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내몸에서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악취공포증'이란?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5/27 08:36
세상에는 별의별 공포증이 다 있지만, 유독 요즘과 같은 계절이 되면 공포감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름도 생소한 ‘후각관계증후군(ORS, olfactory reference syndrome)’이 그것. 다른 말로 ‘신체악취공포증(olfactophobia)’이라고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의 몸에서 끔찍한 악취가 풍겨져 나온다고 믿는다. 일종의 정신과적 질환으로 심할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도 없으며 때로는 자살을 하기도 한다. 미국과 같이 위생 개념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유병률이 더 높다.
최근 미국 로드아일랜드병원 정신과 캐서린 필립 박사가 20명의 신체악취공포증 환자를 분석해 미국정신과학회(APA)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대상자의 연령대는 평균 33.4세였고, 15~16년 가량 오랜 시간 동안 이 증상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60%는 여성이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하루에 3~8시간 정도 그들의 몸에서 악취가 뿜어져 나온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많은 이들이 엄청난 비누를 사용하는 등의 강박적인 행동 양식을 보였다. 85%는 자신들이 악취를 내뿜는다는 생각을 확신하고 있었고, 75%는 이런 ‘냄새’를 타인들이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68%는 강박적으로 샤워를 했고, 50%는 옷을 끊임없이 갈아입었다. 그리고 대상자들의 대부분은 향수나, 파우더, 데오도란트, 껌 등을 사용했다. 심지어 향수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필립 박사는 “만약 다른 사람들이 알레르기 때문에 코를 만지거나, 단지 문을 열려고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우울증이 때론 자살을 동반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과 사회로부터 격리된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 이상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3분의 1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필립 박사는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되지 않는 한, 단지 치과 치료나 그 밖의 다른 내과적 치료를 받는 것은 이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지행동 치료나 특정한 약물 복용이 악취공포증이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정신과학회는 이 증후군을 내년에 개정될 예정인 정신질환진단 및 통계 편람(DSM-Ⅴ)에 공식 질병으로 정의할 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헬스데이 뉴스가 25일 보도했다.