폐의 부담을 덜어 주고, 최소 절개로 근육 손상을 적게하는 수술법을 주로 적용한다. 수술로 거동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만 간단히 제거해도 노후를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