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중년여성과 다 큰 딸의 손을 잡고 온 할머니도 보였다. 그러나 나처럼 20대는 한 명도 없어 머쓱했다. 직원이 말하길, 나는 그날 36번째 환자였는데 하루에 보통 50~60명 여성이 유방암 1차 진단을 하러 온다고 했다.
가자마자 ‘유방검사 문진표’를 받았다. 유방이나 겨드랑이에서 혹의 여부, 월경, 가족력에 대해 적었다. 실제로 유방암은 초경부터 폐경까지의 기간과 가족력 여부가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모가 유방암이었기 때문에 가족력을 표시했다.
버스에 오르자 방사선사가 말했다. 나는 커튼을 치고 브래지어를 포함한 상의를 벗었다. 가운을 입으니 차가운 느낌이 온 몸에 전해져, 내가 비로소 진단받으러 온 환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촬영방에 들어갈 차례.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가운을 벗고 기계 앞에 서라는 것이 아닌가. 다른 X선을 찍을 때는 초록색 가운을 입은 채로 검사받았는데, 유방암 검사는 그보다 더 어렵고 민망한 검사였다. 상의만 탈의한 채 바지와 신발은 모두 갖추어 입었기 때문에 모양새도 우스웠다. 그나마 방사선사 두 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나의 민망함은 점점 사라졌다.
혹이 유방 옆쪽에 생길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양쪽 유방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한쪽 유방을 촬영할 때 다른 한 쪽 유방이 방해될 수도 있다. 그때는 손으로, 다른 한 쪽 유방을 반대편으로 밀듯이 잡고 있어야 한다. 기계가 유방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기 때문에 목이 당기는 느낌이 든다. 그때는 자세를 고정시키되 힘은 빼고 있어야 덜 아프다. 검사받는 데 총 15분 정도 걸렸다. 방사선사는 검사 결과가 2~3주 후에 나온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오른쪽 사진의 환자는 나중에 유방암 1기로 판명되었고, 병변이 있는 피부가 함몰되는 증상까지 동반돼 유두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혹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으로 발전하는 ‘악성 종양’은 아니다. 박 교수는 “보통 발견된 혹의 10% 정도만 악성종양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반 여성의 어느 정도가 유방에 혹이 발견될까?
2004년부터 매년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암 무료검진 혜택을 제공하는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에 따르면 무료검진을 받은 약 3만명 여성 중 8.6%(2606명)이 혹이 발견됐다.
박 교수는 “한국 여성은 초경이 빨라지고 출산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 유방 세포가 증식해 종양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월경 전 남들보다 유방이 심하게 아프다면 20대 중반부터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