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질환
원래 없던 생리통·골반통 생기면서 임신 안되면… 자궁내막증이 원인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03/28 09:07
불임 일으키는 자궁내막증 생리혈 만드는 자궁내막 조직, 자궁 밖 난소·방광·복막 등 엉뚱한 곳에 붙어 염증 생겨 보통 생리통으로 착각… 가임기 여성 7%서 나타나
3년 전 결혼한 주부 최미경씨(32·서울 강동구)는 결혼 직후부터 임신을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1년 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자궁 안에 있어야 하는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퍼져 혹이 생겨 있었다. 의사는 "자궁내막증이 불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자궁내막증이 불임 원인 1위"
자궁내막증은 생리혈을 만들어내는 자궁내막 조직이 난관을 타고 자궁 밖으로 나가 난소·직장·복막·방광 등 엉뚱한 곳에 들러붙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주명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7%가 갖고 있는 흔한 병이지만,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흔히 불임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불임부부 200쌍을 조사한 결과, 명확한 불임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던 70쌍을 제외한 130쌍 중 자궁내막증이 불임 원인인 부부가 54쌍(41.5%)으로 가장 많았다.
자궁내막이 자궁 밖에 퍼지면 다른 장기의 조직과 유착되는데, 이로 인해 난자가 자궁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난관이 막히면 불임이 생긴다. 자궁내막증이 유발한 염증 등으로 난자의 질이 떨어지거나 수정란 착상이 잘 안 돼서 불임이 생기기도 한다.
◇수술 후 1년 안에 임신해야
자궁내막증은 유착 부위에 통증을 일으키는데, 상당수 여성은 생리통이 좀 심한 것으로 착각하고 방치한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는 "원래 없던 생리통·성교통·골반통이 생기면서 임신이 안 되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은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로 한다. 서석교 교수는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와도 통증이 심하고 임신이 안 되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하고 복강경 검사를 시행하며, 검사 중 자궁내막증으로 확인되면 바로 자궁내막 조직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이 심하지 않으면 여성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치료한다.
자궁내막증은 치료 1년 후 5~20%, 5년 후에는 40% 정도 재발한다. 김주명 교수는 "자궁내막증이 재발하면 임신이 어려워지므로, 치료받고 나서 1년 안에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며 "1년 내에 대체로 25~40% 정도의 여성이 임신에 성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