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
[메디컬 포커스] 고령마취_ 전신마취와 당뇨약은 상극입니다
박종민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입력 2012/01/04 09:07
70세가 넘는 환자에겐 "연세 때문에 수술이 어려우니 그냥 지내시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령 환자는 모든 신체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전신마취제는 수술 중 심장·폐·간·뇌·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을 더욱 감소시킨다.
현재 쓰는 마취제는 예전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가 좋지만, 노년층은 그래도 전신 마취를 하면 젊은 환자보다 혈압이나 맥박이 심하게 오르내리고 호흡억제가 심하게 오며, 약물에 대한 반응도 민감해 소량만 투여해도 깊은 마취에 빠지거나 약물대사가 늦어지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70세는 마취과 의사에겐 '젊은' 나이에 속한다. 현재 국내에선 매년 180만건의 수술이 이뤄지며,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 수술도 계속 늘고 있다. 과거에는 팔에 수동혈압계 하나만 감고, 모든 감시를 마취과 의사가 눈과 귀로 했다. 현재는 혈압, 맥박, 뇌파, 혈액내 산소포화도, 폐포내 이산화가스농도·마취가스농도 등이 첨단 장비로 자동 측정돼 모니터에 뜬다.
그렇지만, 고령 환자는 자신의 전신 상태와 동반질환 병력을 수술 전 마취과 의사에게 자세히 알려야 한다.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는 마취와 수술 스트레스로 심근경색이 재발할 확률이 높고, 심부전이나 저심박출량이 있으면 흡입마취제 투여 후 심근억제가 심하게 오기도 하며, 고혈압 환자 또는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척추마취를 하면 혈압이 심하게 떨어져 위험하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마취과 의사에게 사용중인 약제를 알려야 한다. 당뇨병 치료제는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전신마취를 앞두고 금식한 상태에서 당뇨병약을 먹으면 저혈당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전신마취 중 만에 하나 혼수 상태에 빠지면 쇼크의 원인이 저혈당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대처가 어려워진다. 반면, 고혈압약은 수술 당일까지 먹어야 한다. 약을 끊으면 수술 중 혈압이 심하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모든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좋은 마취법은 없다. 환자의 신체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 종류에 따라 마취 계획을 세운 뒤, 주의 깊게 감시할 따름이다. 마취과 전문의가 발달된 장비와 좋은 약제로 마취해도 불가피한 마취 사고는 생길 수 있다. 현재 가벼운 수술을 위한 마취는 상당수가 집도의나 비전문가가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고령 환자 마취는 아무리 가벼운 수술이라도 마취과 의사가 직접 해야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